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1.06.29 11:02수정 2001.06.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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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한창이던 때, 차를 두 대나 갖고 있는 이웃집에서 매일같이 집앞 골목길에서 상수도를 틀어놓고 몇 시간씩 세차를 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온 골목이 질퍽할 정도로 계속해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세제로 거품천지를 만들고 콧노래를 불러가며 신명나게 차를 닦는 모습이 하도 어이가 없어 멀뚱히 쳐다봤다.
"아주머니, 이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하루는 보다못해 지나가다 한마디했다. 남들은 먹을 물도 모자라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 차 깨끗하게 한다며 수돗물을 펑펑 써대는 모습이 너무 한심하기도 했거니와, 세제로 범벅이 된 폐수가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에 울컥 울화통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아주머니 대뜸 한다는 말이 "아니 이 아저씨가 무슨 참견이냐?"면서 "물 많이 쓰건 말건 내 돈 내고 쓰는데 웬 잔소리냐?"며 오히려 화를 내고는 "쫀쫀하게 남자가 별 걸 다 참견한다"는 둥 별소리를 다했다.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 골려줄 요량으로 "아주머니, 이렇게 세제 풀어가면서 세차하면 과태료 20만원 내야 하는 것 몰라요?"하며 짐짓 아는 체를 하며 신고를 하겠다는 투로 전화기를 만지며 겁을 줘보았다.
실제 환경법상으로는 하천이나 상수원에서 세차를 할 때 그만한 액수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골목길 세차의 경우는 확실한 처벌규정이 없이 각 구청에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무지막지한 이 아주머니의 행동을 고쳐보려는 마음에 엄포를 한번 놓아봤던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요즘 집 앞에서 세차하는 사람이 어디 나 혼자 뿐이냐?"며 투덜대면서 서둘러 수돗물을 잠그고 대충 마무리를 한 후 대문을 큰소리가 나게 닫고는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문 앞 세차는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기관에서도 아예 시비를 걸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차장의 경우 세차시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유수분리시설을 비롯한 수질오염 방지시설을 함께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골목길 세차 역시 각종 세제가 하수도로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고 볼 때 하천이나 상수원 구역에서의 불법세차와 같이 엄격한 법적용을 할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공공의 자산인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세차문제만이 아니다. 단독주택의 가정용 전기요금 속이기도 문제다. 단독주택의 경우 1주택 1가구인 경우와 1주택 다가구인 경우 전기요금 납부액이 현저히 다르다.
특히 300Kw 이상을 사용할 때 적용되는 누진요금제로 인해 1주택 1가구와 1주택 다가구의 전기료는 더 큰 격차를 보인다. 따라서 많은 수의 가구에서는 1주택 1가구임에도 불구하고 1주택 다가구로 거짓 신고하여 적게는 1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만원에 이르는 전기요금을 덜 내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이웃집 아주머니 한 분이 아내에게 찾아와 "우리 집은 전기를 많이 사용해서 그런데 전기료를 적게 내도록 하기 위해 1주택 다가구 신청을 하려 하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아내가 "많이 쓰면 많이 내야 하고, 적게 내려면 적게 쓰면 되지 않느냐"며 거절하자 신경질을 내며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 후 알아보니 그 아주머니는 결국 다른 사람의 명의를 몰래 도용해 1주택 다가구 신청을 해 6만원 가량을 내야 할 전기료를 3만원도 안되게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허위신고가 가능한 것은, 신청절차에 대한 검증절차가 없고, 추후에도 밝혀질 경우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동사무소에 아무 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만 적어내면 무조건 신청이 이뤄지고, 실제로 다가구가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사무소는 물론 한국전력공사에서도 검증하는 절차가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해서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전기료 속이기는 엄청난 금액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타령을 하며 요금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한전이지만, 정작 요금이 새는 곳은 막지 못하고 엉뚱하게 전기요금인상만 외치고 있는 셈이다.
골목길 세차니, 전기요금 속이기니 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그깟 사소한 일을 가지고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들은 결국 행위자 자신의 작은 절약(?)을 위해 다른 사람의 손해와 희생을 가져오므로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세차비 몇 푼 아끼기 위해 세제와 수돗물을 펑펑 써가며 집 앞 세차를 하는 행위나, 전기료를 덜 내기 위해 거짓 신고를 하는 행위는 내 주머니 절약하기 위해 남의 주머니 터는 절도나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작은 욕심들은 결국 타인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환경을 파괴시키며, 이웃간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는 사회적 문제인 점을 자각하고, 함께 사는 생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제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
아울러 골목 앞 세차가 환경오염을 가져오는 만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하고, 한전은 엄격한 실사를 통해 허위 신고된 가구를 적발해 부당사용료를 추가 징수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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