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커타에서 안다만제도(Andanman island)로 들어갈 준비를 하다 홀리(Holi)축제를 보기 위해 바라나시(varanasi)로 가고 있다.
인도 음력으로 '팔구나(phalguna:양력 2~3월)' 달 보름 무렵 이삼일간 열리는 홀리는 인도인들의 여름맞이 대축제. 그 중에서도 바라나시 홀리는 인도인들조차 위험하다고 주의를 줄 정도로 악명높은 축제이다.
홀리는 '홀리까'란 악의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병을 옮기는 홀리까를 물리치기 위해 보름날 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여신의 모형을 불태우며 아이들의 건강을 비는 것이 홀리가 열리게 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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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여신 '훌리까' 모형 ⓒ 임현주 |
여기에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집 안의 묵은 때를 씻기 위함인지 '물놀이'가 행해진다. 물도 그냥 물이 아니라 파랑, 분홍, 노랑, 초록 등 색색의 물을 풍선에 넣어 물폭탄을 만들어 마구 던지는 물싸움 수준. 이 물놀이가 홀리의 주요행사가 되어 홀리축제는 '물의 축제, 색의 축제'로 더욱 유명하다.
술과 거리가 먼 인도인들도 축제 기간엔 일손을 놓고 술을 진탕 마신다. 바라나시 홀리가 악명높은 이유도 술뿐만 아니라 환각성분이 있는 방(bhang)을 마신 남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눈에 보이는 여성들에게 못된 짓(?)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
그러나 격렬한 물싸움 후, 사람들이 갠지즈강에서 목욕을 하면 강물이 오색으로 물든다는 말에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바라나시로 향하고 있다.
varanasi holi is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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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게 단장하고 갠지즈강가를 노니는 홀리맨 ⓒ 임현주 |
8일 오전 다질링에서 만난 친구와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 거리는 평상시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폭풍전야... 9일 오후 무렵부터 여기저기서 물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더니 숙소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형형색색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우리들은 오늘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지배인의 말을 듣고 물총과 가루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러나 물총과 색소, 옷 등을 사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린 꼬마군단을 만나 물총 한 번 사용해 보지 못하고 물폭탄 세례를 받아야 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도망을 다녀 비교적 덜 맞은 편이었으나 친구는 흰티셔츠가 온통 울긋불긋 색투성이로 변해 복수심에 불타올라 무기제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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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 축제 때 가장 바쁜 거리의 색소 노점상 ⓒ 임현주 |
물싸움의 최절정인 10일 날 아침, 여성 여행자들이 밖으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말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발이 묶인 채 바깥이 잘 보이는 숙소 식당에서 상황을 살펴봐야만 했다.
7시 경, 이미 밖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옥상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 옆에는 언제고 풍선을 던질 수 있도록 물총과 풍선, 양동이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뜸할 때는 자기들끼리 괴성을 지르며 신나게 물싸움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괴성소리는 점점 커지고 미로처럼 형성된 바라나시 골목골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풍잎처럼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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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 표정 ⓒ 임현주 |
9시가 조금 넘자 6층 식당에까지 '퍽'하고 물폭탄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내다보는 사람은 여지없이 얼굴에 폭탄 세례를 받고, 그 사람들이 다시 복수전을 펼쳐 식당 안도 조금씩 색깔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차려입고 폭탄을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밥을 먹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온통 색투성이가 되어 가장 치열한 싸움꾼으로 변해 갔고, 여기에 식당 종업원들까지 합세해 삽시간에 식당은 난장판이 되었다.
물싸움은 오후로 접어들며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 1시 30분경 큰 맘 먹고 갠지즈강가로 나가보니 거리는 온통 색으로 물들어 있고 강가에는 목욕하는 사람, 술취해서 자고 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욕하는 사람이 부족한지 갠지즈강의 색은 변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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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나시 화장터 ⓒ 임현주 |
갠지즈강을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 물풍선을 갖고 있는 한 무리의 꼬마군단을 만나 열심히 도망치다 보니 화장터... 그 곳은 바라나시에서 유일하게 홀리와 무관한 모습으로 여전히 시체가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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