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하늘에 누워
풀잎을 본다
풀잎, 하늘, 구름, 이슬
바람이 분다
풀잎이 스러지고
하늘도 스러지고
(시 '5월의 아침' 전문)
5월은,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두빛 희망둥이들의 축제인 '어린이 날'과 핏덩어리 자식을 보듬고, 자신의 심장처럼 소중하게 키어오신 부모님의 은혜를 감사하는 어버이날, 사람을 사람되게 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아니하신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는 '스승의 날'이 있는 날입니다.
또한 연두빛이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저 산하의 생명 성장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미래의 희망둥이들인 우리의 청소년들이 밝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기를 소원하는 마음을 담아 '청소년의 달'로 기념하여 지키는 '청소년의 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 역사의 5월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5·16, 5·17, 5·18 등 민족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굵직한 사건들로 소용돌이쳤던 달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희망과 사랑은 역사의 깊은 밤을 지나고, 고난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도 우리 민족의 현실은 그리 밝아보지만은 않습니다. '반복되는 역사'라는 말을 떠올릴 할 만큼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민족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한 해 200만명 이상의 태아가 세상 밖으로 나와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한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힘찬 울음소리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야 하는 생명 경시의 풍조 속에 서 있습니다.
죽음도 가로막지 못할 사랑과 희생을 다하셨던 부모들이 자식의 차가운 시선과 냉대 속에 눈치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던 그 존경심은 옛말이 되었고, 지금은 그림자는커녕 제자가 스승의 몸에 손을 댈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가 하면, 밝은 사회를 담보하는 가정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5년 안에 이혼하는 부부가 서울시에서만 3쌍 중 1쌍이라고 하니,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주례선생님의 말은 우스개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깨어진 가정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기댈 곳조차 없는 게 우리들 가정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원조 교제, 인신매매, 실업자 100만 명, 여야의 당략적인 정쟁과 사회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 극도의 지역 및 집단이기주의의 표출로 인한 님비 현상의 심화, 답보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등이 5월을 맞는 우리 민족의 현실입니다.
그윽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서도 우리는 정작 이 세상의 악취와 듣지 않았으면 더 좋을 소음 같은 이야기를 날마다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서글픈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비전이 없는 민족은 망한다"(구약성서 잠언 29:8)는 역사적 교훈을 붙들고 100번 넘어지고,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우리도 이 어두운 민족의 현실 속에서 민족의 비전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개인의 비전과 가정의 소중함을 지켜가는 사랑의 수고를 다했으면 합니다. 자유의 이름을 부르며, 그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면서도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무너져 내리는 가정과 사회와 우리의 공동체가 다시 든든하게 일어설 것입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더 따뜻하게 바라봐 준다면, 그들의 '끼'가 마음껏 발산되는 열린교육의 틀도 만들어져갈 것입니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국가이든 간에 '사랑의 수고'와 '서로를 신뢰해 주고, 격려해주는 '믿음의 희망' 있다면, 쓰레기더미에서도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나게 하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5월에, 우리 모두가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편지를, 부모에게는 사랑의 편지를, 스승에게는 보은의 편지를,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첫사랑의 감격을 되살려놓을 편지를, 우리 주위의 청소년들에게는 격려의 편지를, 우리와 함께 민족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에 최선의 수고를 다하는 동료들에게는 함께 하는 즐거움의 편지를 띄우는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을 넘고 아픔을 넘어
이 산하 곳곳에 이름 없는 풀씨되어
온 천하 파랗게 물들여 가는 일이
우리의 작업이 될 수만 있다면
신명난 춤이라도 한판 멋드러지게
춰 볼일이다.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빽있는 사람도, 빽없는 사람도
어린이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처녀 총각도,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함께 푸른 꿈을 가진 아이로 태어나
풀씨 흩날리는 이 산하 곳곳으로 숨어들어
초록으로 짙어 가는 이 강산을 노래하자
슬픔을 사르고 아픔을 삭이고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오월을 노래하자.
(시 '5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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