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남북 분단이라는 허리의 아픔과 백두대간이라는 척추의 훼손과...

등록 2001.04.29 07:38수정 2001.04.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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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埋香)·매향(梅香)·매탄(埋彈)

주한 미 공군 전투기가 폭탄을 바다에 예고도 없이 투하해서 주민 6명이 다치고 농가 700여 가구의 벽이 금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한 곳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라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매화향기가 그윽한 곳 즉, 매향(梅香)이라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향목을 묻은 곳"을 의미하는 매향(埋香)이 바른 지명 풀이라고 생각한다.

위도가 엇비슷한 동해안 삼척에는 [맹방(孟芳)]이라는 곳이 있다. 두 곳의 공통점은 모두 바닷가 마을이고 향목(香木)을 묻은 역사를 지닌 성스런 지역이다.

그러나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일은 서해안 매향리가 향목을 묻었던 역사를 지닌 곳이 아니라 폭탄을 퍼붓는 매탄(埋彈)리가 되어버린 사실이다. 즉, 주한 미공군의 [쿠니]라는 사격장으로 바뀐 것이 그것이다.

우리 나라는 인체에 비기면 남북이 분단되어 허리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백두대간]이 무차별 개발로 척추가 병들고, 동해안 [맹방]이라는 한쪽 팔은 건강한데 서해안 화성시 우정면 [매향]이라는 다른 한쪽 팔은 쉴 사이 없는 외상으로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곪아가고 있다.

이 땅의 시민들은 시멘트 공장의 석회석 채취로 백두대간의 산허리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느끼는 것만큼 이곳에 대한 아픔도 함께 느껴야 한다.


삼척시 한재에서 바라보면 천하 비경을 지닌 [맹방]이라는 지명은 [매향맹방정(埋香孟芳汀)]에서 온 말이다.

1309년(고려 충선왕 원년)에 용화회주(龍華會主) 미륵 즉, 요즘으로 말하자면 인류를 구원해 줄 메시아의 하강을 빌기 위하여 몽고의 지배를 받아 훼손된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던, 당시의 지식인들은 나라의 처지를 몹시도 안타깝게 여기며 그 출구를 모색했던 것이다.


즉, 이승휴는 우리민족의 주체의식을 일깨운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이곳 두타산 천은사에서 저술했고, 영동지방 원님들은 2,500그루의 향나무를 각 포진에 나누어 파묻고자 계획하였는데, 이곳 삼척지방은 맹방 바닷가를 삼척현위(三陟縣尉)였던 조신주(趙臣柱)가 지정하여 큰 향나무 250그루 분량의 향목(香木)을 이곳에 묻었다. 이곳의 지명도 매향맹방정이라고 한다는 기록이 강원도 고성 사선봉(四仙峯)에서 발견된 매향비문(埋香碑文)에 새겨져 있다.

일찍이 불교에서는 [침향의례(沈香儀禮)]라고 해서 이런 행사를 해왔다. 최근에는 1999년 10월 10일 전라북도 김제 해안에서도 조계종에서 주관한 [침향의례]가 있었다. 2000년 1월 30일에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전북 부안 변산반도 들머리에 있는 해창갯벌에서는 환경 시민 단체가 주도하여 길이 1.5m 두께 15cm으로 만든 향나무를 실은 꽃상여를 매고 [새만금매향제]를 치르면서 이 향나무가 갯벌과 함께 영원한 향기를 품고 있기를 기원하였다.

해안 땅속에 수 백년 세월이 지난 뒤 발견된 매향은 화석처럼 새까맣고 딱딱하게 변해있지만 이를 태우면 그 향기가 비길 데 없이 강하다. 이처럼 좋은 향을 구하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고 실제는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미륵불이 하강하여 이상향인 용화세계 즉 불국토(佛國土)가 되기를 바라는 불교 교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척의 맹방 해안이 지금은 위치도 찾지 못하고 행사도 재현할 꿈도 꾸지 못한 채 그런 역사만 간직하고 있다.

옛날부터 붉은 색 향나무 재질은 액귀를 물리치는 동짓날 팥죽과 같은 주술적인 힘을 가진 물체요, 향이 탈 때의 향내와 매향목·향목으로 만든 남근목 등은 인간과 신을 연결해 주는 영매체(靈媒體)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전국 어디를 다녀도 쉽게 보이는 무덤 가에 심겨진 몇 그루의 향나무도 영매수(靈媒樹)의 의미를 지닌 채 우뚝 서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와 같은 혈통으로 여겨지는 몽고사람들이 불씨[火]와 말린 순록고기[糧食] 그리고 향나무[靈媒樹] 세 가지를 아주 소중하게 다루는데, 불과 고기는 주거생활의 난방과 조리를 위한 식생활에 필수적이라서 얼른 이해가 가지만, 도대체 향나무는 웬일일까?

자고 나면 매일 아침마다 향나무 가지에 물을 축여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뿌리며 간밤의 무사함과 새롭게 시작되는 새날의 무사함을 기도 드린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향나무를 신성한 수호수나 신과 연결되는 영매수로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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