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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현주 |
굳이 이번 여행의 의미를 찾자면 '내가 나에게 준 휴가'이다. 10년 일하고 1년 쉬는 안식년 휴가. 기간이 긴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마음가는 곳에 머물다 귀동냥으로 움직여 보자는 게 이번 여행의 계획. 이러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 '안다만 제도'(Andaman Islands)이다.
인도의 남동쪽에 있는 안다만은 3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 군락지로 불과 몇 년 전까지 외국 여행자들의 방문이 금지되었던 곳이다.(지금도 방문허가서를 받고 최대 30일까지만 머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가이드북에도 안다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안다만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가 갖고 있는 정보는 나에게 안다만을 소개시켜준 한 여행자의 말이 전부.
"하루종일 거닐어도 사람을 만날 수 없는 푸른 해변에 색색의 물고기와 돌고래가 뛰어놀고, 아프리카 원주민과 흡사한 원시부족이 살고 있는 곳, 그래서 안다만에 다녀온 이들은 그 곳을 'last pradise'라 부른다..."
안다만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안다만행 배가 출발하는 '캘커타'에 도착한 것이 3월 2일. 그 때부터 배 일정을 비롯한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해 3월 7일에야 배표와 방문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배가 출발하는 날은 3월 12일, 10여일의 지루한 기다림끝에 미지의 섬 안다만으로 향할 수 있었다.
벙크 시민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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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크칸 내부 모습ⓒ 임현주 |
캘커타에서 안다만까지는 약 1100km, 비행기로는 2시간 거리이지만 배로는 4박 5일이 걸리는 먼거리이다.
3월 12일 오후 2시, 안다만 정보를 구하다 만난 한국인 친구들 4명과 함께 항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형식적인 건강체크를 받고 배에 오른 시간이 4시. 가장 저렴한 티켓인 벙크 클래스 티켓을 끊은 우리들은 지하로 내려가 벙크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위기는 난민수용소 같지만 2층 침대, 화장실, 샤워실 등 갖출 것은 다 갖춰져 있었기 때문.
행복에 겨운 우리들은 짐 정리를 마친 후 식당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배 안을 몇 바퀴 돌아도 식당은 보이지 않고, 식당 위치를 아는 이조차 만나기 힘들었다. 그 사이 날은 어두어져 아침부터 들뜬 마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한 나는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1시간을 헤매고 나서야 매점에서 식권을 사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겨우 알아내, 매점에 가 식권을 사서 사람들을 따라 식당으로 갈 수 있었다. 식당은 의외로 우리가 묵고 있는 곳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식당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7시나 돼야 문을 연다는 소리를 듣고, 이번엔 캐빈 클래스 식당을 찾아 나섰다.
역시 어렵게 캐빈 클래스 식당을 찾았지만 역시 문이 닫혀 있는 데다, 벙크 클래스 티켓을 끊은 사람들은 캐빈 클래스 식당을 이용할 수조차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 얘길 듣고 보니 캐빈 클래스 이곳저곳에 '벙크인 입장 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씁쓸할 마음에 다시 벙크 식당으로 내려왔지만 7시가 넘어도 문을 열리지 않고, 문을 열어 달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도리어 큰소리를 치며 20여분을 세워 두었다.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우리가 먹은 것은 차가운 오믈렛과 굳은 식빵 2조각. 아무리 벙크 시민이라 하지만 이렇게 푸대접을 받을 줄이야... 잠은 좀 허름한 데서 자도 밥은 제대로 먹자는 나의 여행 원칙이 산산히 부서진 날이었다.
자연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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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글리강의 흙탕물ⓒ 임현주 |
다음날 아침 일찍, 푸른 바다를 떠올리며 갑판 위로 올라가보니 아직도 배는 갠지즈강의 지류인 후글리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배마저 멈춰 있어 무슨 일인가 하고 물어보니 운전수들이 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있기 때문이란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너무도 황당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제 때 자고, 제 때 밥을 먹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100km를 4박5일에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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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빛 바다ⓒ 임현주 |
그래도 오후가 되자 배는 강을 벗어나 바다로 들어서 주변은 온통 푸른빛으로 변해 있었다. 후글리강의 흙탕물을 보다 쪽빛 바다를 보니 배 안에서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배에 오른 지 하루가 지나니 배 안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져 갔다. 무엇보다 식당 직원들이 첫 날과 달리 친절해져 전쟁같던 식사 시간이 여유가 생겼다.
4박 5일간의 배생활이 지루하리란 것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해뜨는 것을 보고 나면 아침 식사 시간, 아침 먹고 갑판 위에 올라가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
둘째날은 돌고래 떼가 나타나 깜짝쇼를 보이기 시작하고, 셋째날은 바다 거북이를 봤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난간에 기대 거북이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보내고. - '구지가'를 불러가며 2시간 정도 꼼짝 않고 서서 기다려 연두색 거북이를 아주 잠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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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위에서 맞은 석양ⓒ 임현주 |
오후엔 날치떼가 바다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해질 시간. 바다 위에서의 석양은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아름답고 화려해 넋을 잃을 정도. 해지는 모습을 보고 나면 저녁 시간, 저녁을 먹고 나서도 나름대로 바빴다. 별자리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가끔씩 떨어지는 별똥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 그러면서 별자리가 15분마다 이동한다는 사실, 달 뜨는 시간이 매일 50분씩 늦어진다는 사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바다, 해, 달, 돌고래 등 평상시 친하지 않았던 것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4일이 지나 3월 16일 새벽이 찾아왔다. 이날도 아침해를 보기 위해 갑판으로 올라가 보니 멀리 안다만의 섬들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며 섬들의 모습도 점점 선명해지고 안다만의 수도 포트블레어(Port blair) 항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그렇게 그리던 안다만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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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녀들의 밤 나들이 ⓒ 임현주 |
<인도여행기> 안다만 가는 길 - 2 / 원주민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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