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4.30 16:17수정 2001.04.3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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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카시아 꽃잎을 따 먹으며 그윽한 꽃향기에 젖었던 계절을 생각하면, 정말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할 만큼 싱그러운 계절이었다.
또한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한 고향집 뒷동산은 5월만 되면 뻐꾸기가 울어댔다. 낮에 울던 뻐꾸기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밤이 되면 못자리를 하기 위해 물을 댄 논에서는 밤새 개구리가 울었다. 그런 5월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린시절 나는 엄마께서 만들어 주신 색동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초등학교를 다니곤 했다. 물론 머리는 곱게 따서 댕기로 묶고. 그래서 나는 색동고무신을 신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물론 7남매를 키우시는 어머니는 나에게만 색동고무신을 사 주실리가 없었다. 그땐 생일선물이나 어린이날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 주는 이도 없었다.
그땐 지금처럼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아 어린이 날을 기억한다는 것 조차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마음은 참으로 즐거웠으니까 말이다.
항상 어린이날을 즈음해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체육대회가 열렸다. 그 체육대회가 끝나면 우리들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라면땅 1봉지와 누과 몇개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기다렸다.
그런데 5학년 때 어린이날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다. 어린이날 선물로 색동고무신을 사 주신 것이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어린이날 선물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색동고무신을 행여 잃어버릴까봐 방에 들여 놓고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다음날 색동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간 나는 참으로 우울한 일이 벌어졌다. 그 색동 고무신을 누군가가 탐냈던 것이다. 맨발로 돌아온 나를 보고 어머니는 심하게 야단을 쳤다. "신발 하나 간수하지 못하고 무슨 공부를 한다고" 하시면서...
나는 그런 5월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5월의 추억에 젖어 불쑥 고향집을 찾아 가 진달래 꽃을 구경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체육대회에 참석해 마음껏 회포를 풀기도 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고향의 정취를 만끽하는 그 기분은 5월이 아니면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5월을 두려워 한다. 석가탄신일을 화두로 열리는 5월은 사랑과 감사의 계절. 설레임과 기다림으로 살며시 달력을 넘겨보니 5월은 왜 이리도 기억해야 할 날이 많은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나는 해마다 5월만 되면 은근히 얇아져만 가는 지갑이 걱정이 된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절도 변덕스러워져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아이들의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겹쳐 평소 우리 가족에게 사랑과 가르침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시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미리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벌써부터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그저 막연하기만 하다. 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머리 속에서 쇼핑하다가 어느새 값을 따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선생님께는 어떤 마음의 선물을 준비할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찌된 일인지 꽃값도 평소보다 훌쩍 값이 올라 버렸다.
더구나 5월은 단합대회와 체육대회 등도 많아 평소 몸담고 있는 출신지의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지출도 만만치는 않다. 벌써부터 동민 체육대회부터 출신학교 체육대회는 물론 종친회니 직장 체육대회에 참석 해 달라는 엽서가 날아오고 있어, 5월은 허리끈을 잘라매지 않으면 살림이 거덜날 것만 같다. 그 이유는 경조사비용으로 들어가는 액수도 만만치 않기 때문.
물론 흔히 사람들은 '정성과 사랑이 담긴 마음의 선물'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누가 그 마음의 선물을 읽어 주려나.
이번 5월엔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나도 어머니처럼 색동고무신을 사 줘야겠다. 영원히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런 마음속의 색동고무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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