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머물며 한국 망명을 요구하고 있는 장길수 군 가족문제가 몽골 등 '제3국행'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인도적 관점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요구, 혈맹으로서의 북한에 대한 중국측 입장,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가입·2008년 올림픽 유치 등 중국이 당면한 대외적 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 속사정이야 어떻든 당사자들의 입장이 최대한 존중되어 이들 일행이 공포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길 바란다.
장길수 군 일가족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정부 들어 탈북자의 수는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현재까지 200명이 입국했다고 한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그 수는 6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이 온갖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탈북을 감행하는 것은 북한 내부의 경제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 이들을 전원수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탈북자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을 떠난 주민들은 남한의 새로운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며, 급격한 문화적 충격에 빠지는 등 정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한주민들의 홀대에 적지 않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지난 19일 방송된 'PD수첩'은 마침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엔 우리 사회에 대해 느끼는 탈북자들의 좌절감, 배신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죽하면 이들이 "북한보다 더 후진 나라(로)라도 떠나고 싶어요"라며 냉소를 보이겠는가.
현재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보호를 받고 있다. 여기엔 생업지원, 생활보호, 주택분양 임대, 교육지원 등이 전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탈북자 사회적응 훈련기관인 하나원의 교육을 통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사항들을 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탈북자에 대비해 이들 형식적 지원체제를 더욱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상의 조건만 가지고 탈북자들을 우리 사회에 온전히 흡수할 수는 없다.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남한 사회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하기 위해선 우리 국민의 포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배타성을 버리고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일, 이들을 진정한 내 이웃으로 여기고 화합하는 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지금 한 가족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망명의 길을 찾고 있고 그 결과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결과야 어떻든 이들이 그토록 원하는 (한국으로의) 망명길이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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