등록 2001.02.01 01:32수정 2001.02.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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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 끝에 SES의 유진 양이 고려대학교 측으로부터 결국 '퇴교'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SES의 소속사 측에서는 소송을 할 방침을 밝혔다. 결격사유가 없음을 학교 측에서 인정을 했다는 점,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을 들어 학교측과 교육부 측에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을 낼 방침이라 한다. 다시 말해 소속사 측은 유진 양을 '선의의 피해자',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교육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 정의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2000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전형의 피해자는 따로 있다. 그들은 오히려 "차라리 유진은 행복한 편"이라고 한숨을 쉬고 있다.
수시전형은 교육부의 교육개혁 방침으로 생겨난 대학입학전형의 하나로, 대학측의 재량에 맡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시전형에는 또 학교장 추천제, 자기 추천제, 특수재능 보유자(특기자) 전형, 재외국민 전형 등 매우 다양한 전형방법을 채택하고 있어, 교육부 측의 입장처럼 '수험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대학측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학생을 판단하기 때문에, 대학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일도 그러한 예 중 하나일 것이다.
1999년, 서울 강북의 모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C양은 평소 고려대학교를 동경해 왔던 터라, 고려대학교에 학교장추천제로 원서를 제출했다. 경시대회의 수상 경력이 있고, 임원 경력도 많은 터였지만 내신이 불안했기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ARS를 통해 확인한 결과, C양은 1차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만에 이와 같은 사실은 번복되었다. 그 이유는 ARS 시스템의 오류. 황당하게 번복된 것을 입학관리처에 항의했지만, 학교측은 사과의 말도 없이 "운동장의 명단에는 이상이 없었다. 단지 ARS업체의 실수이므로 학교측에는 잘못이 없다. 잘못 입금된 전형료는 돌려주면 될 것이 아니냐"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C양이 확인한 결과, 이러한 피해자는 본인만이 아니었다. 같은 학부에 지원했던 몇 학생들이 같은 피해를 겪고 학교 측에 항의를 하고 있었다. 항의하다 같은 대답에 지친 C양은 결국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우리도 곤란했다. ARS 회사측에 배상을 요구할 것이다'라며 미루기식의 성의 없는 답변만을 보였다. ARS의 피해자는 정작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심적인 피해를 받은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1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그 배상에 관한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C양은 "학생은 단지 그 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행위에도 항의할 수 없다. 대학의 입학관리처라는 기득권자가 권리를 남용해도, 우리는 거기에 대응할 권리가 하나도 없다. 결국 우리는 대학의 예산 늘려주는 사람에 불과한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행히 C양은 다른 대학교에 합격하여 대학생이 되어 있지만, 그 일로 알게 된 다른 피해자는 심리적 충격을 받아 수학능력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재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C양은 또, 유진 양의 소송에 관해,
"만약 유진 양이 소송에 승소한다면, 나 역시 소송에서 승소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정작 피해자는 다른 사람인데, 자신이 선의의 피해자인 것처럼 '떳떳하다'느니 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 TV를 꺼버린다. 대학측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렇게 항의를 할 때는 '너희는 모자라니까 떨어져 놓고 괜히 이 일을 빌미삼아서 면접이라도 보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대하더니, 유진 양에게는 '유진 양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입학을 취소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 황당하게만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 일로 다른 대학의 합격자 발표를 믿지 못해서, 인터넷과 ARS, 운동장의 게시판, 입학관리처에까지 몇 번 씩이나 확인할 정도로 부모님이 상처를 받으셨다며, C양은 울먹였다.
같은 해, S여대 ARS의 합격자 발표가 잘못되어, 일간지의 사회면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들도 같은 고통을 겪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과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진 양은 "나는 피해자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무시받고, 비웃음섞인 말까지 들어야 했던 그들보다 분명 유진양은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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