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고조됐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정권 교체, 남한의 정치경제적 위기로 인한 대북정책의 국내적 기반 약화, 한나라당 및 보수언론의 대북정책 발목잡기, 북한의 남북당국자 회담 중단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지 않았다는 국내외의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부지런히 퍼줬는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국내 냉전세력의 극단적인 비난부터 '북한과 같은 깡패국가들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사일방어체제(MD)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미국의 정책방향까지 '북한위협론'은 그 실체와 상관없이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근본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대북강경 노선을 보여왔던 부시 행정부가 대화재개를 선언하면서 의제로 삼고자 하는 것도 북한의 군사력입니다. 김대중 정부 역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대북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반도 군사·안보 문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미래 역시 큰 관심거리입니다.
이에 기자는 앞으로 오마이뉴스를 통해 '한반도 평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반도 문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비롯해 주한미군의 미래, 한반도 평화정착 및 군축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난관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한반도 평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 글 싣는 순서
(아래의 순서 및 주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제 1 부 : 도전! '북한위협론'
1. 북한은 '무기' 수출강국?
2. 북한의 실질 군사비는 150억 달러?
3. 북한미사일, 정말 위협적인가?
4. 북한은 핵을 갖고 있나?
5. 또 다른 잠복 변수, 북한의 생화학무기
6. 북한은 군사적으로 변한 게 없다?
7. 남한과 북한, 누가 더 강할까?
8. 북한위협론의 '정치화'
제 2 부 기로에 선 주한미군
제 3 부 한반도 군축,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주범', '북한의 주 수입원은 무기수출'
국내외를 막론하고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이다. 이와 같은 근거로 미국 정부는 북한을 '깡패국가'(rogue state)로 지목하고 북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미지는 객관적인 사실과 얼마나 부합할까?
우선 북한의 무기수출 규모부터 살펴보자. 북한의 무기수출 총액은 87년 5억2300만달러, 88년 8억8500만달러를 정점으로 올라섰다가, 90년대 초반에는 2억달러 안팎으로, 그리고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1억달러 미만으로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총수출에서 무기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총수출액이 8억6600만달러인데 반해 무기 수출액은 이 액수의 12분의 1에 불과한 7천만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총수출에서 북한의 무기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한의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무기 수출액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세계화'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98년 8월 소형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발사하는데 3억달러가 들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무기수출액을 북한을 대량살상무기 확산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미국의 무기 수출액과 비교해보면 약 450분의 1 정도이다. 과연 북한의 무기수출이 국제적인 비난을 한몸에 받을 수준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남한의 무기 수출이 북한보다 많아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북한의 무기수출은 사실상 경제가 파탄난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에 남한의 무기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무기수출은 96년 4500만달러, 97년 5800만달러에서 98년에는 1억4700만달러, 99년에는 1억9700만달러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군사안보 현황의 종합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SIPRI 연감'을 펴내고 있는 스톡콜롬 국제평화연구소는 2001년판에서 1996-2000년 세계 무기 수출 순위에서 북한은 43위, 남한은 29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한의 무기수출이 극심한 빈곤상태에 놓인 제3세계 국가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최근 방글라데시에 수출한 2300t급 함정은 건조비용만도 1억달러다. 세계은행의 '세계개발보고서 2000-2001'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전체인구의 77.8%가 하루 소득 2달러미만으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이다. 수천만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에 이런 거액의 무기를 수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의문을 갖게 한다.
남한의 무기 수입, 북한의 27배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악마성 이미지는 '주민들은 굶어 죽는데 무기 구매에는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무기 수입은 대북지원을 반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논리 가운데 하나이다.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이 틈만 나면 '우리가 준 돈이 총알로 되돌아온다'고 남북한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
그러나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의 무기수입 규모는 1억9300만달러로 같은 기간 남한이 구매한 53억3300만 달러의 약 27분의 1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비교하더라도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약 25분의 1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결코 남한보다 더 많은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최근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무기구매를 늘려나가고 있다는 것도 남한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러시아와의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단계적으로 7천만달러치의 무기 구매를 합의한 것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기 구매를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반면 남한은 국방중기계획의 일환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약 280억달러를 방위력 개선비로 책정해 놓고 있고, 이 가운데 상당 액수는 무기도입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북한에 비해 훨씬 강력한 전력증강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처럼 '깡패국가'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무기거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무기 수출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고, 남한이나 미국의 무기수출은 평화를 지키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그 규모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무기를 사들이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기 힘들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IMF 이후 국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보다 20-30배의 무기를 구매하는 우리 자신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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