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노조의 첫 싸움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된 쌍둥이 노조가 첫 싸움을...

등록 2001.04.29 18:30수정 2001.04.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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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를 만들고 지키는 것만으로도 처절한 투쟁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87년을 거치며 어느덧 노동조합은 '불온'의 이름을 벗고 당당히 사회적 명패를 얻었다.

그런데 아직도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곳이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정리해고를 당하고, 공공연한 협박에 시달려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 2월 13일 태어난 '쌍둥이 노조'-온산공단의 삼화페라이트 노동조합과 언양의 세동산업 노동조합이다.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된 이들 신생 노조의 힘겹지만 꿋꿋한 첫 싸움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터뷰>
삼화페라이트 노동조합 위원장 이태욱(36세)


- 사업장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삼화 그룹 계열사로 전자 기기를 생산한다."

- 노조를 만들게 된 경위는
"작년 10월 삼화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근무조건이 너무 나빠졌다. 관리자만 기본급을 인상시켜주고 현장 노동자는 동결시켰다. 상여금도 삭감하고 기타 복지기금도 하향 조정했다. 관리자들의 인격적 무시도 심했다. 관리자의 욕설과 반말에 쉰 넘은 아주머니가 눈물을 보인 일도 있다."

- 비정규직까지 포괄해 조합을 만든 이유는?
"당연히 같이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조합 활동 시작하고 나서 계약직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 정규직 조합원들은 '우리가 좀 못 받아도 계약직 아주머니들 일자리를 지키자'고 생각하고 있다."


- 사측의 반응은 어떤가?
"계약직 노동자를 일대일로 면담하면서 탈퇴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노조 사무실도 없고, 전임도 인정하지 않아서 위원장과 사무장이 무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물량이 없다면서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휴업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IMF 때도 평균 매출액이 10억 정도였고, 올해 초에도 8∼9억 정도였다. 노조를 만들고 나서 갑자기 4억대로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다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생각한다."

- 이후 투쟁 계획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 전임과 사무실 확보 등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 주요한 요구이다. 지난 16일 조정신청을 했고, 19일에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21일부터 회사가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전 조합원이 조를 짜서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본사 상경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인터뷰>
세동산업 노동조합 위원장 박명주(41세)


- 사업장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밧데리 케이스와 격리판을 생산하는 자동차 납품업체인데 30년 정도 되었다."

- 노조를 만들게 된 경위는?
"근무여건이 최악이다. 시급이 2천원이 안되고, 10시간 정취이다. 복지 후생도 제로이고 관리자의 폭언, 폭행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일이 없을 때는 폐수 처리와 정화조 청소까지 시킨다. 반년 넘게 노조를 준비했다."

- 사측의 반응은 어떤가?
"엄연히 노조가 있는데도 대리를 근로자 대표로 세워놓고서는 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 사무실이나 전임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4월 초에 위원장이 작업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또 얼마 전 현장에서 집회를 열 때 옆에 있는 고려산업개발에서 지원을 왔는데 이걸 이유로 전 조합원이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이다."

- 신생 노조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들다. 그리고 비조합원들이 호응을 안해주는 것도."

- 이후 투쟁 계획은?
"노조의 요구는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조 활동 보장 그리고 임금 체계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4월 30일까지 12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라 이에 맞선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 쌍둥이 노조 삼화페라이트에게 한 마디.
"삼화 조합원들이 단결하는 걸 우리 비조합원들이 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열심히 연대해서 꼭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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