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자수가 2천만명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지난 16대 총선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사이버 정치 바람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맞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총선 직전 후보 1천여 명이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인터넷 홍보에 관심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정치증권시장 '포스닥'을 비롯,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의 '안티사이트'까지 만들어지는 등 정치관련사이트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가운데 정작 의원들의 홈페이지 사용빈도와 효율성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이 의정활동과 홍보, 그리고 지역민과의 대화에 있어 인터넷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현재 상황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얼마전 민국당을 탈당하고 정치학교를 개설한 장기표 신문명연구원 원장의 홈페이지는 그가 현실정치에서 실패했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공간에선 많은 네티즌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장원장이 정치권에 몸담고 있던 시절부터 틈틈이 올리는 '장기표시사논평'(www.welldom.or.kr)의 '정론탁설'은 지난해 말만해도 조회수 400-700여건에서 맴돌다 <김영삼 전대통령께>(2001/1/11, 1959건), <김대중 대통령의 말로가 걱정스럽다>(2001/1/12, 2744건), <국기문란의 원흉은 김대중 대통령이다>(2001/1/30, 3605건), <국정쇄신을 위해 김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2001/2/10, 3073건) 등 강한 어조의 글들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네티즌 갑론을박'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 게시판 글 역시 하루 3, 40건에 달해 웬만한 제도권 정치인들의 인기사이트와 맞먹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찬반의견으로 나눠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꾸준히 관리하고 업데이트를 하는 운영자측 노력의 성과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홈페이지 사랑받는 법
이와 같은 흐름은 제도권 내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을 비롯 민주노동당 등 각 정당들은 자신의 정책과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네티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의원들도 저마다 '지식정보사회'을 부르짖으며 IT산업과 관련된 보고서와 토론회 등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만 민주당 허운나 의원이 'IT업체간 기술교류 및 투자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 외교활동'이란 제목으로 스웨덴·멕시코에서의 활동보고서를 낸데이어, 같은 당 김효석 의원도 지난 25일, <고급소프트웨어 인력육성 방안>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그럼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 및 지역주민과 대화하는 창구로,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홈페이지는 과연 잘 운영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지난 3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인 홈페이지 운영 사례와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해>라는 워크샵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실장은 정치인들이 홈페이지에 대해 갖는 몇가지 오해로 ▲홈페이지는 저비용 고효율 매체라는 오해 ▲게시판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오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하면 접속수가 늘 것이라는 오해 ▲홈페이지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지 하는 오해 ▲1인 1홈페이지를 가져야 한다는 오해 ▲자기 홈페이지는 반드시 자기가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오해 등을 들었다.
이를 종합하면 홈페이지의 효과는 결국 인적, 물적, 시간적 투자에 비례하며 어설픈 부실 홈페이지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어 민실장은 "기존 정치인 홈페이지 중 상당수가 개인 소개와 인물사진으로 채워진 홍보물에 불과하며, 업데이트 주기의 장기화로 박물관화 됐을 뿐더러 천편일률적인 메뉴와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네티즌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별 관심없는 의원들의 외모만을 크게 강조하거나, 관보 수준도 안되는 내용은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경우.
그럼 사이버 공간에서 사랑받는 홈페이지를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 민실장이 제안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다.
- 자기 홈페이지만의 확실한 색깔을 가져라.
- 게시판의 수는 하나로 충분하며 특수한 상황이 아닌 경우 1일 1회의 관리자 답변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 게시판의 쓰레기 정보는 확실하게 수거하라
- 정책제안·고정기고란·칭찬릴레이·가상 역사 청문회 등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라
- 고정고객을 확보하라
- 정책제안, 민원 등에 있어 결과가 아닌 실행과정을 보여줘라
- 전담 관리 인력을 운영하라
-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의원들끼리 공동 홈페이지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노려라
아직은 의정활동의 5% 내외
이 자리에서 운영사례를 발표한 김영환 현과기부장관의 김정미 비서관은 "여타 사이트와의 연계를 통한 방문자수 늘리기와 다양한 컨텐츠 확보, 진부한 느낌에서의 탈피를 주안점으로 삼았다"며 "향후 웹방문자를 묶어 커뮤니티를 형성, 오프모임을 활성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 웹 컨설턴트도 "2002년 지방선거 및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매체는 인터넷이며, 이를 활용한 깨끗한 정치자금의 모금 등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될 것이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노무현 전장관실 사이버팀장을 맡았던 강소엽 씨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인터넷 홈페이지의 역할은 오히려 미미한 편이었다"며 "앞으로의 선거에서 사이버공간의 중요성은 매우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평·말말말 등과 같은 내용과 신속한 답변, 방명록 추가 등을 주문했으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전례에서도 볼 수 있든 사이버 보좌관의 중요성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이버302'을 운영하고 있는 김홍신 의원의 추경민 비서관은 "현실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정치를 구현한다는 기대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제한적이지만 의원의 활동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의정활동을 100이라는 수치로 환산한다면 홈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비중은 5% 안쪽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유게시판엔 많은 욕도 올라오지만, 반면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글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글은 세심한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며 "현재 정보의 전달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의 형성은 어려운 만큼 2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손학규 의원의 김훈 비서관은 깨끗한 레이아웃과 이미지, 팝업창의 적극 활용과 회원 관리 등이 효율적인 홈페이지 운용에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각 정치인들의 홈페이지 중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의원들은 대부분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과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초·재선들, 그리고 과기정통위소속 의원들이다.
의원 개인정보 공개 미흡
이외에도 의원들의 홈페이지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지난해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국회의원 홈페이지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각 홈페이지의 평균점수는 21점 만점에 5.73점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13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민주당 김민석, 정동영 의원이 12점으로 뒤를 이었고 한나라당 김덕룡, 백승홍, 민주당 최재승 의원도 상위권에 들었다.
그러나, 정작 입법활동 실적과 의원정보 공개 실적은 지지부진하다는 게 이 단체의 지적이었다. 특히 재산정보, 병역정보를 비롯 후원금 정보 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홈페이지가 홍보 기능 이외의 다른 역할을 하기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는 것.
최근 들어 한나라당 맹형규, 원희룡 의원 등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후원회를 실시하는 정치인들도 없진 않지만, 투명한 정치를 위해선 좀 더 많은 정보의 공개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높아지기 시작한 '사이버 정치'에 대한 관심이 양대 선거가 치러질 내년엔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예상에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최소한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의 홈페이지만이라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기 전엔 진정한 인터넷 정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정치의 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정치인들 홈페이지의 내용성과 다양한 쌍방향 소통 방안, 그리고 투명성이 선결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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