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관 상영영화는 등급제한이 없는가?

나이 제한없이 누구나 입장허용하는 구민회관의 영화상영

등록 2001.04.29 19:11수정 2001.04.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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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쯤부터인가, 문화생활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던 우리동네에 때아닌 영화감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구청에서 구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큰 돈을 투자해 설립한 구민회관이 문을 열고 나서부터인데, 수많은 프로그램들 중 사람들의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단연코 '영화상영'이었다.

공공기간에서 하는 '영화상영'이야 예전부터 수없이 많이 있어왔지만, 그것들은 대게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구닥다리 영화를 재상영한다거나, 비디오를 틀어준다거나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상영시설 자체도 부실하기 짝이 없어 그다지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던게 과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형강당에 버금가는 삐까뻔쩍한 구민회관이 생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구민회관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불과 몇주 전에 개봉관에서 상영되온 최신작들로, 왠만큼 유명한 영화라면 거의 다 구민회관을 거쳐갈 만큼 일단 상영작품의 질부터가 주민들의 흥미를 끌기 안성마춤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서울 중심가 극장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강당과 대형스크린이 구비되어 있고 건물관리마저 철저하여 무척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물론 영화관람료가 비디오 한편 값에 불과한 단돈 1000원이라는 점도 이러한 영화붐에 톡톡히 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거의 2주간격으로 새로운 작품이 걸리는 구민회관에는 그 엄청난 규모의 관람석을 모두 채우고나서도, 입석으로 보는 관객이 가득할만큼 주민들의 호응도가 엄청나다. 늦게와서 표를 구하려다가는 매진이라는 두 글자 앞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구민회관의 영화상영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음식물을 가지고는 절대 입장이 안되므로 매번 관람객과 운행요원들간의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허술한 매표관리로 인해 항상 매표소앞이 혼란스럽고 짧은 상영기간때문에 영화를 보고싶어도 서두르지 않으면 금방 상영기간이 끝나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들은 전문극장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이해할수 있는 상황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오히려 구민회관 영화상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외의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등급관리다. 아무리 구민회관이 정식상영관은 아니지만 분명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의 역할을 하고 있고, 더군다나 매회 수백명의 주민이 영화관람을 하는 그런 대중적인 공간이라면 각각의 영화마다 정해져있는 등급에 따른 관객입장이 철저히 지켜져야만 하는것이다.


그러나 구민회관에는 등급관리라는 게 전혀 없다. 물론 구민회관의 성격상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는 상영을 안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다. (적어도 내 기억속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비록 미성년자관람불과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 외의 영화들 역시 15세 입장가와 18세 입장가 그리고 연소자 관람가라고 분명히 등급이 구분돼 있다. 이는 괜히 만들어 놓은 등급이 아니다. 엄연히 영화의 관람객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위해서 구분해 놓은 등급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구민회관에는 "-세 입장가"라는 등급딱지가 이미 매표서에서부터 제거되어 있고 단돈 1000원만 내면 나이에 상관없이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그 표를 가지고 입장할 때 일일히 나이를 따져서 입장시키는 사람들도 없다. 그 영화의 등급이 무엇이든간에 표만 있다면 어느 연령이든 자연스럽게 입장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오늘 내가 구민회관에서 관람한 한국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경우도 분명 15세 입장가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눈으로 살펴봐도 상영관내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바로 옆자리에는 영화내용이나 제대로 이해할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10살 안팎의 어린 꼬마들이 여럿 앉아있었는데, 영화도중 나오는 "그 여자를 먹어버려야 해" "나 너랑 자고싶어..."등의 노골적인 성적 대사를 그들이 어떻게 이해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더군다나 영화중간중간에 나오는 여관방에서의 에피소드, 몇몇의 베드신등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본다.

이해가 안되는건 구민회관도 엄연히 나라에서 공금을 들여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라는 점이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조차 등급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면, 일반 개봉관이나 비디오샵에게 등급제를 철저히 지키라고 윽박지르는 정부의 모습은 엄청난 모순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구민회관이 이런점은 조금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게 내 글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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