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 기자들이 낸 성명을 비평한 것입니다. 성명을 인용한 부분은 색깔을 달리 해서 구분했습니다... 기자 주)
어제 조선일보 기자님들이 성명을 냈다길래 저는 드디어 제대로 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오히려 '언론탄압, 언론길들이기 분쇄'를 외치신 여러분의 뻔뻔스러움에 역겨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4개월여간의 조사기간, 1000여명의 조사요원의 투입, 23개 언론사에 대한 5056억원의 추징세액, 13개사에 대한 242억원의 과징금 부과 등은, 여타 기업들과 비교할 때, 언론에 대한 일련의 조사들이 얼마나 형평성을 잃고 감정적인 조치인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왜 국민의 의무인 납세를 부과하기 위한 기초적인 세무정보가 정부에 없었던 것이죠? 왜 세무조사가 이루어지고 나서도 정부와의 유착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셨었습니까?(김영삼 정권) 신묘한 수법으로 요리조리 감추고 피해 오셨기에 그걸 분석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요원들이 힘들여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던가요?
권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언론을 향해 수구 독재세력이라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이념적인 공세까지 함께 퍼붓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을 가장한 교활한 언론탄압이요, 언론길들이기에 목적이 있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빨갱이 공세로 이념논쟁의 선두에 서고 밤의 대통령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해오신 분들이 누구신데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겁니까?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않나요? 국민들 모두 내는 세금마저도 내지 않는 부도덕한 사주를 감싸는 여러분 스스로의 행위가 굴절된 언론임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언론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커튼 뒤에서는 이제 굴복하고 펜을 거꾸로 잡으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은 나아가 기사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고쳐쓰게 하는 데는 사주를 압박하는 게 지름길이라며 경영진을 향한 공공연한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탈세와 비리를 서슴지 않은 부도덕한 재벌을 처벌하는 것은 정당한 처벌이 아닌가요? 언론으로서 정론직필의 도리를 행하기보다, 곡필아세하여 수구기득권 세력의 입맛대로 개혁을 방해해 온 언론권력이 누구신데 '권력' 탓하시는 건가요? 국세청장이 정치권으로부터 "세금 깎아줄 수 없느냐?"라고 위협받고, 메이저 신문들이 연일 언론개혁을 매도하고 있는 지금, 도대체 누가 누굴 협박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빼앗아 가려는 것은 바로 언론의 자유이고,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명예와 긍지이다. 권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문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오만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렇게 세금도 내지 않는 탈법과 불투명한 경영을 지니고서도 '기자로서의 명예와 긍지'를 느끼셨다면 그것은 부당한 기득권의 특권의식에 다름 아닙니다. 이를 시정하고 처벌하기 위한 행위를 언론말살로 규정하는 여러분들은 언론 자유가 사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사회의 감시견으로서의 소임을 맡고 있는 언론을 기득권 체제의 경비견, 아니 사주의 애완견으로 여기고 계신 여러분 앞에서 도무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朝鮮日報社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우리 민족의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81년간 소중히 키워온 자산이다.
저 또한 조선일보가 조선일보사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로서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조선일보가 '민족의 역사의 격량을 헤쳐왔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아첨하고 독재 권력에 영합하는 등 시류에 순응해온 조선일보가 굴절된 역사를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오히려 민족투사인 양 이야기하는 것에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추신)
이번 성명은 조선일보의 사주와 편집진만이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찬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자님들 스스로도 언론권력 체제의 꼭두각시임을 드러내 주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명을 내신 조선일보 기자님들! '기자'라는 이름 앞에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사주의 탈세와 부도덕함을 비판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를 보호하기 위해 언론자유를 사주의 노예로 만드신 여러분들의 성명은 스스로 '기자로서의 명예와 긍지'를 저버린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오욕을 씻기 위해 신문사를 떠나봄은 어떨까요? 오동명 기자님처럼 '언론탄압을 주장하기에 앞서'란 대자보까지 붙일 용기까지는 못내더라도 '최소한의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래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6월 27일 발표한 성명
덧붙이는 글 |
조선일보 기자들은 지금, 사방에서 언론을 옥죄어 오는 권력의 殺氣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1월 김대중 대통령이 언론 개혁을 말한 이후, 권력은 언론사를 상대로 마치 군사작전하듯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 조사를 해왔고, 그 결과를 1차 발표했다. 현 정부 스스로 폐지했던 신문고시도 부활시켰다.
언론사도 기업인 이상 세금을 덜 낸 것이 있으면 더 내야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부분이 있으면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 벌어진 일들, 그리고 정부의 1차 발표 내용을 접하면서 조선일보에 몸 담고 있는 우리 기자들은, 김 대통령이 말한 언론개혁이 비판언론 압살 작전에 다름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4개월여간의 조사기간, 1000여명의 조사요원의 투입, 23개 언론사에 대한 5056억원의 추징세액, 13개사에 대한 242억원의 과징금 부과 등은, 여타 기업들과 비교할 때, 언론에 대한 일련의 조사들이 얼마나 형평성을 잃고 감정적인 조치인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해 언론의 비판적 기능에 충실해온 유력지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음도 명백해지고 있다. 이는 국민에게 복무해야할 국가기관을 권력이 私用化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권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언론을 향해 수구 독재세력이라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이념적인 공세까지 함께 퍼붓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을 가장한 교활한 언론탄압이요, 언론길들이기에 목적이 있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권력은 언론에 칼을 들이밀면서 기사와 논조를 들먹이고 있다. 겉으로는 언론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커튼 뒤에서는 이제 굴복하고 펜을 거꾸로 잡으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은 나아가 기사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고쳐쓰게 하는 데는 사주를 압박하는 게 지름길이라며 경영진을 향한 공공연한 협박도 서슴치 않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현 정권의 비정상적인 세무조사가 이런 압력이 먹혀들지 않은데 다른 보복조치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제 권력의 저의는 명백해졌다. 그들이 우리로부터 앗아가려 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그들이 빼앗아 가려는 것은 바로 언론의 자유이고,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명예와 긍지이다. 권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문사를 없애버릴 수 도 있다는 오만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朝鮮日報社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우리 민족의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81년간 소중히 키워온 자산이다.
비판언론을 압살하려는 권력의 음모가 명확히 드러난 이상, 우리 조선일보 기자들은 그 음모에 분연히 맞서 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투쟁에서 반드시 이겨 언론자유와 조선일보를 지킬 것이다.
2001년 6월 27일
조선일보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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