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2.17 09:24수정 2002.01.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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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의 그동안 다녀본 몇몇 병원들만 그런 건지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병원엘 다니다 보면 간혹 ‘의사들은 모두 위가 안좋아 밥 먹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나?’ 하는 다소 황당하기조차 한 의문에 사로잡히곤 한다. 점심시간 때문이다.
아이들이나 집사람이 몸이 아파 병원엘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집 근처에 마땅한 병원이 없는데다가 집사람 혼자서는 아직까진 어린 두 아이를 제대로 건사하기가 어려운 까닭에 회사일이 좀 한가할 때를 틈타 함께 가주곤 하는데, 그렇게 바쁜 시간을 쪼개 병원엘 가보면 항상 그놈의 점심시간이 문제가 된다.
일반회사나 은행 같은 곳을 기준으로 ‘이 정도면 점심시간을 피할 수 있겠다’ 싶어서 병원엘 가보면, 예상과는 달리 병원은 그때까지도 점심시간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른 곳들과는 달리 점심시간이 무려 한시간 반(점심시간이 두시간인 곳도 있다고 한다)이나 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개인병원이고 종합병원이고간에 모두 마찬가지다.
나 또한 회사에 매인 몸이다 보니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전후로 해서 주로 움직이게 되는데, 12시에서 1시라는 일반적인 점심시간을 기준해 병원엘 갔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 일반적인 경우보다 긴 점심시간 덕분에 바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도 어떤 곳은 12시30분부터 점심시간이 시작돼 2시나 돼야 끝나기 때문에 1시를 기준해 병원을 찾은 경우엔 무려 한 시간 이상씩을 대기실에 멍청히 앉아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고, 의사가 무슨 일로 좀 늦게 들어오는 경우엔 20~30분 정도는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정말 사람 열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중 누가 아픈데 어렵게 시간을 내 병원을 찾은 터에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목 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심정으로 결국 기다리고 기다려서 진찰을 받고 오긴 하지만, 병원도 일종의 서비스업인데 이렇게 환자들의 입장은 생각지 않은 채 저희 좋을대로만 할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나곤 한다.
같은 서비스업종인 은행의 경우 기다리는 고객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점심시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교대로 식사를 하러 가고, 최소한도의 근무인원은 항상 남겨둔다. 이렇게까지는 못한다고 해도 병원 또한 일반적인 경우에 준해 점심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종합병원 같은 곳엘 가보면 오전에 병원을 찾아 진료신청을 하고 순서를 기다리다가, 점심시간에 걸리는 바람에 1시간30분이나 되는 점심시간 동안을 다시 기다리고 어쩌고 해서 거의 하루 종일을 병원에 발이 묶여버리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곤 한다.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사람 진을 빠지게 하는 일인가를 감안하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람 일이라는 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고, 의사들도 좀 느긋하게 식사를 즐겨가며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긴 하지만,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1시간30분이나 되는 점심시간 같은 것은 일반적인 경우인 한 시간 정도로 좀 줄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에 더해 점심시간이 끝나기만을 눈이 빠져라고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도외시한 채, 그 긴 점심시간조차 제 때 끝내지 못해 진료 개시시간을 놓침으로써 환자들의 기다림을 더 힘들게 만드는 따위 무책임한 모습도 이제 좀 그만 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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