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씨처럼 뜨겁던 5월 마지막 주 주말, 그 날씨만큼 뜨거웠던 핫 이슈(hot issue)는 미술교사이자 작가인 서천 B중학교의 김모 씨 "긴급체포"사건이었다.
김교사에 대한 서천경찰서의 "음란물 유포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8조 1항 위반"혐의 구속영장이 대전지법 홍성지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교육계와 미술계,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 이 모두를 둘러싼 여러 문화적 지층에서 이 사건은 많은 시사점과 질문을 시작하고 있다.
먼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인프라가 아직 우리 사회에 제대로 구축되거나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김교사의 홈페이지는 교사이자 작가인 김씨의 주장처럼 미술계의 메인 스트림(main stream), 서울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보다 쉽고, 광범위하게 미술 관람자를 만나기 위해서 사용한 하나의 매체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기존 미술의 영역을 대입해서 보자면, 화가의 붓이나, 조각가의 대리석, 사진작가의 카메라 등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 미술의 매체, 매재가 작가 중심의 일방향적이고, 그 결과물이 전시장이나 작업실 등 극히 한정된 장소에서 보여졌다면, 인터넷은 작품 생산과 수용이 쌍방향적(interactive)이고, 실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수용자, 대중에게 열려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가장 현재진행형의 진보적인 도구이며, 그런 만큼 스캔들에 노출되거나 연루될 위험성도 큰 미디어이다.
현재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무한한 양과 그 전달 속도, 광범위한 전달영역이라는 장점과 비례하여 그 접근의 용이성과 공급자, 수용자의 무제한 때문에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몇 몇 음악파일 공유사이트가 저작권법에 따라 제소되거나, 자살사이트가 "폐쇄 조치"되는 것은 이러한 인터넷 환경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거나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교사의 홈페이지가 문제가 된 것은 그 창작의 주체가 미술가로서 자신의 작업을 인터넷 상에서 펼친 것이지만, 그것을 보는 수용자는 한정, 제한될 수 없고, 또한 그가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현직교사"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확대, 비화된 것이다.
네티즌들의 논쟁에서 엿볼 수 있는 "학부모로서, 예술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고 자녀의 교육환경을 탓하는 학부모의 주장은 왜 매도당하여야 합니까? 이번 사건에서 일어난 일들이 부모들의 몰이해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교사직은 먼저 자신의 예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학생들을 생각하고 가르치는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어떤 교사들이라도 학생을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가 있다면 교단을 떠나라 말하고 싶습니다."(id:학부모)등과 같은 의견은 일견 타당해 보이면서 또한 이 문제의 단면을 예시해 준다.
두 번째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상의 미술"을 보는 일반 대중의 미술이해와 그 일반 대중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미술 혹은 예술"이 기존의 "교육적", "도덕적"으로 이데올로기화된 "바른 미술"의 폭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인터넷의 미술관련 사이트들을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개인 작가의 홈페이지를 제외하고 많은 일반 대중이 쉽게 링크하는 웹사이트들은 단순한 전시정보, 미술사적 미술(특히 인상파 작가에 집중된), 교육적 정보를 제공하는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미술적 실험은 일반 대중에겐 낯설고 자기 폐쇄적인 영역으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티즌들이 남긴 "더 접근하기 어려운 건...단어의 사용이다. 이건 예술이야 하면... 정말 뭐라 딱 말할 수가 없다."(id:독자) "임신한 자기 부인과 옷벗고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이 예술인가?"(id: 문외한)라는 김교사 홈페이지 감상문은 이를 잘 대변한다.
그러나 미술은 "언제나 교육적"이거나, "언제나 시각적으로 흥미진진한 이미지"만을 제공하거나, 몇 몇 미술사적 대가의 작품들로만 이루어지지도, 그에 의해 진보하지도 않는다. 현대미술은 일반대중에게 멀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을 담아 내거나, 문제 제기하거나, 인식적, 사유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은 김교사의 문제작이 된 "부부나체사진"이 좋은 예술작품이냐, 그렇지 않냐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라도 그 작품을 제작한 작가가 현대 사회의 이미지 생산과 수용, "이미지화된 성(性)과 성적인 이미지"를 둘러싼 현사회의 게임의 법칙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이 문제작을 독해하고, 향수하는 첫 단추일 것이다.
김교사는 작가로서 "현대 사회의 이미지 생산과 수용의 문제", "성의 사회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질문하는 "현실에 토대를 둔 개념미술"(김교사의 "테러리즘"같은 작품은 현실 사회 문제를 책과 문자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역설적 표현으로 비판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개념 미술가 죠셉 코수스의 작품과 비교 가능하다)을 선보였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매체가 기존의 전시장과 같은 특수하고 한정된 장소가 아니었으며, 그 수용자인 일반 대중이 알고 있고, 보고 싶어하는 "미술"이 아니었다는 데에 이 사건의 논점이 있다.
더불어 한 개인에게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만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가 작가적 입장에서의 "미술작품"과 교사로서의 "미술교육"을 혼동하면서 하나의 역할만을 강요함으로써 이 사건은 확대,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이자 미술교사가 "작가"라는 사회적 역할에서 제작한 인터넷 "미술작품"은 현재 일반 대중이 인정하고 보고 싶어하는 "미술품"과 먼 간극을 두고 있다.
정보의 대중고유, 지식과 문화의 고속도로, 인터넷이라는 매체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대한 대중 이해와 작가의 예술적 의지 사이 존재하는 이 멀고도 미묘한 간극은 권력적 억압이나 한 쪽의 일방적 양보보다는 서로의 이해에 의해 좁혀지고, 상승작용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현재 김교사의 홈 페이지는 폐쇄되지 않았으나 "토론마당게시판"은 일부 네티즌의 장난성 의견올리기에 의해 우려되는 당사자, 학부모, 학생의 심리적 상처를 배려하여 닫았다고 김교사는 밝혔다.
이 글쓴이 또한 작가이며, 대학의 시간강사로서 미술교육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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