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보다 경기침체가 더 큰 문제

김영익의 <경제이야기 24>

등록 2001.06.28 19:29수정 2001.06.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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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경제침체 리스크를 안고 있다. 지난 5월 서방선진 7개국의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2.8% 올라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실물경제는 올해 들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침체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고 심한 경우에는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미국경제부터 보자. 미국은 올해 들어 단기 정책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2.75% 포인트나 인하(연방기금금리가 6.5%에서 3.75%로 하락)했지만 아직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슘페터의 경기순환을 겪고 있다. 즉 지난 90년대에 IT(information technology)혁명이라는 거대한 혁신(innovation)으로 신경제를 달성했지만 과소비와 과잉투자로 거품이 생겼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그 거품이 꺼지고 있다. 따라서 금리를 내려도 빠른 시일 안에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IT 산업의 침체는 우리나라와 대만과 같이 IT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큰 타격을 주었고 이와 더불어 전반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제는 전통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보다는 전통산업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 등 유럽 경제가 최근에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지난해 말 대부분의 전문 예측기관들이 독일 경제가 올해 3%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1% 정도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일본은 아직 10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이즈미 내각은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개선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시기가 좋지 않은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일본 구조조정의 근본방향은 부실한 재정을 개선하고 은행을 건전하게 만드는 데 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일부 부실 은행과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이에 따른 실업 증가와 더불어 소비심리 위축은 일본경제의 디플레 압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엔화 약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의 경쟁적 하락을 통해 아시아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경제가 아직 높은 성장을 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경제가 위축되면 세계경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세계수요가 위축되면 그만큼 물가가 안정된다. 여기다가 그 동안 물가 불안의 주요인이 되었던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세계경제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디플레이션은 최근 일본 경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총수요 부족으로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 이익이 감소되고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된다. 이에 따른 실업 증가는 가계의 소비지출을 줄이고 이는 경제 전반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기업의 매출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세계경제는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다.

경제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미국과 EU가 금리를 내리고 있으며(EU는 미국과는 달리 매우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금리인하나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 중국과 인도 경제의 높은 성장과 더불어 세계경제는 다시 고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가 올 하반기는 아니다. 올 하반기에는 세계경제에 부분적으로 디플레 압력이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이 금리를 더 내리고 유로중앙은행(ECB)도 본격적으로 금리인하 대열에 참여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세계경제 환경이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올 2/4분기 이후 가계와 기업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좋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4월 이후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수출 감소세는 올 연말까지 이어져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책당국은 금리 인하를 포함한 부분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 지나친 경기위축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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