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사가 '기자 일동'의 이름으로 지난 27일 오후 대정부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여권은 '법대로'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어 고발전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오전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중권 대표는 "야당의 공세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사법부의 판단을 차분하게 지켜보자"고 말했다.
언론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회창 총재가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언론에 대한 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법치에 대한 이총재 인식의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또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단호해야 한다"(정대철), "이 문제는 루비콘강을 건넜다"(안동선), "중간에 꺾이지 않고 해나가야 한다"(김기재)는 등 최고위원들의 타협불가론이 주조를 이뤘다.
그런 가운데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검찰고발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언론계 사주쪽의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이 시점에서 정부가 타협을 할 경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안정남 국세청장이 24일 국회답변에서 (정치권 인사로부터 언론사에 부과될 세금을) 깎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쪽에는 그런 전화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검찰고발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발표는 철저히 국세청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면서 "국세청이 상당히 자세히 발표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언론사와 정부간의 흥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결국 언론사 사주들이 구속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국세청이 알아서 검찰고발 대상자를 선정하듯이 검찰도 알아서 구속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야당에서는 세무조사가 여권 핵심부 비선 조직의 '기획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권 어느 조직도 세무조사와 관련해 국세청과 협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실세임을 과시하고자 한다"면서 "언론사 세무조사가 비선조직의 작품이었다면 그것이 지난 수개월간 언론에 새어나가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언론과 전면전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여권 내부 신중론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정부는 하도 언론으로부터 심한 매를 맞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 매맞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는 느슨하고 약한 정부인만큼 언론과 흥정을 할 만한 시스템이 안되어 있다"면서 국세청과 검찰이 알아서 사주고발-사법처리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에 대해 이 고위관계자는 "과거의 관행과 현재의 변화 요구 사이의 충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상은 변했는데 언론사가 과거의 특권과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후반기인 국민의 정부는 지금 언론에 잘 보인다고 그들이 잘 써줄 것도 아니고, 오직 정도를 걸어 역사의 승리자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임할뿐"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28일자는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4개 신문사가 대주주 및 법인 고발대상이며, 2개 신문사는 법인 고발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기자 '성명' 이후, <중앙>과 <동아> 대응수위 조절
한편 조선일보 기자들이 27일 저녁 세무조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과는 달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기자들은 29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세청의 발표 내용을 듣고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여러차례 논의했지만 세무조사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처럼 어떤 입장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추후에 공정보도위에서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문제작 방향을 결정하는 편집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투명경영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데 만약 고발되고 우리가 자성해야될 것이 있다면 과감히 고쳐나가겠지만,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과장됐다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일부에서는 로비설을 근거없이 흘리지만 실제 우리들은 로비를 할만큼 절박하게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법인과 회장과 관련해 회계과정에서 세법에 걸릴 가능성이 있지만 액수는 많지 않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지탄받을만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로비설을 일축했다.
동아일보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800억설에서 1300억설에 이르기까지 설만 무성하고 구체적 혐의 내용은 모르고 있다"면서 "법이 공정하게 집행됐다는 것에 대해 대체로 부인하고 있지만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노조는 28일(오늘) 저녁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부위원장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발전야 초판 신문이 점치는 고발 언론사·사주
29일 오전 11시 국세청의 언론사 고발 기자회견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가운데, 28일 저녁에 나온 다음날 초판 <한겨레>는 국세청이 6개 언론사와 1개 관계회사를 포함해 법인 7곳과, 사주를 포함해 6명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국세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고발될 6개 언론사는 조선·중앙·동아·한국·국민일보사와 대한매일신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조선·동아·한국·국민일보사의 경우 사주도 함께 고발될 것이 확실시 되며, 중앙일보사 사주는 고발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초판 신문 보도중 가장 구체적이다.
<경향신문> 역시 "국민일보·대한매일·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 등 6개 언론사가 조세범처벌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매일>은 해당 언론사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J·D·H·K사 등 4개사는 법인과 사주가 함께 고발되고 또다른 J·D사 등 나머지 2개사는 법의 탈루혐의에 대해서만 고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국세청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동아·조선·중앙·한국·대한매일·국민·문화일보 등 7개사의 고발을 검토했는데 "검토 결과 문화일보를 제외한 6개사의 사주나 법인을 고발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주가 고발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동아·조선·국민 등 3, 4개사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구체적인 언론사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6개 언론사가 고발된다고만 전했다.
29일자 초판 기사는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확정이 아닌 '~라고 알려졌다'는 추정 기사다. 국세청의 고발 기자회견은 29일 오전 11시다. 구체적인 비리 내역 등 뚜껑이 열릴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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