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4월 30일 29면) 신창호 기자님의 표현을 빌자면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는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그리고 조직인으로서 지휘계통을 벗어나 돌출행동으로 한 것으로 비쳐져 조직에 누가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러한 사태를 우려하여 제가 작성한 서한문 서두에 다음과 같이 밝혀두었습니다.
"저는 이 서한에 대해서 기성언론의 어떠한 인용이나 보도를 거부한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 싶습니다.(이 글에 대한 부분인용 보도는 글 전체의 뜻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인터넷신문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이유는 이 서한의 내용이 국민적 공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즘의 윤리에 대해서 너무 순진하게 믿은 점에 대해서는 저 자신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면을 느낍니다. 저는 글 속에 녹아있는 고민을 주체적인 네티즌들과 상의하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그래서 언론과의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제 이야기의 일부분만을 인용하고, 심지어는 또 다시 경찰조직의 분열이니 특권 엘리트의 항명이라고까지 덧붙이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고 우려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빌자면, 제가 마치 불법·폭력 집회시위에서 무조건 경찰이 물러나는 직무유기를 주장하고, 현재 경찰정책 모두를 부정하는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하였습니다.
글은 자신을 떠나는 순간 책임을 지는 것이라 저도 믿고 있습니다. 다만 글의 본질이 훼손되고 왜곡되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안타까워 이렇게 항변해봅니다. 이 항변은 네티즌 여러분에게만 전달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경찰은 시위현장서 물러나야"라는 기성언론의 기사 제목이나 리드에서 오는 오해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문장 전체를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첫째
"이야기는 길었지만, 제 주장은 이것입니다. 집회시위현장과 노사정의 대립현장에서 경찰력 투입과 운영을 최소화하라는 것입니다. 경찰이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부분이 아니란 것입니다."
"이제 우리 경찰이 집회시위현장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신고가 접수되고 금지통고를 하지 않은 모든 집회시위장소에서 경찰은 물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경찰의 본연의 임무인 사법처리절차를 위하여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출입하여야 합니다. 불법, 위법 증거의 수집과 경찰서장이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시위현장정보의 수집 등 최소한의 경찰관만 배치되어야 합니다."
위 문장에서 말하는 집회시위현장이란 민주적 적법절차에서 이루어진 집회시위현장이지,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불법·폭력집회시위 현장은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둘째
"그러나 개혁은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늘 변화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새로운 치즈창고의 이름은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존중하고 법의 지배를 받는 집회시위문화'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저는 현재의 집회시위대책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 아니라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임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란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사실 경찰청 단위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미나, 외부 연구 의뢰 등 노력중이었고 저는 거기에 그 변화의 가속을 촉구한 것입니다.
셋째
"이를 근거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있는 것입니다. 국민이나 이를 집행하는 경찰에게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법이지만, 저는 법률이 있는 이상 이것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것은 법치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넷째
"그것은 곧 집시법 위반에 대해서 물리력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바로 사법적 처리를 하라는 법률의 준엄한 명령인 것입니다. 현행범은 현장에서 체포되고, 현행범이 아니라면 적법절차에 의해서 사법처리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최자와 질서유지인은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도 처벌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집시법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표현한 것은 물리적 충돌과 그 후유증을 걱정하여 집회시위의 주체를 주최자와 질서유지인으로 법에 명시된 대로 이를 확인하고 그들에게 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촉구한 것입니다.
이제 저의 글은 일부 여론에 의해 '파문'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이 나라와 사회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제 글을 읽고 이것을 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또 다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한 경찰관을 '도마위의 생선'처럼 다루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제 글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을 모티브로 하여 사회의 건전한 공론을 형성하고 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일부 여론이 어느 한 경찰의 십수년의 고뇌를 단순한 '가십거리'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과 경찰에게 모두 고통만 안겨주는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정책에 적극 지지하며, 최루탄 사용을 부추기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 그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청장님에게 보내는 글의 전체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화적·합법적 집회시위에 대해서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관행처럼 배치되던 기동대 등의 경찰력 배치를 최소화하고 우선적으로 집회시위의 주최측과 질서유지인의 자율적 통제에 맡기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집회시위의 주최측도 신고된 대로 집회를 진행하되, 경찰의 채증활동에 협조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회시위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법률에 규정된 대로 주최자와 질서유지인에게 그 법적 책임을 물어 현장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언급한 것은 집시법상 정상적으로 신고된 집회시위에 대해서 말한 것이지, 불법집회에 대해서는 당연히 경찰이 대응하는 것이란 요지였음을 글 전체를 읽어보시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저의 진의에 대하여 향후 어떠한 왜곡이나 곡해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탁드립니다.
2001. 4. 30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실장 이동환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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