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6.28 20:01수정 2001.06.29 11:4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사람이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아가씨의 얼굴을 싫어할까마는 내가 만난 이 아가씨의 미소는 그중 아름다웠던 것 같다.
요즘 한창 JP묘소 이장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예산 군청에 가면 정문 입구에 조그만 안내 데스크가 놓여 있다.
취재차 들르기도 하고 또 아내가 주민 정보화 교육을 위한 자원 봉사에 컴퓨터 강사로 봉사하기 때문에 아내 때문에도 자주 들르는 곳이 이 안내 데스크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마주치는 얼굴이 정문 안내를 맡은 아가씨인데 언제나 시원한 눈동자와 상냥한 미소 그리고 친절한 목소리로 내방객을 맞는 그녀의 모습을 대하게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을 싫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내가 시골에 살다보니 그중 세상물정 좀 안다해서 시골 사람들은 내게 자신들의 출생신고며 주민등록 말소된 것 새로 만드는 일하며 그들의 일상사에 얽힌 모든 문제들에 대한 사소한 부탁을 해오곤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대리인으로 관청을 드나들곤 한 적이 여러번이었다.
그때마다 그들 공무원들에게서 느끼는 인상은 도무지 그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좋은 말로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는 것이다.
한번은 내가 사는 동네에 한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주민증 없이 사는 처지였다. 자신이 똑똑하면 제 주민증을 스스로 만들겠지만 그렇지 못한 처지라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그의 주민증을 만들어 줘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주민등록이 어디서 말소되었는지 알아야 그곳에서 복구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청년은 주거가 불안정한 처지였던지라 말소지가 어딘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가 주민등록을 옮겨다닌 곳을 일일이 추적을 해나가야만 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만난 공무원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는지는 여기서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마치 내가 죄인인 것처럼 그들은 교도소 다니다 말소된 그 청년의 신상에 대해서 조금도 협조할 의사가 없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나는 공무원 하면 좋은 인상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바꾸어준 사람이 바로 예산군청 정문 안내 데스크의 담당 공무원이다.
한번은 나이 많은 시골 할아버지가 컴퓨터를 배우시겠다고 군청엘 찾아 오셨다.
군청의 구조를 잘 모르는 이 할아버지가 몹시도 급한 표정으로 안내 데스크를 찾았다.
"아가씨 거시기 어딨어?"
"할아버지 거시기라뇨. 뭘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자 이 할아버지는 더 급한 표정으로 "거시기 말여 거시기." 그러니까 난감한 표정의 안내 담당 공무원은 "할아버지! 혹시 화장실 말씀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그때사 할아버지는 끄덕이며 아주 못 할말이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이 담당 공무원은 얼른 자리에서 나와서는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구석진 곳에 있는 화장실로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 오른쪽은 남자용 화장실이고요 왼쪽은 여자용 화장실이에요. 할아버지는 오른쪽으로 들어가셔야 돼요 아셨죠?" 그러고는 남자용 화장실 문을 열고서는 그 할아버지를 변기 앞까지 안내 하고서는 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일회성 친절일까 싶어 갈 때마다 이 아가씨를 관찰하곤 하였는데 군청에 드나드는 사람 하나 하나에게 일일이 일어나서 상냥한 미소로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안녕히 가세요" 하면서 일일이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원 업무에 대해서 문의를 해오는 내방객에게는 자신이 각 부서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민원이 처리되도록 주선을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공무원 한지 몇 년이나 됐어요?"
"8년 됐습니다."
"아가씨는 항상 그렇게 친절하세요?"
나는 바보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 아가씨의 대답은
"친절이라기보다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군청 고위 담당자가 이 직원에게 안내 데스크를 맡긴 이유도 이 아가씨의 친절 때문일 것이다.
내가 지극히 일반적이고 당연하다 싶은 이 아가씨의 친절에 대해서 감동을 하는 것은 그동안 공무원들의 불친절과 고압적인 대민 자세가 너무나 뿌리 깊었기 때문인 것이다.
어쨌든 요즘 JP묘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예산군청에 이런 직원이 있다는 것은 그들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일 것이다.
독자들이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고 싶거든 예산군청을 방문해보시기를 권한다. 그곳에 가면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