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장관 김한길·이하 문화부)는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경품취급 기준 고시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지난 6월 29일 한국언론재단 19층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지난 5월 24일 공포된 개정 음비게임법의 시행에 필요한 하위법령 개정을 위해 개최된 이날 공청회는 김휴종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장의 사회로 김재원 문화부 게임음반과장, 이정학 한국게임제작협회(KAMMA) 부회장을 비롯해 은덕환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장(한컴산), 최용창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PC문화협) 기획이사 등 각계 대표 8명의 패널과 관련 업계 종사자 및 공익단체, 학부모 등 약 2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를 제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는 유진룡 문화부 문화산업국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시행령에 앞서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관련업계 대표로 참석한 패널들의 주제발표와 자유토론 순으로 약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업계의견 반영 적어 소란 빚어
시행에 들어가기 전부터 게임업계와 관련단체, 학계 및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보였던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른 이날 공청회는 시행일을 불과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에 대한 최종적인 의견 수렴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각계 대표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번 개정안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지 못했음을 짐작케 했다.
이에 대해 한컴산 은덕환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의 규제적 측면에 비해 산업적 육성에 초점을 맞춘 규제완화측면으로 개정되어 있어 사상 유례없는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현업 종사들로서는 환영할만한 법률이다"며 개정 음비게임법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였는데 반해,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게임시장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어 그 실효성이나 법의 형평성 측면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PC문화협의 최용창 이사는 "법령 개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본 협회의 기본방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정안 수립작업에서부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여전히 불만만을 야기시키고 있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한마디로 '미완성의 졸작'인 셈이다.
특히 이번 공청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게임물 설치 부분 허용제도, 즉 '싱글로케이션' 제도 도입에 따른 게임제공업계와 게임제작업계간의 입장 대립이었다.
한컴산 측에서는 절대적으로 '싱글로케이션 제도'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은 회장은 "게임시장의 확대 및 국내게임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싱글로케이션 제도는 아케이드게임 불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개발사나 제작사 및 유통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게임산업 최대의 소비처인 게임제공업장을 연쇄 도산시켜 게임산업육성과 관련된 정부정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면 '싱글로케이션' 제도의 도입을 반기고 있는 게임제작협회 측의 이정학 부회장은 "아케이드게임이 국내에 보급된 이후 최악의 불황기인 점으로 볼 때 싱글로케이션의 설치는 회생의 한 돌파구이며, 선진국형 제도로 활성화차원에서 조기에 실시돼야 한다"며 이는 게임제작·유통업자 등 아케이드게임업계의 공통된 견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안에 명시된 전체이용가 게임물의 설치 수량을 2개 이하에서 3개 이하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이날 '싱글로케이션' 제도와 함께 논란을 빚은 또 하나는 "18세이용가" 게임물의 비율을 놓고 공익단체와 게임제공업계간의 이견 차였다.
이에 한컴산 측에서는 개정안에는 "18세이용가" 게임물 설치비율이 일반 게임장에서는 설치 총 게임물의 100분의 60, 관광호텔 및 유원시설에서는 100분의 80까지를 설치토록 했는데, 그 비율을 각각 100분 70과 100분의 90으로 상향조정해 줄 것과 설치 총 게임물의 수와 바닥면적의 비율을 동시에 적용해 "18세이용가"게임물만을 설치해 일반게임장이 성인게임장화 되어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규정완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공익단체 대표로 참석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권장희 사무국장은 "전혀 객관적 자료 없이 무턱대고 18세이용가 게임물을 60%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나 자의적이다"며 "왜 30%, 40%가 아닌 60%인지에 대한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번 개정안의 목적 중 하나가 '청소년보호'라면 분명 60%라는 비율은 단순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알맹이 없이 끝나버린 210분
이날 공청회의 하이라이트(HighLight)는 패널들의 열띤 토론이 끝난 후 계속된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8명의 패널들이 발표한 내용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발언권을 얻어 자기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발언권을 얻으려는 방청객들로 인해 공청회장은 한 때 아수라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부로부터 행사에 초청을 받지 못한 일부 관련단체 임원들이 고성과 폭언을 일삼아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던 공청회장이 한 때 험한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공청회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는데, 한 참석자는 "지난 번 공청회에 비해 비교적 원만하게 잘 진행되었다"며 "공청회에서 나온 좋은 의견을 모아 좀 더 나은 개정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한 참석자는 "과연 오늘의 공청회가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였냐"며 "방청객의 질문을 최대한 차단한 채 답변자들의 답변태도도 무성의로 일관해 최악의 공청회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다른 한 참석자는 "지난번의 공청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의견이 제시되어도, 전혀 달라지는 꼴을 못 봤다. 오늘의 이 공청회도 그 전과 같이 참석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런 공청회는 단지 문화부에서 시행에 앞서 행하는 형식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공청회의 개최취지를 무색케 했다.
개정 '음비게임법'의 성공적 시행을 바라고, 시행에 앞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다 뜻 깊은 개정안 마련을 위해 개최된 210분간의 알맹이 없는 공청회는 끝이 났다.
문화부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과 별도로 관계부처와 각 시·도 및 개별 단체 등이 제출한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7월중 입법 예고할 예정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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