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찰의 데모진압 8 - 당사자들 자세

등록 2001.05.02 16:31수정 2001.05.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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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진압실태

지금까지 영국경찰의 데모나 소요 진압 측면을 다루었다. 그러나 사실 영국에서 소요나 혼란 상황이 발발하는 것 자체는 비교적 매우 드물다. 메이데이 행사도 작년과 달리 폭력화되지 않고 비교적 조용히 마쳤다. 우리나라도 인터넷 중계 경쟁을 할 만큼 경찰과 민노총이 서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런던만을 떼어서 보았을 때 매주 세 번 꼴 정도의 주요 데모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극소수의 경우에만 혼란으로 이어질 따름이다.

하지만 그래도 런던수도경찰이 실질적으로 이들 데모들 전부를 포괄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하는 점이 주목된다.

데모의 민주적 권리보장

런던경찰의 데모를 성공적으로 장악하는 방법은 법 집행이나 무력 등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가 아니라 아주 정교하고 기지 넘친 기민함으로 하는 것이다.

모든 데모에 앞서 데모를 조직하는 측과 경찰이 사전에 협상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은 경찰이 목표로 하고 있는 방향으로 데모 흐름을 조정하도록 눈치 채지 않게 조언과 지도를 해준다.


데모 장소 주변의 교통흐름과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경찰은 마치 데모가 경솔한 자동차 운전자들로부터 시위자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하면서 데모를 통제한다.

예를 들어 이번 메이데이 오전 행사에서 런던 도심지에 진입하려는 자전거 시위대를 일정수로 제한(시위대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은 경찰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임)하여 그나마 출근시간의 교통의 흐름을 원만히 하도록 한 것도 그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영국경찰은 이렇게 법에 따라 데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에조차도 법적 강제사항이 데모에 참여하는 시위자들의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편의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영국의 소요 감소 요인

현대 영국경찰은 이런 식으로 활동하면서 한 세기 이상에 걸쳐 쌓아온 경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세기 후반과 비교할 때 영국의 시민소요나 혼란은 최근 20년 동안 반전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영국에서 소요, 혼란, 폭력 등이 이렇게 감소한 것은 왜 그런가 ? 그와 같은 소요의 감소는 결국 파업이라고 하는 용광로와도 같은 계급갈등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영국에서는 19세기 피켓 시위가 '투석과 총쏘기'가 주였다면 이후 점차 덜 강압적인 경찰의 대응으로 보호를 받는 '밀어 부치기와 보여주기'로 변모해 왔다.

이처럼 파업의 피켓라인에서 노동자와 경찰이 서로 '진정합시다'라는 합의를 하게 된 배후에는 폭넓게 이루어진 제도적 변화들이 뒷받침되어 있다.

즉 노동운동이 영국의 입헌구조에 대하여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해가게 되면서 노동조합 측도 그리고 정부측도 폭력에 호소해야 할 아무런 기득권도 가지고 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측에서 보면 피켓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노동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를 잠식할 위험이 있었으며, 한편 정부측도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소요사태를 폭력적으로 진압한다는 어떤 혐의도 회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화된 노동계급이 제도화된 정치체제 속에 '통합'됨으로써 폭력적 계급갈등은 대부분 회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국간부경찰의 몸조심

영국의 간부급 경찰관들이 정치적 데모 참여자들을 무력이나 법보다는 교활한 기민함으로 대처하여 대결상황을 회피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은 이들 역시 똑같이 제도적인 압력을 많이 받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간부급 경찰은 경찰이 도발적이었다는 비난에 대해서 매우 민감해 하며, 소요나 혼란이 자신들의 경력관리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청문조사로 귀착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 간부만 몸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영국의회가 경찰에 대해 하는 빈번한 청문조사는 합의된 절차를 정하지 않은 채 그리고 제도적 개선을 꾀하는 것으로 연결도 못시키면서 경찰을 비난하는 데에만 열심인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다.

데모참여자의 태도

이와 꼭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는 데모 주동자나 시위 주최자들 역시도 평화시위라고 하는 제도적 개념규정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이 제도적 경계선을 넘어갈 위험이 있는 극단주의자들을 배제하거나 강제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경찰과 야합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질서정연한 이의표출을 견지하도록 하기 위하여 경찰, 데모 조직자, 피켓 시위자 등이 각자 중요한 역할을 다할 때, 그것은 영국의 제도적 구조와 정치 문화가 그렇게 하도록 촉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법의 역할을 주변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도록 해주는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문화는 어떤가? 우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도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노동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던 과거 야당이 집권하면서 그들을 대변하는 제도화된 정치세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주요 정당이 이들의 여론을 체계적으로 수렴하는 노력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정치에 일차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경찰에는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인가?

경찰 역시도 부평 대우사태 및 그 수습과정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경찰자체의 기강이 바로 서지 못하거나, 경찰의 데모 진압 전략이 시민과 시위대를 보호하는 방향에서 수립되어 시행되지 못하거나, 인권 보호 측면을 강화하는 데모진압 방식의 발달을 꾀하지 못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서로 관용한다든가 데모 주최측과 경찰은 최선을 다해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이런 점들이 특히 아쉬운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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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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