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가요무대' 제작비 지원

경상남도·진주시 총 4천만원

등록 2001.06.29 09:28수정 2001.06.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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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와 진주시가 KBS-TV <가요무대> 프로그램 제작에 총 4000만원을 지원함에 따라, 시청료를 받아 운영하는 공영방송국이 국민의 세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상남도와 진주시는 지금까지 개천예술제 기간에 열던 남인수가요제(2000년 경남일보·KBS창원총국 공동 주최)에 각각 2000만원씩 지원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남인수가요제 지원금으로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KBS <가요무대> 프로그램 제작에 지원한 것이다.


지원 근거에 대해 두 자치단체 관계자는 “개천예술제 때 여는 남인수가요제 관련 예산을 책정해 놓았는데, 그 예산을 지원한 것이다. 지역 주민의 예술진흥을 위해서는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KBS 지원금과 남인수기념사업회의 지원금을 비교해 보면, 그 형평성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진주시로부터 200만원을 지원받았고, 경상남도로부터는 한 푼도 지원받지 않았다.

KBS <가요무대> 제작 하루 전날인 26일, 남인수기념사업회는 남인수 묘소에서 제향을 열고 진양호 언덕에서 동상 제막식을 가졌으며 저녁에는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추모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에는 신해성 신카나리아 은방울자매 설운도 조항조 김지애 등 가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역민의 예술 진흥을 위해서는 비슷한 성격이라 할 수 있는데, 기념사업회는 왜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경상남도 관계자는 “기념사업회에서도 지원 요청이 있었으나 검토할 수 있는 시일이 촉박했다”라고 말했다.

시의회 정순명 의장은 “방송을 통할 경우 전국에 알려지는 효과가 있지만, 비슷한 성격의 공연에 지원금이 10배나 차이가 난 것은 공평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영방송국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비를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KBS <가요무대> 담당자인 이성원 위원은 “가요무대는 서울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진주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엄청난 경비가 든다. 서울에서 만들 경우 2000여만원이면 되고, 자체 경비로 충당한다. 악단(35명)과 가수의 출연비도 더 주어야 하고, 교통비 등 비용이 더 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자치단체에서 지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진주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 인해 진주시민의 긍지를 더 높여 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공영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는 “지방에서 프로그램으로 인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돈을 주지 않으면 안간다는 말인데, 이는 핑계다. 방송을 위해서는 좋은 소재가 있을 경우 어디든지 가야 하는 게 정당하다. 시청료를 받아 운영하는 공영방송의 취지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진주참여인권시민연대 이기동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인 KBS의 프로그램들이 늘 그런 식으로 제작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재정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는 발상이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한 경상남도와 진주시의 행태는 언론이라는 또 다른 권력에 자유롭지 못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을 남인수가요제 개최 불투명

도와 시가 10월 개천예술제 기간에 여는 남인수가요제를 위해 각각 2000만원씩의 예산을 편성해 놓았으나 올해는 KBS <가요무대> 제작지원비로 쓰여짐에 따라, 올해 남인수가요제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남인수가요제를 KBS 창원총국과 공동 주최했던 경남일보사는 올해 10월 9일 남인수가요제를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가요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치단체의 지원금이 없어질 경우 가요제 개최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일보사 총무국 관계자는 “경상남도나 진주시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본 바가 없다. 가요제 예산을 <가요무대>에 지원한 문제에 대해 관여할 바는 아니다. 가요제를 없앨 수는 없다. 규모를 줄이더라도 해야 하는데 자치단체에서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는 그 때 가서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개천예술제 때 가요제 지원 문제는 별도로 협의해 봐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치단체장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풀)이 있기 때문에, 그때 가서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의회와 시의회의 검토를 거쳐 통과된 예산을 성격이 비슷한 행사에 지원한 경상남도와 진주시에서 자치단체장이 임의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 하여 집행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KBS <가요무대>와 남인수가요제가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고 예산을 전용 집행한 자치단체가 가요제에 별도의 예산을 또 지원할지 여부도 관심이 높다.

진주문회시민연대 배영선 집행위원장은 “지역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자치단체의 기금은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 단체의 공연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 방송국의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한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배 집행위원장은 “의회에서 지정해서 집행하도록 한 예산을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여 전용 집행한 것이다. 가을에 가요제를 연다고 하여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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