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3시 무렵 수원 권선구청에는 민주노총경기본부 김영수 위원장과 매향리 주민대책위 전만규 위원장을 비롯해 범민련 경기남부연합의 이경원 의장 등 경기도 지역의 쟁쟁한 활동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구청에서 무슨 규탄대회나 항의방문이 벌어지는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권선구청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될 매향리 미군국제폭격장 폐쇄 경기도대책위원회(이하 매향리 경기도대책위, 상임대표 김영수) 대표자 총회 및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행렬이었다.
김영수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해 6월은 6.15남북공동선언과 더불어 매향리 투쟁이 전사회적 문제로 확산된 의미있는 시기였으며, 그 가운데 매향리가 있는 경기도 지역 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상임대표는 또 "지난 해의 성과와 교훈을 올바로 평가하고 매향리 주민들과 연대하여 승리하는 2001년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어 전만규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연대투쟁으로 기총사격을 중지시키는 등 부분적인 승리를 일궈내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을 일깨우는 데 역할을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매향리의 해방을 위해 더 강고한 연대투쟁을 진행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해 투쟁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미군기지 문제를 전국민적 사안으로 끌어올리고, 주민들에게 승리에 대한 전망을 갖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역연대의 가능성을 높이고, 정부와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국방부 종합대책안'이라는 항복을 받아 낸 것"도 주요한 성과라고 인정됐다.
이에 반해 극복해야 할 지점으로는 "사업의 준비와 집행 과정에서 주민대책위와 긴밀하게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였고, 대책위 참가단체들의 각기 다른 조건과 처지를 고려한 다양한 사업을 배치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아울러 "투쟁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과 대책위의 사업 집행력이 부족했으며, 참여단체들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문제제기가 공유되었다.
이러한 평가에 기초해서 회의에서는 매향리 경기도대책위의 2001년 주요 사업으로 "매향리 현장을 직접보고 느낄 수 있는 매향리 방문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연령, 계급의 사람이 참여해 배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각 시, 군 별로 참가단체들이 거점을 정해 장기적인 성명운동과 시민홍보(비디오 상영, 사진전 등)를 진행하고, 매향리 주민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간담회와 후원의 밤 등 잦은 만남으로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하기로 하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채택해 "불평등한 SOFA를 즉각 개정하고, 소음 피해 이외의 피해와 매향리 주민 전체에 대해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또한 "가열찬 매향리 투쟁으로 올해 안에 완전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 중엔 "행사 장소가 권선구청 3층 회의실로 결정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보인 사람도 있었다.
"구청 회의실에서 매향리 대책위 결의대회를 하다니, 세상이 변하기 변했나 보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장소 섭외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교통이 편하고, 가능하면 무료로 장소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청 회의실을 사회단체들이 이용하는 건 당연한 권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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