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참여자로 나서라"

노엄 촘스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등록 2001.02.26 16:33수정 2001.02.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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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독자들은 노엄 촘스키 정도는 안다. 그가 진보적 입장을 지닌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실천적 지식인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플라톤, 셰익스피어, 프로이트와 더불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 시대의 가장 소중한 지식인으로 기억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 촘스키의 교육관을 정리한 책이 번역 출간돼 관심을 끈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강주헌 옮김·아침이슬 펴냄)이 그것으로 이 책은 교육이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지적하는 촘스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아울러 전방위적으로 발언하는 촘스키의 최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스프리츨러의 충성 거부

교육의 문제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요즘 우리 나라 젊은층들에게 불어닥치는 이민 열풍의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들 교육문제를 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그토록 동경하는 미국의 교육도 문제가 심각하다니 아이러니컬하다.

어쨌든 촘스키는 오늘날 학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공공 교육의 새로운 본보기를 향해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넓혀가야 하는지에 대해 발언한다.

"나는 미국 국기와 그 국기가 상징하는, 하느님의 보호 아래 나누어질 수 없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와 정의를 베푸는 공화국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것은 미국판 '국기에 대한 맹세'(The Pledge of Allegiance)이다. 몇 년 전 미국 보스턴 라틴 스쿨에서 12살짜리 소년 데이비드 스프리츨러가 바로 이 맹세를 거부했는데, 학교 당국이 스프리츨러를 징계하려 하자 미국시민자유연맹이 나서 가까스러 징계를 면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거부 이유에 대한 스프리츨러의 설명이다.
"충성의 맹세가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다. 한쪽에서는 멋진 자동차를 굴리고 멋진 집에서 살며 돈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못된 이웃과 살면서 나쁜 학교에 다녀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충성의 맹세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모두를 위한 정의는 없다."

바로 여기서 촘스키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쳐야 하는 학교가 순종을 강요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막는 통제와 억압 시스템으로 제도화되어 있다고 꼬집는다. 누구라도 이런 시스템 안에서 교육을 받으면 권력구조를 지탱하도록 사회화되고 만다는 것.


미국의 음모

그런데 국가에서 봉급을 받는 교사는 지배계급의 의도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므로 12살 소년이 알 수 있는 진실도 교육받은 교사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꼰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물론 교사만이 아니다. 공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 언론 모두 한 패거리라고 몰아부친다.

특유의 미국의 정치 음모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촘스키는 최근에 일어난 국제 분쟁과 지역 분쟁에 미국의 계산이 깔리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특히 중남미 국가에서 민주주의 이름으로 미국이 개입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 사례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물론 촘스키는 이 책에서 비판만 하지 않는다. 서구 강대국을 강력히 비판하지만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대안도 제시한다.

촘스키가 제시하는 대안은 바로 '깨어있는 교육'. 진실을 가르치고, 진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방관자'가 아닌 '행동하는 참여자'로 나서라고 촉구한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교사란 왜곡된 정보를 바로 잡고, 진실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학생들이 스스로 진실을 깨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교사라는 것이다.

민주적으로 살기를 바란다면 세상을 비판적 안목으로 바라보라며 촘스키는 현 사회의 지배계급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 이면의 위선적이고 비인간적인 관행을 직시하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지식인 교사들에게 말한다. 스스로 역사의 방관자로 남지 말고 역사의 참여자가 되라고, 그리고 그 대열에 학생들을 제외시키지 말고 동참하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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