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에 있는 산에 갈 거라고 하니 이곳에 오래 살던 사람들도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달라스에 산이 있대?"
누군가 이곳에 오니 정말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겠다고 했다. 산과 빌딩숲이 빽빽이 차있는 한국과 달리 이곳은 눈에 보이는 산이 보이지를 않는다. 근무하는 6층짜리 빌딩이 이 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빌딩만큼 높은 것은 맨처음에 UFO 인줄 알았던 둥그런 물통들밖에 없다.
넓디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어서 해도 참 빨리 뜨고 늦게진다. 해가 질 때 멀리 보이는 지평선에 커다란 태양이 지글거리는 것을 보면서 집에 돌아가곤 한다. 우리나라는 산 뒤로 해가 지기 때문에 땅에 붙은 커다란 태양을 보기가 힘들다. 또 산 뒤로 지니까 해는 일찍 떨어지지만 황혼이 참 오래 지속되는 것이 한국이다.
그러나 이곳은 밤이 온다는 느낌이 전혀 안오다가 아주 갑자기 깜깜해져버린다. 태양이 저 평평한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버리면 이곳은 진정 태양이 미치지 않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곳에 살면 웬지 뭔가 갈증을 느끼게 된다. 나무와 잔디로 조경은 많이 해놨기 때문에 나무를 못보는 건 아닌데 멋진 바다와 아름다운 산이 없다는 것은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는 뭔가 부족하다는 그런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대신 이곳은 호수가 많은 편. 오기 전에는 적도와 가까운 편이니까 완전 황무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바다처럼 거대한 호수들이 좀 있는 편이다. 호수위의 다리를 달리는데 지평선이 아니라 저멀리 수평선이 보이니까....
여튼 나와 같은 갈증을 느낀 회사사람중 한분이 산에 너무 가고 싶어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다고 한다. 바로 그곳이 Dallas Nature Center (http://www.dallasnaturecenter.org/). 이곳이 달라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했다.
인도에서 이곳으로 잠시 출장온 사람들과 한국인들 몇 가족이 함께 그곳으로 가기로 날을 잡았다. 그중 한 집은 2살된 딸을 데려왔는데 그 2살된 딸이 함께 간 사람들에게서 무척 인기가 있었다. 이곳에서 오래된 사람들도 달라스에 있는 산에 간다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려서
과연 여기 산 맞아요? 라고 의아해하면서 우리는 출발했다. 그곳의 주소는 7171 Mountain Creek Parkway, Dallas ,Texas.
회사동료분이 뽑아논 지도를 따라가는데 Mountain Creek Parkway를 달리고 있는데도 주변에 산이 안보였다. 우리나라야 산에 간다고 하면 운전하다보면 멀리서 산봉우리가 보이고 그 산을 향에 가면 되는데 거의 다왔는데도 산은 보이지 않고 평야만 보이는 것 아닌가. 농담으로 "이거 Mountain 이 아니라 Mountain Creek이라는 이름의 길 아녜요?" 라고 했고....
미국은 길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황당한 길이름들이 많다. 어느 동네가면 그 동네의 길들은 다 유럽의 도시이름으로 해서 어디는 Paris고 어디는 Rome 이고 이런 데도 있으니 산이 없는 길에 Mountain 이라고 붙이는거 정도야...
그 평야를 달리다 왼쪽에 조그만 팻말이 보였는데 바로 그 위에 Dallas Nature Center라로 써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 차를 댔는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니 앞에 건물이 있었다. 그곳은 일요일이라서 그런 건지 늘 그런 건지 문이 닫혀 있었고 마치 수목원 처럼 입구에는 꽃들이 가득 피어있고 몇 개의 산책로 입구가 보였다.
이곳은 9개의 산책로가 있는데 Easy, Easy to Moderate , Moderate , Moderate to Difficult 라고 각 코스의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곳으로 오자고 한 분이 권하는대로 Cattail Pond Trail 라는 곳을 선택했다.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으로 Moderate코스였는데 재밌는 것은 나무들이 무성해서 숲 같고 산 같긴 한데 오르막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간만에 나무들이 울창한 곳을 걸어다녀서 무척 좋았다. "한국같네 정말..." 이러고 좋아하면서 울창한 나무들로 난 길을 걸었다.
경고판을 보니 "독사가 있으니 길이 아닌 수풀로는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써있었는데 이곳을 걸어다니면서 본 동물은 토끼밖에 없었다.
꽃들이 많이 피어있어서 그런지 아름다운 나비들이 많았고.
나무들이 있는 길을 구불구불가니 그 길끝에 전망대가 나왔는데 우리는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아래 숲과 강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전망대라는 게 참 어설퍼서 나무로 대충 지어놓은 것이었는데 여러 사람이 올라가면 무너질 거 같아서 몇명씩만 올라가서 봤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무척 아름다왔다.
이 전망대 있는 곳에서 아래 펼쳐진 숲을 내다보게 되어있어서 이곳은 산이라기보다는 주변보다 지대가 좀더 높은 곳인 것 같았다. 높이는 5층건물 정도 되는데 그곳을 넓게 나무들과 강,호수가 퍼져 있어서
다양한 산책로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논 것이다.
이게 단가 싶었는데 그 옆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조그만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릴 때 본 "초원의 집"이라는 드라마처럼 넓게 들꽃들이 펴있는 들판이 나왔다. 우리는 그 들판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함께온 2살짜리 애기 기저귀도 갈고 가져온 음료수도 나눠먹었다.
사방이 트여있어서 들꽃위에 부는 바람이 무척 시원했다.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에 들어온 거 같았다. 꽃들이 조경을 위해 심어진 거처럼 다듬어지지 않고 들판에 한없이 피어서 바람에 따라 흔들렸고 나비들과 잠자리가 그 들판을 여유롭게 날라다녔다.
그런 들꽃이 한없이 펼쳐져있는 길을 지나면 작은 연못이 나온다. 바로 그곳이 Cattail pond인데 왜 cat tail 이라고 이름지워졌는지는 모르겠고 그 연못가에 앉아서 우리는 피크닉을 했다. 소위 산이라고 해서 많이 들고 오지는 않았고 싸온 쿠키와 음료수들을 풀어놓고 앉아서 먹고 마셨는데 그 작은 호수에는 커다란 물고기와 거북이도 살고 있었다. 자연에 대해서는 워낙 몰라서 거북이인지 자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쩝...
갈대가 숲처럼 우거진 호수가에 앉아서 과자를 나눠먹으며 함께온 애기는 재롱을 부렸다. 간만의 외출이 좋은지 원래 낯을 가리는데 서슴없이 인도 아저씨들한테도 잘 안기고 즐겁게 잘 놀았다. 하나밖에 없는 그 애기는 우리들에게서 거의 공주 취급을 받았다. 과자를 호수에 뿌리면 커다란 고기들이 뻐금거리면서 그 과자를 먹었다.
호수가에 앉아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우리는 돌아가는 길을 다른 길로 가보기로 했다. Fossil Valley Trail 라는 산책로가 Cattail Pond Trail의 끝인 호수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Moderate이라는 안내가 있어 좀 힘들까 싶긴 했지만 이왕 온거니까 새로운 길로 또 가보고 싶어서 그 길을 시도했다.
그 길은 우리나라의 작은 뒷산 같아서 좀 경사도 있었고 구불구불 끊임없는 오솔길이 이어져 있었다.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갔는데
이제 돌아가는 길이다 라고 생각하니 사람들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래서 젊은 인도 아가씨들은 뛰어서 그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기도 했고 생각보다 길어서 오래 걸려서 나왔다.
달라스에도 산이 있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아마도 교육을 위해서 일부러 산과 비슷한 지대를 여러 개의 산책로로 조성해 놓은듯 싶었다. 그러나 진짜로 등산을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는 사람들은 멀리 여행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내의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비행기 가격만으로도 적어도 $150은 넘게 드니까 한국에서 회사에서 주는 여름휴가비 20만원이나 10만원 정도로는 이 넓은 달라스를 벗어날 수 없다. 많은 인프라가 갖춰있는 미국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한국은 다른 한편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축복받은 나라인 거 같다.
하여튼 달라스에도 산이 있다. 달라스에서 산이 그리우신분이 있으시면 그곳을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대 만족하실듯~.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