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조개를 아십니까?
쌀 생산만이 식량안보 아닙니다"

한 공무원의 새만금 사업 반론

등록 2001.04.29 10:33수정 2001.05.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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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140배가 된다는 새만금 갯벌ⓒ<우리바다>
<오마이뉴스>는 4월23일부터 약 한 달간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200여개 환경 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의 연대체인 '생명평화연대'(상임대표 문규현 신부 등 6명)와 공동으로 '생명의 땅, 새만금 살리기' 캠페인을 벌인다. 새만금 사업 문제가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재론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진흥원 서해수산연구소 증식과장인 박영제 씨가 <오마이뉴스> 게릴라로 참여해 새만금 사업 반대 입장을 전해왔다. 이 글은 수협에서 발간하는 <우리바다> 4월호에 실린 글이기도 하다.-편집자 주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선사시대의 유적지에서는 조개 무덤들이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인류는 태초부터 바닷가에서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조개를 귀중한 식량자원으로 이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건강의 지혜를 터득해왔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미와 사랑의 여신「비너스」는 키프로스 섬 파포스 바다의 거품 속에서 숙녀의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이렇게「비너스」는 바다(海)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났는데, 그리스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조개들의 고향인 새만금 갯벌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새만금의 깨끗하고 고운 모래펄에 살고 있는 백합조개ⓒ<우리바다>


쌀보다 고마웠던 해방조개

갯벌에는 연안 해양생물의 66%인 1만2000여종이 살고 있는 생물들의 낙원이다. 특히, 새만금 연안은 세계적인 패류어장으로 육지로부터 아주 먼 곳까지 수많은 종류의 조개들이 살고 있는 패류의 천국이며, 미래의 가장 경쟁력 있는 우리의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또한 생물이 번식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무기 영양소가 육상으로부터 공급되어 모래펄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바다 영양원의 보고이다. 이를 이용해 서해 먼 바다의 생물들에게도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해주고 있는 삶의 원천인데, 이들 에너지원의 공급은 금강, 만경강 그리고 동진강이 담당한다. 그러니까 새만금의 영향권은 서해 전역이라 할 수 있다.


(위)새조개, (아래)개량조개ⓒ박영제
새만금 영향권의 갯벌에 살고 있는 조개 중에는 '해방조개'라고 불리는 개량조개가 있다. 지역 주민들은 해방 이후 1960년대 초반까지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절에 어촌의 배고픔을 해방시켜준 고마운 조개로 생각하여 해방조개라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쌀도 식량이지만 조개류는 단백질이 풍부한 고급 식량인 셈이다.

몸길이가 30cm나 되는 '키조개'는 새만금의 영향을 받는 위도연안까지 살고 있다. 또한 새만금의 깨끗하고 고운 모래펄 조간대에는 패류중의 왕자인 '백합(白蛤)조개'가 살고 있다. 이 외에도 바지락, 동죽, 맛, 가무락, 큰이랑피조개와 같은 수많은 경제성 높은 조개집단이 새만금 영향권에 살고 있다. 이들은 방조제가 완공되면 주변 영향권의 해저지형과 저질, 수심 등이 변해 모두 죽어야 할 절박한 순간에 와 있다.


새만금 갯벌의 백합ⓒ<우리바다>
새만금 연안을 포함한 전북지역의 어류와 해조류, 기타 연체동물을 제외한 조개류의 생산량은 새만금 간척공사 이전인 1991년 어업생산통계 연보에 따르면 새만금영향권에 포함된 전북지역의 갯벌에서 잡아들인 것만도 5만7657톤(kg당 6천원으로 환산하면 총 3459억원)에 이르며, 비 계통 출하 분까지 합하면 그 수배에 달한다. 전북의 조개류 생산량 대부분이 새만금을 포함한 갯벌에서 생산된 점을 감안해보면, 간척공사 완공 시 새만금 영향권의 광범위한 수역에서 사라질 조개류의 경제적 가치손실은 어류나 해조류의 가치를 제외하고라도 쌀 생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수질개선은 현실성 없는 '꿈'

경제성을 따진다면 육상의 농업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지만, 바다에서는 자연 발생한 어패류가 자연의 먹이를 먹고 누가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성장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쌀을 생산한다면 영농비를 제외하고 과연 농업소득이 어업소득만큼 유지될 수 있을까?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지락 양식장ⓒ<우리바다>


갯벌은 영국의 과학전문지(Nature)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농업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이 식량안보가치에 의해 429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다.

쌀 생산만이 식량안보는 아니다. 국민의 식생활 개선으로 이제는 쌀보다는 바다식량자원이 진정한 식량안보의 주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모든 나라가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하고 있어 앞으로는 자기 바다가 아니면 고기를 잡을 수도 없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국민에게 필요한 단백질 공급을 위해서는 부족한 수산물을 수입해 먹을 수밖에 없는데, 토종수산물이 아니면 수입수산물은 보건 상 안심할 수도 없다. 쌀 생산만을 위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황금바다를 없앤다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특히, 뚜렷한 대안 없이 1조원 이상의 수질개선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경제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공사 강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임시방편으로 동진강 수역을 우선 개발하고, 만경강 수역은 수질개선 후 사업추진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고, 간척지 안의 마을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만경강 수량을 4배로 늘리면서 가축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농림부의 대안은 이후에 일어날 환경재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다.

폐수로 오염된 시화호ⓒ<우리바다>
시화호나 영산호 등에서 이미 실패한 바 있는 장래의 수질예측을 통해 홍수조절과 수질정화 등으로 연간 3806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도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발상이다. 자연은 인간의 생각과 같이 동조하지 않으며, 이론적 수치해석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한 예를 볼 수 없다.

반쪽 간척도 있을 수 없다. 서둘러 중단하자

거대한 담수호와 그 주변해역을 관리한다는 것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도 솔직히 불가능하며, 시화호처럼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담수화 포기에 이를 것은 자명한 이치로 환경영향평가결과를 과신하면 안 된다.

따라서 수질유지를 위해 매년 수천억 원씩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바에야 이쯤해서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반쪽 간척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서둘러 포기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또한 고군산군도의 땅값이 상승한다고 하는데, 환경파괴로 얻은 땅값상승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국토확장효과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 국토가 좁은 것만은 아니며, 바다를 메우지 않더라도 관리체계를 개선해나가면 새만금보다 더 많은 땅을 주변에서 얻을 수 있다.

물론 사업이 58%나 진행된 시점에서 공사를 중단하게 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나 추진 주최측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추진한 사업인 만큼 이제 와서 책임소재를 따지기보다는 현 시점에서 중단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후손에게도 용기 있는 결단으로 환영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상황에서 활용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까지의 1조1400억원의 투자비용은 대부분 유휴장비의 활용 또는 인건비에 지출된 것으로 고용창출의 효과 측면에서 보면 국부의 해외유출이 전혀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쯤해서 중단하더라도 꼭 예산만 날리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미 60% 가량이 축조된 방조제는 생물서식을 감안하여 바닷물이 자유롭게 소통될 수 있도록 중간 중간을 제거한 후 보강하고, 여기서 나온 돌들을 모아 제거되지 않은 곳의 방조제 면적을 확대하는 데 투입하면 된다.

또한 제거된 곳의 방조제 부분은 현수교 등의 다리로 연결하여 고군산 지역 섬 주민들을 육지와 연결해주면 원하는 땅값도 상승할 것이다. 방조제 면적이 넓어진 곳은 서해의 다목적 인공 관광 섬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갯벌을 살리면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물의 흐름에 의한 와류 등이 형성되어 생물서식은 지금보다 더 나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경, 동진강 주변의 심포항에 정박해 있는 조개잡이 어선들. 이 배들은 새만금 사업이 완공되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우리바다>


갯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새만금간척이 완공되면 150만 명이 1년 간 먹을 식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매년 수천억 원의 영농비와 수질관리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만금 주변해역에서 매년 생산되는 수만톤의 어패류는 전 국민에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천억 원어치의 고급 단백질을 연중 공급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즐거움도 안겨준다.

갯벌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변경해 나가야 할 대상이 아니며, 그럴 만한 자격도 전혀 없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살고 있다면 갯벌도 하나의 생태계이다. 인간도 갯벌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그 생명은 상호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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