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세력에게 인질로 잡힌 한국인

강준만 교수의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등록 2001.06.28 15:38수정 2001.06.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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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지식인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최근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라는 책을 내었다. 이 책은 발간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아 2만부가 넘게 팔려 나갔으며 이미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 책 또한 그의 <김대중 죽이기>가 나왔을 때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개혁을 떠들지 않을 망정 중간에 있는 선량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먼저 강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개혁을 거부하고 훼방놓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 과연 수구기득권세력일까? 나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개혁을 떠들진 않을 망정 중간에 있는 선량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방관자적 태도가 주범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P-135)


이렇듯 강 교수는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건 수구기득권세력만이 아니라고 한다. 오랜 기간 그들의 지배체제에 길들여진 대중의 심리 또한 개혁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국민들은 총론으로는 모두 개혁을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저항하거나, 입으로는 개혁이 필요하다 말하지만 실제로 개혁하려고 하면 반발한다. 마치 수구기득권세력에게 인질로 잡힌 것과 같은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강 교수는 그것을 목숨을 담보로 잡힌 인질들의 심리상태에 비교한다. 동시에 국민들의 그러한 이중적 성향에 주목하지 않는 한 개혁은 어렵다는 주장을 펼친다.

왜 노무현인가?

노무현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개혁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쉽게 당선될 수 있는 서울을 스스로 포기하고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 출마하여 낙선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나 비록 낙선했지만 오히려 그의 의로움이 빛났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하는 등 그의 외로운 싸움에 동참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하였다.

강준만은 인질로 잡힌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중적인 성향의 최대 피해자로 바로 민주당 최고위원 노무현을 지목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는 항상 낙선의 쓴맛을 보아야 했던 그이다. 정치인 노무현이 그렇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평소에는 정치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터뜨리지만 정작 개혁을 위해서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국민들의 이중적인 성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무현이 그렇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수구언론들의 악의적 논조가 단단히 한 몫 했음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서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가히 조폭언론이라 할 수 있는 언론 권력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평가절하 되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즉 조선일보의 노무현 죽이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언론이 어떻게 노무현의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냈는지 보여준다. 또한 노무현이 다른 정치인과 달리 언론과의 밀월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조폭언론과 당당히 맞섰음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바보 노무현

정치인들은 지역감정을 망국병이라 허공에다 외칠지언정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서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감정을 부추겨 당선을 노리기 일쑤다. 또한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도무지 지역감정에 도전하는 정치인이 바보가 되는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 '바보'를 스스로 자청한 정치인이 있으니 그게 바로 노무현이다. 그는 지역감정 타파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강 교수는 그가 지역감정에 대해 "열성을 다해 그 폐해를 웅변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실천에 옮긴 정치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냥 바보가 아니다. 그는 '아름다운 바보'이다. 우리 나라가 발전하려면 그런 아름다운 바보가 더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수구기득권세력에게 목숨을 담보로 잡힌 인질인 국민들은 그를 지켜줄 수 없다. 스스로 자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한 말이다. 강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의 '방관자 자세'가 바로 주범일 것이다. 그게 노무현의 낙선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앓고 있는 만병이 치유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정치가 썩었다고 흉보면서도 정치를 바꾸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정반대로 정치 욕하는 재미를 계속 누리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정치를 썩게 만드는 주범은 아닐까?"(P-204)

제2의 "김대중 죽이기"가 될까?

강 교수는 언제나 그렇듯이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여 재미보지는 않는다. 객관성을 유지한다면서 국민들을 속이지도 않는다. 이 책에서도 그는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밝힌다. 즉 최선과 차선이 없는 상황에서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민주당의 비판적 지지자임을 드러내 놓는다. 다른 주장이 있으면 반론해 달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미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전례가 있다. 성급한 이들은 벌써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김대중 죽이기> 이후의 최고의 역작으로 점치기도 한다. 이 책이 전례에 비추어 제2의 <김대중 죽이기>가 될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책제목 :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지은이 : 강준만
출판사 : 인물과 사상사
펴낸날 : 2001년 4월 21일
책가격 : 8200원

덧붙이는 글 책제목 :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지은이 : 강준만
출판사 : 인물과 사상사
펴낸날 : 2001년 4월 21일
책가격 : 8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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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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