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무궁화 꽃 피우는 데 17만원

행자부, 시민행동의 '밑빠진 독'상 거부

등록 2001.04.30 19:40수정 2001.05.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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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정창수 제보처리팀장(오른쪽)과 백현석 기획조사 팀장은 상장과 무궁화를 심은 밑빠진 독을 들고 정부종합청사 뒷문에서 2시간 동안 기다렸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행자부가 정말 뭔가 잘못을 하긴 했나 봅니다. 여덟 번이나 밑빠진 독상을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주었지만 이번처럼 문전박대 받기는 처음입니다."

2시간 동안 밑빠진 독을 들고 정부종합청사 앞에 서 있던 '함께 하는 시민행동'(공동대표 이필상,정상용, 이하: 시민행동)정창수 제보처리팀장은 행자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혀를 내둘렀다.

밑빠진 독상은 시민행동이 최악의 선심성 예산배정과 어처구니 없는 예산낭비사례를 신청하여 매달 주는 불명예상으로 지금까지 하남환경박람회 재개최(156억)와 천년의 문 건립(838억)을 저지해 994억의 예산 낭비를 막는 성과를 거뒀다.

4월의 마지막날 시민행동은 아홉번째 '밑빠진 독상'을 수상자로, 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 위해 17만원을 들인 행자부를 결정했다.

위 기관은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는 '월드컵 대비 전국토 무궁화 심기 사업'을 진행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였기에 납세자의 권리찾기와 세정민주주의의 입장에서 아홉번째 '밑빠진 독'상을 수여함.
2000년 4월 30일 '함께하는 시민행동'


시민행동 정창수 제보처리팀장과 백현석 기획조사 팀장이 밑빠진 독에 심은 무궁화와 상장을 들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 도착한 시간은 30일 오전 11시 17분.

시민행동은 "지난 주 이미 이근식 행자부 장관에 면담을 요청했고 공문이 처리된 상황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행자부 장관을 만나러 가는 일차 관문인 정부종합청사 안으로 한발짝도 들어갈 수 없었다.


청소부가 치워버린 '밑빠진 독상'

시민행동이 행자부에 '밑빠진 독상'을 주려는 이유는 월드컵을 앞두고 행자부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550억 5200만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전국토 무궁화 심기' 사업이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자부가 올해 한송이 무궁화 꽃을 피우기 위해 17만원씩 총16억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이 사업이 전형적인 전시성 예산 낭비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시민행동은 주장하고 있다. 전시성 사업이라는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자부는 2000년 2월 처음 '전국토 무궁화 심기'에 대한 계획안이 제출된 이후 한 달만인 3월 10일 바로 사업추진계획을 확정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이러한 신속한 사업 처리로 인해 무궁화 품귀 현상이 발생해 다량의 중국산 무궁화가 수입되는 소동이 벌어졌고, 올해는 무궁화 매점매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시민행동의 행자부 방문은 정부종합청사 입구에서부터 제지당했다.ⓒ 오마이뉴스 박수원
"국민 예산 몇백억원을 쓰는데 필요한 결정은 빨리 하면서 행자부의 잘못을 지적한 일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외면만 하는지 모르겠군요. 적어도 담당자는 나와서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귀기울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다리다 지친 백현석 기획조사팀장의 푸념섞인 이야기였다. 오후 12시 40분 무궁화 사업의 담당 부서인 지역진흥과에서 서울 시경 정보과 형사를 통해 연락이 왔다. 행자부 지역진흥과의 최종입장은 내부적으로 밑빠진 독상을 받지 않겠다는 것.

담당자가 나오겠다는 약속을 믿고 1시간 넘게 기다리던 시민행동 정창수 제보처리 팀장은 마지막으로 지역진흥과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시민행동 : "행자부 장관님께서 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하신 겁니까?"
지역진흥과 : "장관님께서 안 받기로 하신 걸로 확인했습니다."

결국 시민행동의 정창수 제보처리 팀장과 백현석 기획조사팀장은 4월 밑빠진 독상장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낭독한 이후 밑빠진 독과 상장을 문 앞에 둔 채 자리를 떴다. 자리를 뜨면서 이들은 절대로 이 사업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공무원 마인드가 바꿔야 나라가 바뀝니다. 정당한 의견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현장조사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사이버시위, 항의메일 등을 통해 행자부 '무궁화 심기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할 겁니다."

시민행동팀이 정부종합청사를 떠난 후 밑빠진 독과 상장은 정부종합청사 청소부에 의해서 어디론가 치워졌다. 그리고 오후 5시 50분 시민행동이 주는 밑빠진 독상을 받을 수 없다던 행자부 지역진흥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무궁화뿐 아니라 일반적 대규모 행사에서도 초화는 개화시기를 조절하고 있고, 무궁화의 경우 다른 초화류 가격과 비교해 오히려 경제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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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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