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삼성그룹 이건희-이재용 부자 편법·불법 세습을 비판해온 참여연대의 인터넷 서버를 삼성그룹 직원과 함께 압수수색해 참여연대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5월 31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 수사2계는 지난 26일 사이버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던 삼성관련 글의 IP 주소를 찾기 위해 수색영장을 발부, 삼성SDS 이모 과장과 함께 참여연대 인터넷 서버 내부를 약 10분간 조사했다.
참여연대 측은 "오전 11시30분 경 경찰 2명이 법원의 수색영장을 가져와서 협조에 응했으나 막상 컴퓨터를 조사하는 사람의 신원이 이상해 꼬치꼬치 캐물어보니 한 명은 경찰이 아닌 삼성그룹 직원이었다"면서 "어떻게 삼성 직원이 법원의 영장을 집행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남대문 경찰서 측은 "삼성 직원은 단지 기술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참여연대의 기술자와 변호사 등이 모두 보는 앞에서 협의하며 조사했기 때문에 다른 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청에 사이버수사대가 있지만 아직 일선 경찰서에는 IP를 추적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며 "모든 사건에 다 지원을 받기 힘들어 종종 민간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간사는 "삼성직원이 직접 컴퓨터의 로그파일을 조사하는 것은 고발인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것과 같다"면서 "위법까지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형평성이 결여된 부당한 법집행"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 홍일표 간사는 "거꾸로 삼성의 홈페이지에 우리를 비방하는 글이 떠서 우리가 고발했다고 가정할 때 경찰의 압수수색에 우리가 직접 컴퓨터를 뒤질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문제가 된 자유게시판 게시물은 무엇인가
지난 5월 26일 사이버참여연대 자유게시판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의 경영참여 반대' 등 5건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모두 '삼성생명 임직원 일동'이었다. 이 글에는 삼성생명 직원 5083명의 실명이 마치 연판장처럼 계속 이어져 있었다.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 직원들은 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외적인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보인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상무보 등극과 계속적인 경영참여에 대하여 반대함을 전 직원들의 서명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반복될 이러한 세습을 막기 위해 삼성생명 직원들이 앞장선 것은 삼성생명의 고객과 주주, 채권단의 시각에서 기업가치가 하락될 위험이 있어 사전에 견제하는 입장에서 취하는 행동입니다.
이 취지에 동참해준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아래 명단을 공개합니다."
이 글을 본 삼성생명 측은 "삼성생명 임직원을 도용하여 허위사실을 게시하여 삼성생명 임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5월 28일 참여연대에 삭제를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받아들여 삭제했다.
이후 삼성생명은 명예훼손으로 글쓴이를 고발했고 경찰은 30일 글쓴이를 추적하기 위해 참여연대 인터넷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31일 결과적으로 참여연대는 모르는 상태에서 '삼성이 직접' 로그파일을 분석해도 글쓴이의 IP는 지워진 채 나타나지 않았다. 남대문 경찰서 수사 책임자는 "IP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수사가 끝났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삼성측에서 지워진 글에까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5083명의 명단이 진짜 삼성생명 직원의 실명인 것 같다"면서 "내부자의 소행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연대 자유게시판에 삼성전자 주총 위임장 날인을 거부하고 삼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박아무개 씨는 지난 4월 30일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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