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우리는 대오를 떠나지 않는다"

<파업 100일을 넘긴 종합화학 노동자들의 표정>

등록 2001.02.26 21:09수정 2001.02.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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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로 파업 101일을 맞은 한국종합화학 대불공장 노동자들은 지쳐있었지만 대오을 이탈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25일 쟁의대책위는 파업 100일을 맞아 대불공장에서 고사를 지내고 내부 화합을 다졌다. 전남 서남권지역 파업중 최장기파업,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될 이번 종합화학 청산반대 파업은 고통스럽게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너무나 길어져서일까?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도 비상대책위를 함께 꾸려 힘을 실어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길이 많이 줄었다. 또 지역 유관기관들 역시 적극적 동조에 나섰지만 한번의 입장표명 이후 소식이 없다. 오직 그들만의 힘으로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얼마전에는 너무 오래 지속되는 천막농성을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 목포역에서 이젠 천막을 좀 치워줄 수 없냐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주위를 지나치던 시민 한아무개(27) 씨도 "이제 알려낼만큼 알렸으면 정리해야 되지 않겠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희망을 버리고 않고 있었다.
26일 파업 100일을 기념해 목포역에서 전개된 정상화촉구결의대회에서 90여명의 노조원들은 처음처럼 구호를 토해냈으며, 89일째 진행되는 천막농성도 여전히 그 대오를 지키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노동조합 김영선 부위원장은 "지난해 겨울 목포역광장의 추운날씨 속에서 첫 집회가 오늘 제법 봄날을 느낄만큼 따뜻한 날씨로 변했다"며 긴 투쟁시간을 돌이켰다.

백혈병 후유증으로 몸이 몹시 안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퇴근을 통해 대오를 떠나지 않는다는 전경수 씨도 "달로 치면 3달이 넘었으니 참 오래도 견뎌왔다"면서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 나설때 모든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인 백명실(33·부흥동) 씨는 "남편이 힘들어하면서도 출퇴근을 통해 파업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무척 아프다"면서 "아이들이 또 아빠가 아프면 어떡할까 조마조마할 때마다 자신의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다"고 말했다.

청산되기전 정비 보수등을 담당했던 김태문(32) 조합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진다"면서 "이번 일로 당뇨가 더 심해진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미안한 마음만 앞선다"고 했다.


현재 조합원들은 12월 밀린 임금을 조금 받았을뿐 경제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12월 모 일간지 신문에 실린 백혈병 환자에게 30만원의 성금을 모아 보내주기도 했다.

종합화학의 노동자들중 많은 사람은 임금은 둘째치고 고향에 살고 싶어 이곳에 내려온 사람이 많아 더 서러울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주안에 뭔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선지 여느 때와 달리 서울 상경투쟁에 40여명의 조합원이 올라갔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빨리 온다고 했던가? 그들에게 드러워진 어둠의 그림자의 끝이 곧 새벽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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