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주들 최후의 발악 하고 있다"

노무현 고문, 언론노조 포럼 연설

등록 2001.06.28 15:39수정 2001.06.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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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병한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은 28일 오전 언론노조가 주최한 '열린포럼'에서 "언론사주들은 국민들 앞에 그동안 특권을 이용해 온갖 부정과 부당한 이익을 누려왔던 것을 사죄하고, 앞으로 기자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경영을 잘 하는 사주로 돌아가든지, 그것이 자신 없으면 언론사에서 손떼라"고 말했다.

노무현 고문은 단독 연사로 초청된 이 자리에서 자신의 언론관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언론정국'에 대해 약 1시간 반동안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사주의 자유'는 구분돼야한다"면서 "언론사주가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면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고문은 "유감스럽게도 한두개의 수구 특권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언론들은 이 나라의 올바른 역사와 정의를 위해서 한번도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언론자유'가 아닌 '사주의 자유', 자유도 아닌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총재 언론관에 정말 깜짝 놀랐다" / 허성호 기자



노무현 고문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 "깜짝 놀랐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두개의 언론이 자신의 생각과 똑같다고 해서 그들에게 결과적으로 탈세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야한다는 논리로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그러면 언론탄압의 의혹이 있다고 해서 엄청난 탈세와 불법을 눈감고 넘기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세무조사 등으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 노무현 고문은 "처음 세무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너무 엄청나서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미 덮어버릴 수 없게 됐다. 이제 흥정이 불가능하다, 흥정이 안되면 언론을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 언론의 대립 상황이 "과거에 권력과 언론이 결탁·유착했던 비정상적 상태에서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각기 제 갈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고문은 연설 초반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가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몇 년 전 나를 이 자리에 초청했다면, 아마 제가 오긴 왔겠지만 상당히 부담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늘은 손해보는 날이다, 손해보는 날이라도 가자'.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뭐 이제 한번 해볼만 하잖아, 손해날 것은 없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우리사회의 변화를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은 한시간 반에 걸친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의 연설 요약이다.


언론의 자유

"언론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언론은 항상 권력의 반대에 서 있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서구에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권력에 대한 불신을 토대로 견제장치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왜냐하면 권력은 항상 남용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은 항상 시민사회의 편에 서 있어야하고, 권력과 맞설 때 여러가지 특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다만 그 특권은 시민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제약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언론의 특권이자 자유다. 따라서 어떤 권력도 이것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원칙이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사주의 자유'는 구분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언론사주의 자유'와는 구분해야 한다. 언론은 자유를 누려야 하되 언론사주가 특권을 누려서는 안된다. 언론의 자유는 누구 것이냐 하면 '기자의 자유'다. 그것은 언론사주라도 침해할 수 없는 특권이다. 언론사주가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방패막이로 하려한다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모독이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언론의 자유는 세금을 탈세하고 국민들 위해 군림하고 초법적 특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주체는 언론기자의 자유이고 한계는 취재·보도에 한정지어진 것이지 탈세의 자유나 그밖의 어떤 초법적 자유가 아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장악 의혹

"나는 처음 세무조사가 시작될 때 이를 통해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중앙일보의 보광 세무조사에서 보았듯이 중앙일보는 지금도 건재하고 아직도 정부를 향해서 막강한 공격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경험에 비춰봐서 세금을 내면 할 일을 하는 것이고 그 뒤부터는 꿀릴 것이 없으니까 더 자유롭게 정부를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세무조사 결과가 나오자 너무 엄청나서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 이미 덮어버릴 수 없게 됐다. 지금 어떻게 흥정이 가능한가. 흥정이 안되면 언론을 조정할 수 없게 된다.

언론장악 의도가 있고 없고 간에 의미가 없게 됐다. 이제 흥정은 없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덮어버릴 수 없게 하는 데는 여러분들도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 많은 시민단체들도 한 몫 했고, 수많은 시민들의 눈초리가 있다.

세금을 내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세금을 다 내고 나면 권력은 언론에 기대할 게 뭐가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제 각기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드디어 국가의 조세권은 정당하게 행사되는 것이고, 언론은 자신의 약점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보도의 자유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과거 권력과 언론이 결탁·유착했던 비정상적 상태가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놓고 언론장악이니 떠드는 것은 의도적인 모함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언론사에 왜 재벌규모의 세금을 왜 매겼는가라고 말한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매출이 얼마되지 않는 몇몇 언론사가 재벌규모의 탈세를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무도 엄두 못 낸 부정을 그들은 당당해 해냈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국가 권력을 두려워했다면 이처럼 방만하고 근거조차 갖추지 않았겠는가."


한국의 언론상황

"현재 한국의 언론분야는 지나치게 독점돼있다. 냉전적, 국수주의적, 개발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30년 군사독재의 세월동안 억압돼왔던 새로운 사회적 논리를 국민들과 함께 찾고 공유해야하는데 언론이 지나치게 불균형한 상태라 가로막고 있다. 특히 활자매체인 신문시장은 압도적으로 독점돼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가 군사독재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사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점이 해체돼야한다.

유감스럽게도 한 두 개의 수구·특권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언론들은 과거에 올바른 역사와 정의를 위해서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지금은 언론자유,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이 사회가 군사정권의 군화발에 짓밟힐 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식인, 학생, 서민, 노동자들이 모두 끌려가 개맞듯이 맞고 고문당할 때도 그들의 권리를 위해서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이땅 서민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서도 철저히 외면해왔고, 그들을 편드는 변호사들이 그 자리에 가는 것은 비열한 방법으로 막았다. 그러던 그들이 지금 언론의 자유도 아닌 사주의 자유, 자유도 아닌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역사의 진전을 위해 투쟁이 필요한 시기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세무조사 관련 입장에 대해

"깜짝 놀랐다. 정말 깜짝 놀랐다. <조선일보> 비롯한 한두개의 언론이 이총재의 생각과 똑같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탈세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야한다는 논리로 나올 줄 몰랐다. 지금 의혹이 있으므로 세무조사는 안되고 세금부과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 의혹이 있다고 해서 불법과 탈법을 조장할 것인가. 단지 의혹이 있다고 해서 <조선일보>등의 엄청난 탈세와 불법을 눈감고 넘어가라는 말이 공당의 대표가 할 태도인가.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 두번이 아니다. 각종 방탄국회를 비롯해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자기편이고 측근이면 조사하지 말고 단호히 대응하라고 했다. 공당의 대표가 어쩌려고 이러는지 도대체 납득이 안된다.

사주의 고발 여부? 법대로 해야한다. '고무줄 법'이 아닌 원칙적인 법대로. 이총재 식의 '고무줄 법'대로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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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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