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국민들이 아닌가?
캐나다 동포 사목을 하기 위해 캐나다에 온 지 보름이 채 되지 않는다. 한 형제와 의료보험 카드를 만들기 위해 건강센타에 다녀왔다. 어제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소파개정 동의안을 심의하던 중, 소파개정 국민행동 사무처장이 할복을 기도했다는 비보를 전해 주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과연 국회의원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을 기만할 정도로 개악된 불평등한 협정이라며 열을 올리던 사람들의 양심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라고 국민의 손에 뽑힌 사람들이 아닌가.
비자코드 누락으로 외국인 신부를 담당하는 필리핀 신부를 만나고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트렌턴으로 떠났다. 구역미사를 마치고 친교시간을 갖고 새벽 1시에 돌아왔다.
"한국이 싫어 캐나다로 이민 와서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주인이 길거리에 내다 버린 고양이도 휴먼센타에 보내져 정부에서 키운다. 개나 고양이에 대한 보호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면서 내내 외국에 나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기업의 이사자리를 그만두고 이민 온 지 2년이 된 형제와 새벽 2시까지 대화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4시,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눈을 뜨자마자 김판태 사무처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이 충혈 되어 아프다. 김판태 사무처장의 자해에 대해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자해소동'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에게 '가재는 게편'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재만도 못한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이다.
99년 12월 초 유럽 정상회의에 맞추어 핀란드 탐페로에서 유럽 NGO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문정현 신부와 유럽을 방문했었다.
한 동포가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했다. 방명록에는 현직 국회의원들도 있었다. 일제의 침략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지만 만국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결을 결심했던 자리에서 잠시 묵념도 올렸다. 겨울비를 맞으며 이준 열사의 결연한 죽음을 생각했었다.
캐나다에서 개나 고양이가 가축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몇 십 만원이 드는 경우가 많다. 늙은 개나 고양이가 길거리에 버려진 경우, 미국 본토 역시 주인을 찾아주거나 새 주인에게 분양될 때까지 보호를 해 준다.
자연적인 죽음을 기다리는 개나 고양이도 이렇게 생명을 보호하는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집 안에서 기르던 애완용 개도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국민의 뜻을 대변할 의무를 가진 그대들은 오히려 국민을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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