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 5월 16일] 그들은 어느 곳을 보고 있는가?

한 보고서에 대한 '신문'과 '일보'의 상반된 두 시각

등록 2001.05.15 21:55수정 2001.05.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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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두고 5월 16일자 조간이 두편으로 나뉘었다.

미 공군의 의뢰를 받아 랜덤연구소가 집필해 14일 공개한 '미국과 아시아:미국의 새 전략과 군사대응 태세를 위해'라는 연구보고서를 두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16일자 조간이 서로 상반된 논조로 보도한 것.

우선 '신문'파인 한겨레신문은 이 보고서를 두고 1면 상단에 "한반도 화해 진전땐 주한미군 일부 철수"라는 제목을 달았고, 3면에서도 "주한 보병2사단·공군 우선 감축"이라는 제목으로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경향신문 역시 1면 하단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해야"라는 큰 제목과 함께 "미랜드연구소 보고서-'남북화해·통일대비'"라는 작은 제목을 달았다. 또한 5면에서 "한반도 통일이후 대비 미 군전략 본격 재검토"라는 제목으로 보고서의 의미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보'파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같은 보고서에 대해 '신문'파와는 상반된 논조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 보고서와 관련 1면 상단 박스 기사에 "아시아 미군사력 대만부근 집중배치를"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다시 11면에서 "미, 대만·필리핀·베트남 '3각기지'라는 제목으로 보고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2면 하단에 "미군사력 대만에 집중해야"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12면에서는 "북한 정권 붕괴로 통일 이룰 가능성"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신문'파와 '일보'파가 랜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제목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은 이 보고서 대해서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안보상황, 특히 한반도 통일 이후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반도가 통일 또는 통일이 아니더라도 전쟁의 위험이 없는 화해단계에 들어갈 경우 불가피하게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겨레신문은 "한반도의 화해기류가 진전될 경우 미국은 우선 경기도 동두천에서 사령부를 둔 주한미군 2사단 병력 일부를 철수하고, 이어 경기도 오산과 전북 군산 공군기지 중 한곳을 폐쇄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가 밝혔다"고 적고 있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이 보고서가 '중국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아시아 주둔 미 군사력의 핵심을 대만 인근 지역으로 옮겨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이 보고서의 핵심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 군사력을 중국의 위협에 맞춰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등 우방과의 동맹을 강화하되 중국의 위험이 현존하는 대만, 필리핀 등에 아시아 지역 미군 군사력의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했다"고 적었다. 동아일보는 또 기사 말미에 "...이를 위해서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이 좋다"라는 부분을 보고서에서 인용했다.

한편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국방·행정 분야의 대표적인 우파 두뇌집단으로 미 공화당쪽과 강한 정책적 일체감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의 원문을 보지 않는 한 어느 시각이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지는 쉽게 판가름하기 힘들다. 왜 같은 보고서를 두고 '신문'파와 '일보'파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기사를 내보냈을까? 그들은 서로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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