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태권도를 이렇게 깨끗이 씻어내겠습니다"
경희대 이동찬 학생회장이 삭발 후, 머리 위로 물을 쏟아 부으며 한 말이다. 이 한마디는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물론 삭발식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까지도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동고동락'하던 같은 학교 학생들의 머리가 한 웅큼, 한 웅큼씩 잘려나갈 때마다 자신의 머리가 잘려나가는 듯한 아픔을 함께 느꼈다.
4월26일 오후 4시경 '김운용 총재와의 면담'과 '대한태권도협회 임윤택 전무의 사퇴'를 요구하며 장기집회에 돌입한 경희대, 용인대, 경원대 그리고 한체대 태권도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태권도바로세우기연합(이하 태세연)' 학생들은 삭발식을 거행하고 '더럽혀진 태권도를 정화하자'라고 결의했다.
대한체육회가 위치한 올림픽회관 입구에서 진행된 이번 삭발식은 '2001년도 국가대표 선발전 파행'으로 인해 불거져 나온 현 대한태권도협회의 문제를 타파하려는 학생들의 굳은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제(26일) 오후 3시 35분경 태세연 소속 학생회장들간의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용인대 윤승훈 학생회장이 대한체육회 입구까지 시위할 것을 학생들에게 제의했고 학생들은 이내 올림픽회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전투경찰은 한 발 앞서 올림픽회관 출입구 앞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한 때 올림픽회관 입구에는 200여명의 학생들과 100여명의 전경들이 대치하며 일순간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입구가 봉쇄당하자 용인대 윤승훈 학생회장은 "우리 학생들은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며 "김운용 회장님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 학생들이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고 외쳤다.
또한 경희대의 한 학생은 입구를 봉쇄한 전경들을 향해 "우리도 체육인들이다. 왜 우리를 가로막느냐"며 항의했고, 이동찬 경희대 학생회장은 "김운용 회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며 "이제는 학생들이 직접 회장님을 찾아 뵙는 수 밖에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오후 4시경 "이 자리에서 꼭 대답을 듣고 가야겠다"고 외친 이동찬 경희대 학생회장을 시작으로 용인대 윤승훈 학생회장, 경원대 김태형학생회장, 경희대 김현범, 서명선, 이춘수(이상 3학년) 그리고 용인대 엄현복(3학년)의 삭발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 20여분간에 걸쳐 이어졌다.
이어 오후 4시 20분경 이동찬 경희대 학생회장이 "우리는 2001년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벌여졌던 만행을 바로잡기 위해 모였다"며 "우리는 임윤택 전무이사 사퇴, 대태협의 공식사과 그리고 김운용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삭발식을 끝냈다.
한편, 이틀째를 맞은 학생들의 이날 집회에는 오전 9시30분경 70여명의 한국체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참가해 앞서 나온 경희대, 경원대, 용인대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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