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이미 망가진 우리의 교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통일의 문제가 반세기이상 굴절,분단된 것의 복원이듯이, 교육의 문제역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처럼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교육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린 이유를 “경제우선주의”정책에 그 큰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투자에 대한 회임기간이 짧다. 즉, 투자에 대한 산출이 비교적 즉각적이며 아울러 객관적이다라는 말이다. 반면 교육이나 문화는 사람의 행동양식과 사고체계 등을 다루는 것이기에 그 투자에 대한 회임기간이 상당히 장기적이며 유보적이고 또한 주관적이다.
따라서 과거 40여년동안 우리는 학교를 짓기보다는 공장을 지어서 그 어떤 재화를 만들어 냈고, 그로 인한 물질적 풍요를 즉각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더욱 골몰하였다. 곳곳에서 새마을건설과 잘 살아 보는 것과 관련한 구호가 난무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교육부문은 군더더기였고, 어쩌면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장식품이었는지 모른다.
전국적으로 과밀학급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수백억 이상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였고, 교원의 처우를 개선해서 우수한 인력을 유치 하려하면 천문학적 예산이 동원되어야 하는 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라치면 오일쇼크다, 대외개방 압력이다 하는 이런저런 내외부적 위기 상황들이 빌미가 되어 결국은 경제우선주의라는 원칙에 의해, 교육은 항상 투자우선순위에 있어서 뒷전으로 밀려 버려야 했었다.
관료나 정책 입안자들, 무엇보다 정치하는 이들이야말로 이런 점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네들은 백년 앞을 내다 보기는 커녕 십년 앞에 대한 안목도 없었다. 그네들에게는 거시적 관점에서 나라의 동량들을 키워 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눈앞의 문제와 당장의 인기 영합적 업적주의가 더욱 절실한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굳이 미주알 고주알 언급하지 않아도 엄청난 위기와 심각한 파탄 상황에 처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는 과거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의 유보로 인하여 현재 공교육은 망가져 버린 지 오래 이고, 따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학부모들은 사교육과 해외 도피교육 등에 대한 경쟁적 관심과 가계지출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투자유보가 현재 가계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어 있는 꼴이다. 나는 우리의 교육문제를 바라 볼 때마다 우리의 암울한 미래가 투영되기에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통일의 문제를 대하는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경제 우선주의적 시각에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갖는다. 그의 논리는 현재 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대외적 주변 상황이 남북관계개선과 햇볕정책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뿐더러, 우리의 대내적 경제여건도 어려우니 만큼 일단 거시적 과업인 통일보다는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 보다 더 천착해야 한다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
통일의 문제는 “百年之大計”는 아닐지라도 반세기동안 떨어져 반목하던 하나의 민족이 다시 하나로 합해 나가고자 하는 과업이기에 어쩌면 그 어떤 정책과 투자에 대한 과실이 영 글기까지는 수십 여년의 시간을 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야 한다.
이것이 당장 우리의 배를 불려 주는 것과 안락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더라도 지금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다면, 현재 교육부문의 파탄으로 우리가 치루고 있는 그 유사한 형태의 고통과 부담을 언젠가는 우리에게 치루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김대중 주필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에게서 만성적 편집증의 증상을 발견한다. 어쩌면 그에게서 동원되는 모든 수사와 담론은 한반도에서의 “영원한 분단고착화”와 “미국종속주의라는 사대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억지논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경제우선주의”라는 문제는 통일의 문제와 배치,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야 하는 하나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대 구독지의 주필께서 내가 아는 이런 문제를 모르거나, 놓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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