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4.30 22:22수정 2001.05.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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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모 갤러리를 운영하는 후암동의 K씨 저택을 업무상 둘러보게 된 본 기자는 깜짝놀랄 수밖에 없었다. K씨의 저택 정원에 있는 해태상과 석탑을 보았기 때문이다. K씨가 소장하고 있는 석탑과 해태상이 국보급인지 아닌지는 문화재에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기자가 알 수는 없었지만 범상한 문화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취재가 아닌 생계를 위해 업무상 K씨의 저택에서 하루를 보낸 기자는 K씨가 소장하고 있는 석탑과 해태상이 어떠한 문화재인지가 몹시도 궁금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마침 함께 간 그 집의 운전기사에게 해태상과 석탑에 관하여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운전기사는 그 집에 4년째 근무하는데 집주인은 외부인이 그런 것을 아는 걸 싫어한다고 하며 석탑은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천년이 넘는 석탑이라고 하며 석탑이 집값보다 더 나간다고 하였다. 그리고 더는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다.
오후에 잠깐씩 석탑을 살펴볼 기회가 있어 살펴보니 오랜 풍상을 견뎌온 7층석탑의 기단부에 틈새가 벌어져 시멘트 같은 것으로 일부 틈새를 막은 것이 보이고 이동과 진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틈새가 탑신부의 각 층마다 보였다. 석탑의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석탑과 함께 저택의 입구쪽에 위치한 해태상은 암수 한 쌍으로 보이는데 재질이 석탑과 같은 현무암(?)으로 미루어 해태상도 석탑만큼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해태상의 뒤쪽에서 해태의 등쪽을 보니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주인이 화랑을 운영하고 미술에 조예가 깊으니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도 잘 보존하고 관리하겠지만 개인이 보존하고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문화재도 문화재관리국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귀중한 문화재가 개인의 저택이나 정원에서 그렇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영구보존에 더 유익할 것인지 아니면 공개된 문화재로 문화재관리국의 관리를 받는 것이 더 유익한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귀중한 문화재가 극소수의 사람들만 접할 수 있는 음지에서 떨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또 문화재 소장을 재산축적의 목적으로 소장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니 문화재의 가치에 걸맞는 빛을 보지 못하는 개인소장 문화재가 정말 애석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업무를 마치고 K씨의 저택을 나올 즈음 기자는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집에 상주하는 듯한 아주머니가 해태상의 머리에다 대고 무심히 막대걸레의 먼지를 터는 것이었다. 황급히 제지하고 주의를 주었지만 개인소장 문화재의 운명이 이런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이 소장한 정말 귀중한 문화재가 한순간의 부주의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면 그것은 문화재를 물려준 조상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며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영원한 문화적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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