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보인다'에 한국은 없다

교양과 오락의 위태로운 균형, 그 사이에 실종된 '한국'

등록 2001.02.23 12:29수정 2001.02.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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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5월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현재 MC 이름을 삭제한 '한국이 보인다'로 변경, 2년째 꾸준히 방송되고 있는 이 프로는 교양과 오락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방송초부터 세간의 많은 주목을 끈 바 있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자는 어쩌면 다소 따분할 수 있는 주제를, 가장 잘 나간다는 젊은 개그맨들의 입담과 오락프로적인 신선한 코너들로 균형을 맞춰나가려고 한 '한국이 보인다'는, 그러한 야심찬 시도에도 불구하고 방송 처음부터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먼저 전 세계인의 문화 차이를 살펴본다는 '글로벌 카메라'의 경우 다소 아마추어적인 촬영과 오락적인 재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존 풍물기행식의 교양프로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스타정보퀴즈쇼'의 경우도 인기 연예인의 반응과 벌칙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한국문화에 대한 퀴즈내용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하지만 위의 코너들과 달리,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코너도 있었는데 바로 외국인의 눈을 통해 우리의 국토와 한국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해 준 '보쳉과 부르노의 국토대장정'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코너 역시 방송 후반으로 갈수록 스타가 된 '보쳉과 부르노'의 인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록 '한국이 보인다'의 출발이 공영성과 시청률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지극히 10대 편향적인 여타 주말 쇼오락프로들과 비교해 보면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프로인 것은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다소 어설픈 감이 없지 않은 이 프로도 시간이 지나고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발전해가리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요즘의 '한국이 보인다'를 보면, 그런 기대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한국이 보인다' 역시 여타 쇼오락프로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 보인다'에서 선보이는 3가지 코너들을 살펴보면, 이 프로가 가졌던 원래의 야심찬 취지가 이제는 거의 퇴색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을 알자는 방송주제에 그나마 근접해 보이는 '신 글로벌 카메라'의 경우도 '세계인의 반응을 알아본다'라는 코너설명과는 무관하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후 같은 주제로 촬영한 한국인과 비교하여 "한국인과 외국인의 문화는 이렇게 다르다"라는 식의 억지스런 결론으로 끌어내는 데 그치고 있다.

무엇이 글로벌 카메라이고 무엇이 문화차이라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이 해프닝에 가까운 코너는 다른 코너들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나머지 두 개의 코너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박지박의 비바 월드컵 송'은 도대체 이런 내용이 '한국이 보인다'란 프로에서 왜 방송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황당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경우 우스꽝스런 여러 명의 연예인이 한 팀을 이루어 매주 각계 각층의 정상(대부분 스포츠인)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색적인 대결을 벌이는 코너이다. 운동에 별다른 소질이 없어 보이는 연예인들에게 촌스런 체육복과 실내화를 신긴 후 상대적으로 폼 나 보이는 정상들과 대결하여 무참하게 깨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희열을 전하고자 하는 게 이 코너의 중심 내용이다.

한국의 각계 정상들을 만나보자는 코너이니 이것도 '한국을 알자'는 취지에 부합하는 코너 아니냐고 반박한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출발 드림팀' 역시 매주 한국의 유명 체육인들과 대결을 벌이니 지극히 한국적인 내용이라 부를 수 있겠고 '육아일기'도 한국식 육아기르기 방법을 소개하는 코너이니 한국적이라고 칭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초점은 지나칠 만큼 출연 연예인들의 웃음전달에만 맞춰져 있고, 정작 주목을 받아야 할 각계정상들은 무대 뒤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코너 마무리쯤 되어서야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 시간이 한 10초정도 되는 것 같다. "비인기종목이지만 사랑해 주세요"식의 정상 스포츠인의 간절한 멘트가 지극히 코미디적인 코너의 성격에 묻혀 버리는건 무슨 이유일까?

또 다른 코너인 '박지박의 비바 월드컵송'은 한 술 더 뜬다. 가수진출을 시도했다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세 연예인이 수련을 통해 2002 월드컵 주제가에 도전한다는 게 코너의 주 내용인데, 이 코너 역시 세 사람의 가수 실패담에 대한 우스꽝스런 비야냥과, 수련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코미디로 보이는 훈련과정을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억지스런 웃음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들의 노력이야 갸륵하다만은, 세 사람 중 하나가 2002 월드컵 주제가를 부르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지 의심스럽고(심지어 방송홈페이지에선 투표까지 한다), 아무리 월드컵이 국가의 대행사라지만 그들이 월드컵송을 부르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한국이 보인다'랑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교양과 오락의 만남'이란 '한국이 보인다'의 새로운 시도는 한국방송의 현실상 애시당초 불가능했던 것일까? 만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힘들다면 제작진이 포기해야 할 토끼는 '교양'이 아니라 '오락' 혹은 '시청률'이란 토끼일 것이다. 이미 시청률이란 토끼를 잡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는 피디들은 방송국에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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