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베스트극장 '늑대사냥' 직장 성희롱 잘 묘사

성적 수치심과 절망감을 설득력있게 표현해 공감대 형성

등록 2001.04.28 10:00수정 2001.04.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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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금요일 밤 10시 50분부터 약 1시간동안 MBC가 방송한 '베스트극장 - 늑대사냥(극본 박예랑 연출 오현창)'은,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과 비뚤어진 성문화가 어떤 일그러진 모습으로 표출되는가 하는 사실적 묘사와 이의 개선을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전환과 그 당위성을 잘 그려낸 한 편의 걸작이었다.

사회 초년병 여주인공 미연(탤런트 김정은 분)이 직장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고 회식자리에서 성추행당한 후, 이의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거쳐 승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늑대사냥'은, 자칫 진부하게 처리될 수 있는 이론적 내용을 리얼리티하게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 미연이가, 직장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서도 동료 직원들로부터 헤픈 여자로 매도당하고 같은 여자들로부터도 오해를 받는 내용에서는 여성임과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성적 수치심과 절망감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어 드라마와 시청자들의 일치감을 이끌어 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낸 것이다.

성희롱은 잘못된 것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법한 내용에 대해, 단순히 남녀간의 시각차이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인권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에서의 구성원의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담아 내었다.

여성이 사회에서 받고 있는 불이익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생활을 감수해 내고 있는가와 불평등한 여성의 차별에 대해 회사에 소속된 한 조직원으로서의 여성이 거대한 조직에 맞서 이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이 흥미위주로 흐르기 쉬운 연출적 단점을 잃지 않고 중심을 살려 내었다.

덧붙여 잘못된 일부 남성들의 성희롱 문화가 결코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의 중요성, 그리고 자신의 영달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것을 외면하는 여성 스스로의 모순에 대한 반성, 나아가 현행 법체계의 보완점에 대한 시사성도 가미되고 있다.

특히 탤런트 김정은의 열연이 돋보였고 탤런트 현 석의 상습 성희롱 부장역도 뻔뻔함을 잘 보여 준 좋은 연기였다. 여성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남자친구의 역할이 애매한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인권을 무시당하고 있는데 "회사 생활 편하게 하려면 그만 둬라"라는 태도와 미연의 투쟁에 지켜보는 무력한 사랑,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미연에게 사과하지만 정작 자신이 남성집단속에서 보고 들은 진실에 대해서는 증언하지 않는 모습 등은 미연이가 당한 성희롱을 단순히 남녀간의 시각차에서 생기는 문제로 국한시킬 수 있는 약간은 유치한 설정이었고 회사 생활 잘 하려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라는 역설적 아쉬움도 논란의 여지로 남는다.

또한 판결에 이겨 다시 시작하는 미연이에게 다가올 또다른 현실적 문제에 대해 조금만 언급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아직 우리의 현실은 "미연이 그 여자, 독한 여자다"라는 뒷말이 추측되는 사회인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이고 보면, 성희롱 부장을 상대로 한 소송에는 승리했지만 회사라는 구조속에서는 남녀가 아닌 상사와 약자의 권력을 앞세워 미연이를 대할 또다른 그 무엇인가가 미연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잘 그려내면서 약간의 대안까지 그려주었으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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