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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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둘이서 같이 신나게 뛰어놀다가 무슨 일인가로 동생 바다에게 잔뜩 화가 난 큰딸 하늘이가 허리에 손을 척 얹더니 “바다야! 이야가(하늘이가) @#$@%$#@” 어쩌고 하며 뭐라고 뭐라고 목소리를 높여 한참을 조잘거린다.
짐작컨대 둘째 바다가 큰딸 하늘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아 갔거나, 잘못 발을 밟았거나 혹은 몸 어딘가를 좀 세게 부딪친 모양이다. 두 녀석이 같이 어울려 놀다 보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렇게 큰딸 하늘이가 잔뜩 화가 난 듯 계속해서 동생 바다를 향해 뭐라고 뭐라고 훈계조(?)로 말을 늘어놓고 있는데 반해, 그러나 정작 문제를 유발한 둘째 바다는 ‘너는 짖어라, 나는 내 볼 일이나 보련다’는 식으로 큰딸 하늘이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완전 배짱이다.
둘째 바다의 이 같은 반응에 결국 제 분을 삭이지 못해 큰딸 하늘이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까지 가자,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집사람이 중재에 나선다. 큰딸 하늘이야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제 흥에 겨워 온 집안을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둘째 바다의 팔목을 나꿔채 일단 둘이 마주 서게 한 것이다.
“바다야! 하늘이가 바다한테 할 말이 있대. 그러니까 여기 가만히 서서 하늘이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줘~오”
제 엄마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언니 하늘이의 잔소리를 듣게 된 둘째 바다는 그 자리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몸무림을 친다. 그러나 집사람의 완력에 눌려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얼마 안가 포기한 듯 다소곳이 큰딸 하늘이와 마주 선다.
동생 바다가 제 엄마에 의해 이렇게 자신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섬을 확인함과 동시에, 큰딸 하늘이는 마침내 본격적인 포문을 연다. “바다야! 이야가(하늘이가) #$@&%% %%%%%% 바다 니가 %%%%%%%%%% %%%%%%%##@@ 나빠 @@@@@@@ @@@@@ &&&&&* ***** ****%% %%%%% %%%%%%” 어쩌고 하며 기관총처럼 말세례를 퍼붓는 게 동생 바다로부터 단단히 사과를 받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기세가 여간 아니다.
제 엄마 때문에 억지 춘향이격으로 할 수 없이 언니와의 대화의 장에 나서긴 했지만, 막상 언니 하늘이가 기관총처럼 쏘아붙이자 둘째 바다는 심기가 몹시 불편한 표정이다. 1분 먼저 태어났다고 걸핏하면 훈계조로 나서며 언니 행세를 하려 드는 큰딸 하늘이가 그 전부터 내심 못마땅했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큰딸 하늘이의 훈계조의 말세례가 계속되자, 처음엔 불만스러운 표정인대로 그럭저럭 가만히 듣고만 있던 둘째 바다가 한 순간 갑자기 들고 있던 강아지 인형으로 제 언니의 얼굴을 후려친다.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만 입을 다물라는 뜻일 게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큰딸 하늘이는 이렇게 동생 바다에게 한 대 얻어맞음과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고, 그것으로 제1차 회담(?)은 결렬돼 버린다.
회담 도중 상대를 후려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저지른 둘째 바다는 막바로 회담 중재자인 집사람에 의해 한 차례 호되게 야단을 맞고, 다시 팔목을 붙잡혀 큰딸 하늘이와 마주 선다.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건 어쩌건간에 둘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인만큼 끝까지 둘이서 함께 해결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큰딸 하늘이와 둘째 바다는 제2차 회담에 돌입하게 된다. 큰딸 하늘이는 앞서 무슨 일인가로 동생 바다에게 화가 나있던 것에 더해 사과를 받아내려다 불의의 일격까지 당한 터라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있는 상태고, 둘째 바다는 또 그 나름대로 제 엄마가 언니 편만 드는 것처럼 자신을 몰아세운다는 느낌에 잔뜩 심술이 나있는 상태다.
이런 관계로 둘 사이엔 얼마간 살기등등(?)한 기운조차 감도는 가운데, 제2차 회담이 시작되자 마자 큰딸 하늘이는 다시 한번 기관총 쏘듯 “바다야! 이야가(하늘이가) ##### @@@@@@@ 바다 니가 $$$$$$$$$ 나빠 %%%%%%%%%” 어쩌고 하며 삿대질까지 하는 등 한바탕 핏대를 올리고, 둘째 바다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그런 언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니 돌연 머리를 날린다. 이번엔 박치기 공격이다.
평소 큰딸 하늘이는 매사에 재잘재잘 따지기를 좋아하고, 둘째 바다는 주로 행동이 앞서 뭐가 됐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인데, 결국 집사람이 어렵게(?) 주선한 두 녀석의 1~2차 회담 또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한 녀석은 말만 하다가 끝나 버렸고, 다른 한 녀석은 행동만 보여주다 끝나 버린걸 보면.
이렇게 둘째 바다의 박치기 한방으로 제2차 회담도 별 성과없이 결렬되고, 큰딸 하늘이는 다시 한번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 억울해 서럽게 서럽게 울어댄다. 그리고 큰딸 하늘이를 울게 만든 둘째 바다 또한 다시 한번 집사람에 의해 호된 꾸지람을 듣고 울음을 터뜨린다. 두 녀석이 스테레오로 터뜨리는 울음소리에 온 집안이 떠나갈 듯 하다.
그렇게 한참을 울어대던 두 녀석은 얼마후 제 엄마의 품 안에서 울음을 멈추고, 울음을 멈춤과 동시에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해~애!” 어쩌고 하는 집사람의 일장훈시를 듣는다. 그리고는 “네~에!” 하고 일단 시원하게 대답들은 하는데, 그러나 과연 그게 그렇게 잘 될까 싶다.
겨우 1분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자라날수록 그 성격은 완전히 판이해져 가는 아이들을 보며, 문득 두 녀석이 꼭 닮은 외모와는 달리 똑 같은 둘이 아닌 완전한 별개의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마음에 되새긴다.
좋은 목수가 자연 그대로의 나무결을 최대한 살려 자신에게 주어진 나무의 쓸모를 극대화하듯, 앞으로는 아이들 제 각각의 사람됨을 꼼꼼히 살펴 두 녀석 각자에게 알맞은 좀더 세심한 배려를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일란성 쌍둥이이기 때문에 더 한층 범하기 쉬운 둘 사이의 비교나 일률적인 방향 설정 따위의, 두 녀석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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