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간 상호비평의 전제는 개혁성

한국적 특수성 속에 비평의 중립성은 의미없어

등록 2001.05.31 22:30수정 2001.06.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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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미디어면이 신설되고 방송 역시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면서 매체간 상호비평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지난 30일 열린 '신문과 방송, 상호 매체비평 확대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는 이를 반영하듯 진지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언론의 자기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언론의 감시 비판기능은 언론 자신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언론인 스스로 자기정화의 길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의 이와 같은 의지가 선언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언론계 내부에 산적한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고 지금까지 언론으로 인해 생겨난 각종 사회적 병폐들에 대해 국민들 앞에 머리숙여 사과해야한다.

일부에선 매체비평이 언론사 흠집내기용이라며 '태생적 한계론'을 들먹이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족벌언론과 이에 동조하는 몇몇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보다 진솔한 개혁적 자세로 비평에 임해야 하며 자유로운 언론 활동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날 토론자로 나왔던 손석춘 한겨레 여론매체부장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는 사실성, 객관성, 중립성 등의 보편적 조건만으로 한국의 현실에서 요구되는 비평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뒤, 신문사의 편집구조를 틀어쥐고 있는 사주들의 제왕적 행태, 이념적 지형이 왜곡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등은 매체간 상호비평에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의 비평은 정교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을 뒤집어 보면 언론인들 스스로가 보다 개혁적인 입장에서 매체비평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야당의 수구적 행태, 재벌의 기득권 지키기, 족벌언론의 성역화 풍토 속에 과연 언론인들이 찾아야 할 중심이란 어디겠는가. 정의의 신이 되어 균형을 찾겠다는 발상으론 날카로운 비평의식을 견지하기 어렵다.

매체비평의 성패를 결정짓는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기득권에 오염되지 않은 언론인들의 저항정신만이 내부 정화의 호기를 잇는 참된 연결고리가 되리라 믿는다.


매체비평의 근본정신이 안으론 언론자유를 확대하고 밖으론 열린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있음은 자명하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의 확대로 매체비평에 나서는 언론인들 스스로 독자나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되겠다.

언론인들에게 요구되는 윤리의식은 망각하지 말되, 비평에 임해서는 거침이 없어야 된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다. 첫 울음을 터트렸을 때 가졌던 엄숙함은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개혁성이 바탕이 된 매체간 상호비평에 임해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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