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재단퇴진을 위해 나섰다"

덕성여대 교수협, 교육부앞 '1인시위' 시작하던 날

등록 2001.04.30 22:06수정 2001.04.3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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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0일 덕성여대 에 대한 교육부의 특감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인 김경남 교수. 그는 교수가 된 지 1년도 채 안된 지난 2월, 학내시위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오마이뉴스 김미선
4월30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맞은편. 한 남자가 책을 읽고 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낡은 철의자 위. 어깨 앞뒤로는 피켓이 늘어져 있다. 그의 눈길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책에만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의자에서 일어나 뭐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한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가까이서 귀기울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어깨에 두르고 있는 피켓에 대강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특감을 실시하라"
"관선이사를 파견하라"


덕성여대 교수협의회의 교육부 앞 1인시위가 시작된 4월30일. 김경남(37·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교수가 '1인시위'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지난해 '교수'라는 직함을 달았던 그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초 학교측으로부터 '재임용탈락'이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학교측의 공식적인 탈락사유는 강의평가 결과 그의 강의수준이 하위권이었다는 것이었지만, 김교수는 "강의평가는 좋았다"며 신임교수이면서 재단측에 반하는 시위 등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김교수 외에도 2명의 신임교수들을 비슷한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덕성여대 교협소속 교수들이 양복차림으로 '나홀로 시위'를 자처한 이유는 "박원국 비리재단을 몰아낼 수 있도록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오마이뉴스 김미선

김교수는 "학생들만 힘겨운 투쟁을 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했기 때문에 교수들도 할 일을 찾은 것"이라고 1인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1인시위를 하는 내내 중국소설 '번뇌의 인생'을 읽고 있었으며,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덕성여대 학부모와 현직경찰 등 정부중앙청사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끔씩 그에게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덕성여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덕성여대에서 '교육부앞 1인시위' 출정식을 갖고 "교육부는 인사비리를 자행한 덕성여대에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하라"고 밝혔다. 교육부앞 1인시위는 오는 5월2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김경남, 이반(서양화), 남동신(사학), 양만기(서양화), 한상권(사학)교수 등 5명의 교수들이 요일별로 나서게 된다.

다음은 김경남 교수와 나눈 1문1답이다.

- 교수들이 직접 1인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한테 미안했었다. 교수들도 나름대로 투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다. 단식을 하자는 얘기도 있었으나 단식을 하게 될 경우 연구활동, 학생들과의 대화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아 1인시위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교육부가 5월초 감사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굳이 교육부 앞 1인시위를 계획한 이유는.
"현재는 사안별 감사를 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덕성여대에 대해서는 특별감사가 필요하다. 여러 대학에 동시에 감사를 파견해 겉핥기식으로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감사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가 교육부의 감사계획은 아직 계획일 뿐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오마이뉴스 김미선
- 하루종일 교육부 앞 1인시위를 하면서 심정이 어땠나.
"처음엔 겸연쩍었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서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1인 시위를 하면서 내내 이 위압적인 정부중앙청사 건물을 뒤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결국 교수협의회나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은 '박원국 재단 퇴진'인데, 덕성여대 재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육기관을 맡을 만한 마인드가 없는 반교육적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교육철학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게 아닌데 현재는 박원국 이사장의 일방적 통로를 통해서만 학교가 운영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보직자 등 주변장치를 통해 학사행정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관여하게 된 것이다."

-학교측은 교협 소속 교수들과 학생들에 대해 사법처리를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습지 않은가? 학생들을 그렇게까지 몰고간 학교가 학생들을 '사법처리'까지 몰고가다니. 학교교육이라는 게 이렇게 전체적으로 실종될 수 있을까라는 비참한 심정이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나야 한다."

- 최근 덕성여대말고도 분규중인 사립대학이 상당수다. 교육부에 하고 싶은 말은.
"교육부는 미온적이다. 실제로 덕성여대 분규를 해결할 생각이 있었다면 즉각 시정조치를 내리고, 계고장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계속 지켜만 보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런 상태가 조금만 더 지나면 겉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다. 교육부의 용단이 필요하다."

- 사립학교법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차기 임시회로 또 넘어갔다. 국회의원들에게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권의 움직임은 믿을 수 없다. 사학문제에 대해 알면서도 현실적인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당리당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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