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질군사비가 150억 달러?

도전! 북한위협론(2) : 국방부의 북한 군사비 뻥튀기

등록 2001.06.29 11:20수정 2001.06.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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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6월 28일 총 91조9500억원 규모의 '2002-2006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02년 국방예산 요구안을 2001년에 비해 7.6% 증가한 16조5600억원(약 130억달러)으로 편성해 기획예산처에 제출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군사비의 범주에 포함되는 경찰청 소관의 전투경찰비 및 해양경찰청의 해양경찰비, 병무청 소관의 병무행정비와 국방부 특별회계를 포함할 경우 남한의 군사비는 약 140억달러에 달한다.

이보다 약 80일 앞서 북한도 전격적으로 예산을 공개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확정된 2001년 예산 규모는 94년의 절반 수준인 97억6000만달러이고, 이 가운데 군사비는 총예산의 14.5%인 약 14억달러로 책정됐다. 남북한 정부의 공식발표로만 평가하면 남한의 군사비는 북한의 약 10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한미 정부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군사전문기관은 북한 정부가 발표한 군사비를 믿지 않는다. 14억달러로 100만명이 넘는 군대와 방대한 무기체계를 유지하고 각종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냐는 것이다. 또한 일반경제와는 달리 군수분야는 '제2경제'로 분류돼 여기서 나오는 '은폐된 예산'(hidden budget)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국방부, "북한의 실질 군사비는 150억달러"

대개의 북한관련 정보가 그렇듯이 북한의 군사비 측정 역시 추정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남한의 국방부는 1998년부터 북한의 군사비를 총예산의 52%를 적용한 5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정치는 북한의 군사비를 GDP의 3분의 1로 적용하는 주한미군 측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북한이 공식 발표한 액수는 물론 영국의 전략문제연구소(IISS)의 20억달러, 스웨덴의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15억달러, 미국의 방위정보센터(CDI)의 13억 달러 등과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실질 군사비를 15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국방부의 추정에 따르면 실질가격으로 북한은 남한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북한 군사비 측정은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북한의 군사비를 총예산의 52%로 계산하는 것 자체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계획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 정부는 국민들의 의식주를 비롯한 경제문제를 시장이 아닌 국가가 담당하고 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GDP 대비 정부예산 규모가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2-3배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북한이 군사비로 예산의 절반 가량을 쓰고 있다면, 나머지 2천만명이 넘는 국민들과 정부 살림살이를 40억달러 남짓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피폐된 주민들의 삶과 국제사회의 지원, 그리고 제2경제권을 고려하더라도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52%라는 적용치는 북한의 군비지출이 최대치에 달한 1967-71년 평균 추정치를 북한 정부 예산의 30.9%로 추정한 것보다 20% 이상이 늘어난 수치이다. 2000년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의 "실제 군사비는 총예산의 3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국방부 스스로가 주장한 52%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무기체계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고, 운영유지비면에서도 인건비, 토지, 공공요금 등이 무상이거나 저렴하기 때문에 "실질 구매력을 우리 군과 비교해 볼 때 동일 규모의 군사비로 3배 이상의 전력증강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는 주장 역시 과장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의 실질 구매력이 3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같은 재원의 무기를 북한은 남한의 3분의 1 가격으로 도입하거나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북한이 무기거래에서 특혜를 받거나 남한이 바가지 구매를 하지 않는 한 이러한 평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오히려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이 110만 대군을 비롯해 수많은 기지와 방대한 무기체계를 갖고 있다면, 군인들의 인건비를 비롯해 의식주 및 기타 복지비용, 그리고 시설 및 무기의 운영유지비로 막대한 예산 지출이 불가피하다. 실질적인 전력증강 효과를 갖는 무기 체계의 개선이나 도입 및 군사훈련을 위한 예산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극심한 경제난에서 군사비만 예외일 수는 없어

국방부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비 지출이 줄어들었다는 어떠한 징후도 발견할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정황을 살펴보면 북한의 군사비 지출이 90년대 후반들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북한의 최근 연도 예산규모는 90억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90년대 초중반에 나타낸 180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군사비 지출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북한의 공식 발표 군사비가 90년대 초반에는 21억달러였다가 90년대 후반 이후 13-14억달러로 줄어들고 있는 것에서 뒷받침된다. 다만 북한의 공식 발표 군사비를 보면 총예산의 삭감폭보다 군사비 삭감폭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북한의 무기구매 규모가 격감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무기도입 추세는 87-90년 연평균 무기도입액이 약 7억달러인 반면, 91-95년 연평균은 약 1억8000만달러로, 96-2000년은 약 2000만달러로 급감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도입의 급감은 북한이 군사비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군사비의 대부분이 운영유지비로 지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동안 남북한 모두 자신의 군비증강과 안보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의 군사비는 과소계상하는 반면 상대방의 군사비는 과대평가해온 경향이 강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군사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조차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군사비 도출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비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다고 해서 정보의 자의적인 취사선택 및 왜곡, 과대평가, 객관적인 정황의 무시 등이 기초한 군사비 측정이 합리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 이어질 기사 : 북한 미사일, 정말 위협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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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조선(북한), 평화, 통일, 군축, 핵문제와 평화체제, 한미동맹과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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