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가보안법이 손질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그 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여기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손질되면 좋다>가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6일 화요일, 경북대 사회대 132호, '국가보안법개폐의 당위성'에 대해서 정태욱(영남대 법대) 교수는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넓디 넓은 강의실에 모인 청중은 서른 명 남짓. 비로 인해 추적이던 날씨에 썰렁한 강의실이었지만 정교수의 열강은 이 분위기를 한번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있는 실정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에는 화해의 물결이 넘치고 있지만, 냉철하게 판단한다면 6·25전쟁 시기와 유사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1994년 북한의 '서울불바다' 발언의 배경에는 미국의 폭격 위협이 있었으며, 99년의 서해교전은 남북정규군의 첫 전투였습니다. 현재 한반도에는 대내적으로 남남의 갈등과 남북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부시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NMD의 공식적 추진으로 남북 긴장감이 훨씬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인 것인 만큼 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해법은 남북간의 연대와 협력이다. 결론적으로 남북한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각종 법 제도적 장치들을 조정해야만 한다는 정교수의 주장은 많은 설득력을 가진다.
국가보안법 수정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필수 요소
"국가보안법 개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먼저 남북간의 적대감을 누그러뜨려야 합니다. 북한에도 유사한 규정의 형법들이 있습니다. 엄격한 상호주의자들은 동시 개폐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재 군사력과 경제력 모든 측면에서 남한의 우월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진정 평화를 위하는 상호주의라면 우세한 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정교수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10조(불고지죄) 등이 가장 중요하게 문제시되는 조항이라고 이야기한다.
7조 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 정황 등을 의미함)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에 유리하고 남한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는 점. 즉 남한체제 안정에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하지 않더라도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행위라면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0조(불고지죄) '제3조, 제4조, 제5조 1항·3항·제4항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않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범죄의 예방과 척결은 형사기관의 임무입니다. 국민들이 신고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불고지죄는 국가 형사기관의 임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는 정교수는 "범죄신고는 민주시민으로서 당영히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특별히 불고지죄 조항을 만들어 신고를 강요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불신하는 태도입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국가보안법은 시민권리 실현의 중요 장애
한편, 지난 26일 미 국무부는 '2000년도 국별 인권실태 보고서'에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북한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이 법의 사용 또는 사용 위협이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의 시민적 자유를 계속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유엔 인권위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규정된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막는 `주요 장애'로 간주하고 있었다.
이 심포지엄은 경북대 총학생회와 대구인권센터(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cham-i.org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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