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졸업식-'취업난에 주눅들지 마라'

'취업한파'의 어려움 모를리 없어...실업의 부담 벗으라는 의미, 나누자는 의미

등록 2001.02.24 22:21수정 2001.02.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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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기준 우리 학교의 (2000년 02월~ 2000년 08월) 졸업생 취업현황에 따르면 4000여명의 졸업자 중 약 2500여명만이 졸업 시 자신의 진로가 결정된 상태였으며, 그나마 진학 및 입대를 제외한 실제 취업인원은 1955명으로 50%가 채 안 되는 인원만이 직장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올해 졸업자에 대한 학교의 공식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언론의 보도대로 작년 수준을 훨씬 밑도는 취업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취업지원실의 권용석(35)씨는 취업재수생과 올해 미취업 졸업자 문제로 IMF때보다 더한 (취업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대졸 미취업자가 전국적으로 30만명이 넘을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올해 대졸자 3명 중 2명은 실업자라는 말도 들려온다.

암담한 현실을 잊고자 함인가?
예상과 달리 졸업식장은 활기찼다. 곳곳에 나부끼는 플래카드와 길가에 늘어선 포장마차의 매콤한 유혹, 여기저기 새어 나오는 탄성과 환호의 몸짓에 취업한파의 매서운 기세도 스르르 녹아버린 듯 했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최근의 경기둔화와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를 고려해볼 때, 올해는 이보다 심각한 30%대의 취업률이 예상된다는 언론보도에 지레 짐작으로 우울한 졸업식을 예상했던 나였기에, 동면의 잠을 깬 캠퍼스의 활기는 당혹과 낯 설음 그 자체로 다가왔다.

학교 취업지원실에서 올해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약 79%의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했음에도 그들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회현실에 대한 분노' 보다는 '현실에 대한 묵인과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는 듯한 '너그러움'을 보였다.

"80여군데 회사에 원서를 냈다. 솔직히 한 군데 됐다. 그런데, 지금 고민 중이다. 그 회사를 다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작년 말 그나마 손가락에 꼽을만큼 취업자 수가 드물던 그 때, 김호진(가명, 25) 씨는 적극적 구직활동 끝에 모 식품회사에 입사하는 행운을 안게됐다. 그래도 운 좋은 케이스였다. 같은 과(80명 정원) 졸업생 중 그를 포함해 단 세 명만이 직장을 구한 때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신림동 '고시촌'에 자신의 둥지를 틀고있다.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원서를 내긴 했어도, 자신의 적성과 기대치에 맞지 않는 직장에 뿌리를 내릴 순 없었다. 그로서는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취업의 '복'을 스스로 팽개친 경우다.

"영어학원 다녀요. 워낙 해놓은 게 없어서..."
최 모(23세)씨도 답답하다. 1년간 휴학을 했음에도 여학생 취업의 길은 멀기만 하다. 숨통이 트이길 빌지만 역시나 요원한 상태다.


생명보험회사에 지원했다 고배를 마신 구명석(가명, 25세)씨는 '기대를 갖고 원서를 낸 것은 아니지만, 운 좋게 적성검사에 합격했고 면접까지 보게되어 그래도 결과를 기다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와 진학공부를 하고있다. 취업한파 속에 지나치게 서둘기보다는 자신을 가다듬는 '전화위복'의 시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현재 98년과 같은 '청년 실업자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는 않다. 대졸 미취업자들의 조직적 결속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그들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졸업식의 들뜬 분위기는 어쩌면 그들에 대한 주위의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가족과 벗들, 선후배들이 모여 여울목의 센 물살을 견뎌보자는 소박한 믿음이 어우러진 장. 졸업식을 찾은 수많은 이들 또한 '취업한파'의 어려움을 모를리 없건만, 그 때만큼은 '실업'의 짐을 벗어내라는 의미, 넌 혼자가 아니라는 '나눔'의 의미를 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친구들에게 '취업문제'를 물을 때마다 작은 긴장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다. '상처를 건드리는 게 아닐까' 조심스러워 진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눅들지 말라! 절대로 주눅들지 말라!' 말하고 싶다. 그래도 '너희는 나의 벗이다. 나의 가족이다'.
대학이라는 '둥지'를 떠나는 졸업생들에게 그 자리에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해주고픈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학교는 지난 22일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모든 졸업자들에게 '기운내라'는 말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우리학교는 지난 22일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모든 졸업자들에게 '기운내라'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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