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 '뽑기'를 아시나요?

등록 2001.04.26 10:59수정 2001.04.2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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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꼭 나이가 지긋하신 분 아니더라도 20대 중반만 되어도 초등학교나 놀이터 근처에 가면 언제나 뽑기를 파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있었지요.

어머니들은 불량식품이라고 못먹게 했지만 그때는 그 단순한 먹거리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집에서 해먹는다고 국자 여러 개 태워서 꾸중도 참 많이 들었지요. 오늘 그 향수 속으로 한번 가보지요.


뽑기. 그 인기는 실로 계절과 유행을 초월한 안정세를 확보한 것으로서, 당시 초등학생 장래희망 설문조사에서 꼭 한두 명씩은 그 정다운 이름을 언급하여 성장한 기성세대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었지요.

좌판 중에서 아이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뽑기’였습니다. 뽑기 장사는 아이들이 돈을 내면 시커먼 물 속에 담가뒀던 국자를 꺼내 설탕을 담아줬습니다. 두어 찻숟갈쯤 되는 설탕을 연탄불에 올려놓고 대나무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녹인 뒤 소다를 넣으면 빵처럼 부풀어오르죠.

달콤한 맛과 소다의 씁쓰레한 맛이 어우러진 그 기묘한 식품은 아이들의 소중한 간식이었습니다. 소다를 많이 넣을수록 색은 검붉어졌지만 크기는 더 크게 부풀어오릅니다.

이 원리로 인해 욕심 많은 아이들은 소다를 듬뿍 넣곤 했는데, 그러면 뽑기 맛은 그만큼 더 씁니다. 아이들은 소다를 첨가할 때마다 단맛을 선택할 것이냐, 쓴 맛을 선택할 것이냐로 갈등해야 했죠.

설탕을 불에 녹여 그 속에 소다를 넣고 저으면 설탕 액이 크게 부풀어올라 먹음직스러운 뽑기가 됩니다. 뜨거운 설탕 액체에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 주면 열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생겨 설탕액체를 뚫고 나가면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부풀어오르기 때문이죠.


설탕을 녹여 소다 한 젓가락이 닿는 순간 한없이 부풀어오르는 뽑기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커서 뽑기 장사 아줌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첫번째 단계로 뽑기를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부엌에 들어가 국자에 뽑기를 만들어 먹다가 엄마에게 성한 국자 버렸다고 야단 맞아본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것이고요.

뽑기는 처음엔 단지 설탕 녹여 먹는 설탕과자, 즉 '달고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지 뽑기 장사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지자 그들은 코흘리개 손님을 더 끌어 모을 작정으로 그 이름을 ‘뽑기’로 바꾸며 다소 위태로웠지만 성공적인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다 부푼 소다와 설탕의 합성물을 철판에 쏟아놓고 양철판 (마치 호떡을 누르는 판과 같은) 으로 누른 다음 거기에 세모나 동그라미 모양을 찍어서 고객에게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이것을 모양대로 떼어 가져가면 덤으로 뽑기 하나를 더 만들어주곤 했지요.

하지만 이것도 한두 번. 곧 그들은 오징어나 별모양을 찍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나 별은 모가지가 가늘거나 끄트머리가 뾰족해 뽑는 도중 부러지기가 일쑤여서 '뽑기'가 만만찮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이들은 뽑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냅니다. 설탕은 물에 잘녹으므로 움푹 파인 홈에 침을 발라두는 것이죠. 그러면 침 묻은 곳은 금세 녹게 됩니다. 손으로 하는 것보다는 뽑을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침을 너무 많이 바르면 다른 부분도 같이 녹아버렸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이번엔 옷핀이나 바늘에 물을 묻혀 금을 따라 녹여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아이들의 뽑기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자 뽑기 아저씨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뽑기 아저씨들은 마침내 물이나 침이 묻은 것은 꽝으로 쳤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뽑기 아저씨와 아이들 사이에는 침을 묻혔잖느냐’, ‘더우니까 땀이 나서 그런 거예요’라는 식의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였지요.

우스울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실랑이 외에도, 뽑기엔 치열한 생존의 법칙은 존재했습니다. 불의 가장자리에 국자를 얹게 되면 아무래도 열기가 덜하다 보니, 국자로 불의 중간자리를 점령하기 위해 아이들 사이에는 치열한 경쟁심리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1960년 - 1980년대 아이들의 은밀한 간식거리였던 설탕 뽑기는 요즘도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주변은 물론 종로, 대학로, 신촌, 압구정 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골목이면 4-5곳씩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애들 하도 여러 가지 먹거리가 널려있다보니 뽑기라는 것에 관심은 없지만 아무튼 뽑기는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기억이 되는군요. 오늘 소다를 사다가 뽑기나 해먹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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