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 현장 경험하고 있다"

'충남운수연수원'에서 만난 교사들

등록 2001.04.26 20:46수정 2001.04.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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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4월 26일 오후 20시 05분: 충남도교육청 교직원 교통안전 교육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

4월 26일 오전 문제가 되고 있는 공주의 충남운수연수원을 직접 찾아가봤다.

"밀어부치기식 이런 행정이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른 아침 서산에서부터 약 두 시간을 달려 '충남운수연수원'을 찾았다는 한 교사는 기자를 만나자 강한 불만부터 털어놓았다.

26일 오전 충남운수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교사들 ⓒ 이기동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참석하고 있다는 도교육청의 말과는 달리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모두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지난 4월 12일부터 8월 31일까지 총 20기의 교육과정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 '교직원 교통안전 연수'는 처음부터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가 보장되지 못했다.

온양에서 온 한 고등학교 여교사는 "이번에 못 받으면 내년에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해요. 전체 교사가 50명쯤 되는데 매주 교육 때마다 두 명 정도씩 참석하는 것으로 아니까 아마 40여명이 이번 교육에 오는 것 같아요"라며 이 학교 교사 대부분이 이번 교육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태안의 한 교사는 "이미 학교에 몇 명이 참석해야 한다고 통보돼 각 과마다 몇 명씩 명단을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고, 천안에서 온 교사는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연수 계획에 대한 공문도 보지 못했다"고 말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번 연수를 위해 반강제적인 교사 동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실제 충남도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연수교육 지침을 하달하기 전인 지난 3월 26일 '충남운수연수원'에 보낸 위탁교육 공문(중등 81840-380, '교통안전 직무연수 위탁 및 연수경비 송금') 별첨 자료에는 충남 15개 시군 교육청과 각 학교별로 인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에서 올 상반기 동안 6000명의 교사 교육을 위탁한 것으로 돼 있다.

"이런 교육을 꼭 여기까지 와서 받아야 하나"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세시간의 시간을 들여 교통안전 교육에 참석한 교사들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들은 특별한 교육시설이 필요하지도 않은 강의 위주의 교육을 위해 대체 수업을 해가며 원거리에 있는 연수원에서 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안전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교사들조차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한 교사는 "아무리 교육내용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과 시간, 돈을 들여 굳이 여기에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특별한 교육시설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차라리 이곳 소속 강사를 각 지역으로 파견해 교육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사는 "이 정도 내용이라면 일과 시간이 끝난 뒤에 교육청별로 순회교육을 하면 될 것을 왜 대체수업까지 하면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일부 교사들은 이날 강의 내용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에 돌아가서 가르쳐야 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안의 한 교사는 "교통사고 처리나 안전운행에 대한부분은 개인적으로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교통안전 지도요령에 대한 강의를 들었지만 강의 내용이 자가용 운전자에 대한 교육 위주로 짜여져 차를 갖고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가르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강의 소감을 밝혔다.

오히려 일부 교사들은 "운전면허 취득 과정이나 적성검사 과정에서 해야할 만한 내용의 강의를 교직원 직무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차라리 교육적 차원의 연수라면 각 학교의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담당 교사를 중심으로 한 연수나 학생들을 위한 교통안전 시청각 교재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 이날 교육은 교통안전 지도요령, 대법원 판례 해설 및 안전운전, 자동차관리요령, 방어운전 및 사고처리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안전교육을 위한 내용보다는 자가용 운전자를 위한 교육 내용에 치중해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교육 내용에 대해 도움이 됐다고 밝힌 대부분의 교사들 역시 "개인적으로"란 말을 빼 놓지 않았다.

또한 이날 교육을 위해 교사들에게 배포한 교재는 참고자료로 배포한 '자가운전 수첩' 이외에 특별한 교육 교재가 준비되지 않았고 각 강좌마다 강사가 배포한 A4용지 한 장 분량 정도의 강의 자료 이외에는 교재가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

교사들에게 제공된 '자가운전 수첩' 역시 대부분의 구성이 도로교통법 주요규정 발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요약, 자동차 보험 상식, 안전운전 및 경제운전 요령 등 개별 운전자의 운전 상식 위주의 내용으로 학교교육과의 연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한 교사는 "'혈세 낭비의 현장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한 먼저 참석했던 교사의 말이 생각난다"며 "차라리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부족한 교육 부분에 투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청이 학교 현장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꼭 필요한 교육이라면 지금이라도 학교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 교육청 차원으로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에 참석한 교사들은 충남 각 지역에서 온 278명의 교사가 참가했으며 지난 4월 12일 교직원 교통안전 교육이 실시된 이후 3번째로 교육을 받았다. 충남도교육청이 실시 중인 이번 교육은 앞으로 8월 31일까지 매주 목요일 매 기수마다 300여 명의 교사들이 연수를 받게 된다.


2신-4월 26일 오후 5시 30분: 강사비는 2600만원인데 관리직원 인건비가 5억원

충남 공주시 금흥동 충청남도운수연수원 입구 표지판 ⓒ 이기동
운수종사자 교육전담 기관인 사단법인 충남운수연수원(이사장 권오룡. 충남도 행정부지사)의 지난 해 관리직원 인건비가 5억원을 넘어선 반면, 같은 기간 교육강사 인건비는 26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운수종사자 등 교육수강자들이 내는 교육비만으로도 강사 인건비를 포함, 교육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충분한데도 직원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년 충남도가 5억 8천여만원의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운수연수원의 지난 해 결산자료에 따르면 총 지출예산 7억2672만원(이월금 1억7107만8천원 별도) 중 70.1%인 5억998만3천원이 직원인건비로 지출됐다.

지난 해 직원이 모두 14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평균 3600여만원을 받은 셈이다. 기본급, 상여금, 수당 외에 직책수당, 효도휴가비, 급식-교통비 등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한 해 동안 안전교육을 전담한 교육강사 인건비는 시간당 7만원씩 모두 2625만원에 불과했고 강사 인건비를 포함, 교육에 필요한 교재비, 식비, 비품-난방비, 공공요금, 수선-유지비 등 모두(1억 2천여만원)를 교육대상자들로부터 수강료를 받아 충당했다.

결과적으로 14명의 직원 인건비 보전을 위해 매년 충남도로부터 5억8500만원을 별도로 보조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배'보다 큰 '배꼽'을 위해 교직원 교통안전연수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충남운수연수원 원장 김만식 씨는 지난 98년 충남도 건설교통국장직에서 퇴임하기 1년전부터 원장 직무대리를 맡아왔고 98년 정식 원장을 맡아 지난 2월 임기가 끝났으나 또 다시 연임, 오는 2004년 2월까지 임기를 보장 받았다. 게다가 정년을 앞둔 42년생의 또 다른 공무원도 이곳에서 보직을 받아 일하고 있다.

그러나 김만식 원장은 "운수연수원은 운수종사자의 자질과 대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비영리 교육기관"이고 "교직원 교통안전교육은 도교육청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며 "교육비는 전액 교재비, 식비, 강사비에 쓰여져 남는 돈은 단 한푼도 없다"고 말했다.

충남운수연수원은 지난 88년에 충남도(73%)와 충남도 버스운송사업조합 등(27%)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도내 여객과 화물자동차 운수종사자 1만4천여명에 한해 8천원의 교육비를 받고 매년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충남도교육청 구영회 장학사는 "하루내내 교직원 교통안전 연수현장을 지켜봤다"며 "관계자 협의를 통해 종합 개선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1신대체--4월 26일 오전 10시30분

목요일인 오늘(4월 26일)도 교사들은 학교를 떠나 이 운수연수원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받고 있다.

매주 목요일이면 충남 공주 '충남운수연수원'(금흥동, 원장 김만식)에는 오전부터 수백여 명의 도내 초.중.고 교사들이 모여든다. 가깝게는 인근 연기, 공주, 논산 등에서 오는 교사들도 있지만 태안, 보령, 당진 등 3-4시간을 꼬박 달려오는 교사들도 많다.

그렇다고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벌점이 많거나 면허정지를 당한 교사들은 아니다. 각 학교별로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동원된 일반 교사들이 태반이다. 물론 교통안전 교육을 받기 위해서이며 이날 학교수업은 대체수업이나 보강수업으로 대신한다.

최근 이들이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강복환)을 상대로 교통안전교육을 강요하지 말라며 집단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사들의 항의글만도 24일 현재 수백여 건에 이른다.

도교육청은 올해에 도내 초.중.고 교사 8000명에게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달 초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300여 명씩 이곳 '운수연수원'에 의뢰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 교육청이 내세운 특별교육 이유는 "교육자부터 교통질서 확립에 솔선수범을 해야 하니까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각급 학교에서 출장비(1일 2만-3만원)를 지원하도록 요청하고 이와는 별도로 교사 1인당 1만원의 교육비와 중식비를 도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상반기 중 교사의 교통안전 교육에 최소 3억여 원의 예산이 쓰여지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각 학교별로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참석 인원이 할당된 데다 교장의 지시사항으로 하달돼 사실상 강제 동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수원 주차장을 가득 메운 교사들의 차들 ⓒ 이기동
천안의 엄아무개 교사는 "매주마다 교육 참석 대상자를 결정하느라 교무실이 술렁인다"며 "희망하는 교사가 없어 교육 경력이 적은 순으로 교육 대상자를 채우고 있고 보강수업이나 대체수업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한바탕 법석을 떤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가뜩이나 교사가 부족한 마당에 수업 결손마저 초래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왜 강제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교사 직무와 별다른 연관이 없는 교육내용도 논란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 5시간 동안의 교육 내용은 교통안전 지도요령(1시간)을 빼면 대법원 판례 해설 및 안전운전 요령(1시간), 자동차관리요령(1시간), 방어운전 및 사고처리 방법(2시간) 등이다.

"각 학교별로 교통안전교육 담당자만 들으면 될 것을 면허취득시 이미 들은 내용을 수업 빼먹고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가며 꼭 벌여야만 하느냐"(예산의 이아무개 교사)는 비판은 이 때문이다.

교사들은 꼭 교통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면 책자를 통한 교육이나 지역 교육청별 순회교육, 자체연수 등 수업 결손이나 예산을 절감해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 연수를 다녀왔다는 한 교사는 독자의견에 이렇게 적었다.

왜 갔는지 모르겠어요
다녀온 교사, 2001/04/26 오전 7:59:53


연수를 다녀온 교사이다.
수업대체하느라 전날 여섯시간을 수업하고 연수에 참석한 마음은 한마디로 참담했다. 직무연수라면 무언가 학습지도와 관련이 있든지, 아니면 최소한 업무처리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어야 할 텐데. 운전면허 따고 받았던 연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만만한 행사에는 언제나 찍소리 못하고 동원되어야만 했던 교사의 모습...
민선 교육감이 주인인 교사를 동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보 양보하여 만약 꼭 필요한 연수라 하더라도 각 학교별, 또는 지역별로 강사를 파견하여 원하는 사람만 듣도록 하는 것이 옳다. 자격연수 조차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안하는데... 그런데 학교별 인원 할당이라니, 3공화국때나 있었던 일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교육감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구영회 장학사는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이 교육내용이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나왔다"며 "일부 교사들의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완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정된 연수는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충남운수연수원은 88년에 영리목적으로 충남도(73%)와 충남도 버스운송사업조합 등(27%)이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이 운수연수원의 이사장은 충남도 권오룡 행정부지사가 맡고 있고 원장 김만식 씨는 98년까지 충남도 건설교통국장을 지냈다. 직원이 14명인 운수연수원은 작년 예산이 총 8억원이었는데 이중 3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했으며 외부 초청 강사비로 2600만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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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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