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참패는 언론개혁 때문이다?

조중동부터 "民心을 제대로 읽"고 "두려워하라"

등록 2001.04.28 09:31수정 2001.04.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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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8일) 아침 신문들은 일제히 민주당의 선거 참패를 1면 머리기사와 사설 등으로 다루었다. 나 역시 민주당의 참패를 사필귀정으로 생각하며 속이 후련하다는 심정을 느낀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정쇄신을 약속한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고 엉뚱한 처방을 해대는 처사를 한심하게 지켜보던 차였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조선 동앙 중앙의 사설에 대해서는 짚고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작은 하나는 한나라당에 대한 조선일보의 편애와 편향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동아와 중앙이 단순히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한 민심 이반을 지적한 반면에, 조선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각각 20%, 7%대에 그치는 반면, 야당은 47%였다는 사실은 민심의 소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라고 하여 민심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언론개혁'과 연계시키는 기민함과 교활함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관련 부분의 내용을 먼저 보자.

"그러한 무리한 원내 과반수의 배경 아래, 언론개혁을 한다, 무슨 개혁을 한다며 계속 강공으로 나온 집권측에 대해 이번에 국민들은 '민주당 전멸'의 옐로 카드를 던진 것이다."(조선일보, '집권당 전패'의 민심)

"···그 후속편이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에 의한 언론고시 강행으로 나타났으며, 경찰의 대우차 노동자 무차별 진압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밀어붙이기식 언론고시 시행, 이무영 경찰청장 사퇴 요구 일축 등 여론을 외면한 오기(傲氣)정치가 뒤를 이었다."(중앙일보, 民心을 두려워하라)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은 갈수록 깊어지는데도 전력을 다해 이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비판적 목소리에 적대적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이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동아일보, 民心을 제대로 읽어라)


그래도 동아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느꼈는지 직설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의 신문고시 제정 등에 대해 비판적 언론에 칼을 들이댄다고 반발했던 점을 상고해보건대 같은 얘기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민주당 전멸'이 '옐로 카드'가 아니라 '레드 카드'라 해도 '민심'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개혁이 민심의 이반을 초래케 한 주요 요인이 되어 민주당의 참패를 가져오게 했다는 해석은 지나치지 않은가?


언론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정직하고 깨끗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다른 모든 분야를 감시하고 비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비리에 연루되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남의 허물을 맹렬하게 비판할만큼 부도덕하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신들은 온갖 추잡한 불공정행위를 자행하면서 다른 기업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제 자식들은 부정한 수단으로 병역의 의무에서 빼돌리면서 사회 지도층의 비리를 탄식하며,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개혁적인 요구와 조치들에 대해서는 언론탄압이라고 둘러대는 게 오늘 우리들이 대면하고 있는 언론의 모습이 아닌가?

묻는다. 언론개혁에 대한 '민심'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무슨 말이 들리는가? 이미 여러 조사에서 국민들의 80%가 언론개혁에 찬성한다는 민심이 확인된 바 있다. 기자들의 절대 다수도 편집권의 독립 등 언론개혁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실이 이처럼 엄연함에도 조중동은 그 동안 민심을 거스르며 언론개혁에 저항해왔다. 온갖 거짓말과 궤설을 늘어놓으며 국민을 속이려들었다. 그들에게 차출되어 궤변으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한 학자들에 대해서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조중동과 언변(言邊)학자들은 언론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정작 군사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할 때 한마디 말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좋다. 과거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말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조중동은 군사정권을 대체하는 신문권력이 되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정상적인 언론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언론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민심이다. 그런데 신문권력은 그같은 민심을 가볍게 묵살하면서 기득권의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역으로 묻는다. 신문권력은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으며, 두려워하고 있는가? 계속 이렇게 후안무치(厚顔無恥)하게 국민을 무시한다면, 민심은 신문권력에서 이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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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대표. AI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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