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는 있는데 찾지는 못하겠다?

광주교도소의 수상한 문서관리 실태와 민원업무 처리자세

등록 2001.06.28 16:00수정 2001.06.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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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도소(소장 정상문)가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신청자가 증빙자료로 청구한 '의무기록지'사본을 뚜렷한 이유없이 발급해주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소위 '남민전 사건'으로 지난 1979년 11월 3일 체포됐다 1988년 12월 21일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박석률(53세·서울 종로구 화동) 씨. 그는 10년 세월을 감옥에 있는 동안 췌장염, 심장병 등을 앓으며 힘겨운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그는 외부의료기관으로 치료를 나갈 만큼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1987년엔 대구 파티마병원으로, 광주교도소로 이감온 1988년엔 전남대부속병원으로 '외부진료'를 나갔다.

박석률 씨는 지난 해 10월 20일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이우정·이하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에 명예회복 및 상이자 보상 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긴 병력(病歷)인 만큼 상이자 보상 신청은 당연하다는 것이 박씨의 입장. 박씨는 이때 출소 후인 1989년부터 2000년까지의 병원 진료기록을 함께 첨부했다.

정부기록보존소 "광주교도소에 있다"...광주교도소 "문서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는 6월 18일 경 박 씨에게 "89년 출소 이전의 병원 진료기록을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명예회복 신청자에 대한 판정이 3개월 내에 이뤄져야 함에도 아직까지 그 결과를 미루고 있는 행태가 언짢았지만 박씨는 심의위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


한편 박 씨는 지난 3월에 자신과 관련된 일체의 기록을 미리 파악해두기 위해 정부기록보존소에 재소 중 의무기록지에 대한 열람청구를 신청했었다. 출소한 지가 오래 되어서 자신의 의무기록이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되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씨의 신청을 접수한 정부기록보존소는 박 씨의 의무기록지가 아직 광주교도소에서 있다며 명적계(名籍係) 담당 직원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박 씨는 광주교도소에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기록이 아직도 그곳에 있는지를 물었고 광주교도소 측은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6월 25일 월요일, 서울이 거주지인 박 씨는 광주교도소에 전화로 의무기록지 사본을 청구했다. 그러자 광주교도소 측은 "분량이 너무 많으니 일부만 복사하면 안되겠느냐"고 말했고 박 씨는 "전체가 필요하다"며 26일 직접 방문하여 사본을 수령해가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26일 광주교도소를 방문한 박석률 씨는 사본대신 엉뚱한 말만 들어야 했다. 광주교도소 측은 "(박 씨의 의무기록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혹시 파손됐는지도 모르겠다"며 문서보존 자체를 부정하는 말을 한 것이다.

서울 거주자에게 광주에서 일주일만 기다려라?

박 씨가 "교도소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또 피해도 없으니 제발 사본을 달라"고 하소연하자 교도소 측은 "문서 보관기간이 넘어서 분류 중인데 보관상태를 모르겠다"며 계속 버티다 "전화로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생업을 제쳐두고 광주에 머무르고 있던 박 씨에게 광주교도소 측은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았다. 박 씨는 28일 오전 다시 광주교도소를 찾았다. 광주교도소 측은 "어제도 한 시간 동안 찾았는데...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박 씨는 "원래 민원인의 청구가 있으면 즉시 처리해야 하는데 못찾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박 씨는 "행정처리가 아무리 미숙하다고 하더라도 정부기록문서 중의 하나인 재소자 의무기록지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개탄했다.

광주교도소 측은 거듭된 박 씨의 항의에 다시 "토요일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동행한 기자가 "의무기록지 사본을 민원인이 신청하는 것은 안되냐"고 묻자 "그런 것은 아니고..."라고 얼버무렸다.

이에 대해 기자가 "그렇다면 외부압력이나 문서파기 등 무슨 특별한 사유가 있어 그러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문서는 있는데 아직 찾지 못해서 그런다"며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 계속 했다.

민원인이 정당한 절차에 의거하여 신청한 사본 열람. 그러나 광주교도소는 자신들이 밝힌 '민원업무 처리 자세'까지 무시해가며 민원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서울이 거주지인 사람에게 "문서를 찾지 못했다"는 핑계로 타지에서 일주일 동안 체류할 것을 요구하는 광주교도소. 이들의 '민원처리 자세'는 과연 올바른 것인가?

●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하고 담당자가 자리에 없을 때에는 다른 공무원이 대신해서 처리하겠습니다.
● 민원업무는 다른 업무에 우선하여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광주교도소 '민원업무 처리 자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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