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선전포고와 '야통(夜統) 신화'

이성원의 신문칼럼 문화 비평 6

등록 2001.06.28 13:22수정 2001.06.28 20:54
0
원고료로 응원
한때 조선일보 사주는 '밤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파워가 막강했다.'조선 팔도' 최다 발행부수는 이 '야통'(夜統)과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조선의 야사'(夜史)를 널리 알렸고 독자들은 이 야사를 즐겨 읽어 왔다. 

그리고 '조선의 야사'는 정사(政事)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끌어가는 인상도 주었다. 대표적인 것이 '김대중 칼럼'이다.<조선>이 낳은 김대중 주필은 이름까지 현대통령과 같다. 

필자는 김대중 칼럼을 읽을 때마다 이 칼럼 내용이 김대중 대통령을 위한 조언이나 충고로 받아들여진다.자주하는 충고는 간섭이 될수 있다. 실제로 지난2월부터 이달까지 <조선>에 게재된 10편의 김대중 칼럼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개가 김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를 들먹거린다. 칼럼 제목부터 그렇고 일부 칼럼은 아예 '김대중 대통령'이란 말로 시작된다.

이 중 잘못된 세무조사에 대한 칼럼도 2편 있다. 이는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조선>의 비판으로 이어져 김 주필은 역시 선경지명이 있는 언론인 것같다.

김 주필 칼럼 가운데 김 대통령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내용을 보자.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한 달 사이에 다섯 번(닷새에 한 번꼴)이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요청했다. 전례없는 일이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상대방 지도자의 방문을 이처럼 반복해서 간절하게 요구한 것은 그 전례는 고사하고 외교상 있을 수 있는 일인지도 의문이다. 김 대통령이 그런 정도의 상식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 자신 이런 요청이 나라의 체통에도 걸맞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6월16일 '김정일 답방' 감상법>

"그러나 거기에 나라경제와 국민의 향상된 삶, 그리고 대한민국 체제의 훼손과 안보의 손상을 대가로 지불한다면 김대중 정권은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이 정권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국가목표와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고 있는 것―그것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5월26일  DJ정권의 우선순위>


"이런 여러 대내외적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이다. 남북화해와 통일의 기반조성을 정치일생의 최대 목표로 삼은 그의 「북한으로 가는 길」은 지금 최대의 난관에 부딪혀 있는 셈이다. 한 가지 고언하고 싶은 것은 막힌 골목에서 오래 시간낭비하기보다는 제2의 목표, 예컨대 경제살리기 같은 쪽으로 머리를 돌리는 것이 매우 유용하리라는 생각이다"<4월28일 '북한가는 길' 美·日 장애물 >

"김 대통령은 여기서 자신이 연 남북화해시대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또 한국의 안전과 평화를 책임진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남은 임기 동안 해야할 일이 무엇이며 대북정책 스타일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내부의 갈등을 줄이는 것인지를 재검토해야한다" <3월17일 대북 원맨쇼에 걸린 제동>


"오늘의 갈등현상이 만일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도와준 세력이나 조직의 당파적 이익에 보답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것이라면, 그리고 오늘의 첨예한 대립구조가 김 대통령의 개인적 정치철학과 이념적 경향의 표출 때문이라면 그것은 대통령제 아래서 국민이 위임해준 대통령권의 범주를 일탈한 것으로 봐야 한다" <2월17일 양극으로 가는 사회> 

"강성정치의 타이밍도 문제다. 이 정권은 이제 사실상 1년을 남겨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에 지자체선거, 아시안게임, 월드컵, 대통령 선거가 몰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적인 통치기간은 금년 한 해다. 그리고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은 잘하고 못하고 간에 만고불변의 이치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 집권세력은 이제 남은 기간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도 야당과 비판세력을 구슬리며 안고 가는 지혜를 모을 때다" <2월3일 强性정치의 한계>

그러나 집권당과 현정부는 김 주필이 김 대통령에게 이같이 조언한대로 언론과 비판세력을 구슬리며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최근 '강성정치'를 펴고 있다. 김 주필이 지적한 '강성정치의 한계'가 올지, 아니면 집권말기 레임덕 현상을 잘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할지 온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유례없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사주처벌을 '내년 대선에 대비한 언론탑압'으로 받아들이고 <조선>과 현정권과의 전투는 <조선>의 선전포고로 이미 시작됐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27일 저녁 자사에 모여 '세무조사' 관련 성명을 채택했다. 그리고 '정부의 세무조사는 비판 언론 말살 기도로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언론자유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성명서 전문과 '출정식'과 다름없는 기자들의 투쟁각오를 28일치 신문에 게재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과 주요기사 곳곳에서 '이번 세무조사가 집권당의 언론말살 정책'이라고 단정하는 기사들로 가득 채웠다.

우선 '집권당의 언론 죽이기' 사설이다. "민주당의 '언론 세무조사 대응활동' 문건이 언론사주 '구속'을 전제로 대응을 언급한 만큼 언론사주의 구속은 이미 오래 전에 계획되고 유도돼온, 다시 말해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문건은 향후 대응방향을 말하면서 내년 대선에 대비해 '언론사주 구속 문제가 일단락될 2~3개월 동안 일부 언론의 반발에 따른 보도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국민들에게 각인(刻印)시키는 것'을 주문했다"고 사설은 적고 있다.

그리고 "집권당까지 문건을 만들어 '몇몇 신문 죽이기' 작전에 '나팔수'로서의 일역(一役)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역대 정권에 관대(?)했던 조선일보가 이같이 연일 '융단폭격'을 가하기는 처음인 것같다.

특히 사주인 '야통'의 권위가 세무조사 등으로 이미 무너진데다 구속될 경우 '밤의 대통령'을 하야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조선'의 모든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 야통'하야를 적극 종용하고 있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는 민주당 등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27일 시도지부장 회의를 열어 "과거 경쟁사 사주가 구속됐을 때 사설 등을 통해 보였던 입장과 재벌-기업의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내용,그리고 이번 언론기업 세무조사에 대한 보도태도는 공기인 신문의 윤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조선-동아>의 사설 왜곡사례를 소개했다.그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탈세사건 때 <조선> 사설은 "어떤 명분도 탈세를 정당화 할 수 없다"(99년 10월4일)고 주장했다가 지난 21일 사설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흠집내려는 의도"라고 입장를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이 지난 민주노총 파업을 비롯, 민생문제, 서민들의 애환 등을 자신들의 사주처럼 똑같은 '조선'의 문제로 주도면일하게 다루었더라면 이번 싸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텐데 과연 '야통 신화'를 계속 간직할 수 있을런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예산 논란 무색케 하는 몸값, 순금 162kg 황금박쥐상 예산 논란 무색케 하는 몸값, 순금 162kg 황금박쥐상
  2. 2 천세대 아파트 상가인데 '텅텅'... 쓰레기 분리수거장은 '호황' 천세대 아파트 상가인데 '텅텅'... 쓰레기 분리수거장은 '호황'
  3. 3 윤석열 시절, 택시에서 자주 들었던 저주의 말들 윤석열 시절, 택시에서 자주 들었던 저주의 말들
  4. 4 윤석열 '입틀막'에도 차분했던 앵커, 왜 장동혁에게 '목소리' 높였나 윤석열 '입틀막'에도 차분했던 앵커, 왜 장동혁에게 '목소리' 높였나
  5. 5 "아직도 판단 안 서나?" 물은 이 대통령, 다주택자 대출 혜택 손보나 "아직도 판단 안 서나?" 물은 이 대통령, 다주택자 대출 혜택 손보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