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해 30년간 중단됐던 지방의회가 지난 1991년 부활하여 열 돌을 맞는 뜻깊은 해다. 지방의회가 주는 의미는 주민대표에 의한 시정의 감시, 견제를 통하여 주민이 비로소 시정의 주인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지방의회가 탄생하기 전까지 주민은 단지 피동적인 행정의 동원대상자, 수혜자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서 행정은 주민의 뜻을 무시하거나 반영하지 않고, 중앙의 잣대와 관료의 자의적인 기준과 해석에 따라 집행되어왔으며 따라서 우리나라 지방행정은 '지방'도 없고 '주민'도 없는 껍데기 행정, 중앙행정의 지역출장소 역할에 그쳐왔던 것이 솔직한 실정이었다.
지난 91년에 부활한 지방의회는 바로 이러한 기존의 잣대와 관행에 대한 거부요, 잃어버린 주민의 권리에 대한 회복선언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의미를 잘 축약한 것으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Gettysburg)연설'처럼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치를 지상에서 소멸하지 않도록 하는 것', 곧 주민이 시정의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한편, 올 3월 22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는 전국 35개 시민단체와 20여명의 학자·전문가 등이 모인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 날 모임은 최근 지방자치의 숭고한 취지를 훼손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행정자치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의 불순한 의도를 경계하고 올바른 지방자치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올 초 구성한「자치헌장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그 동안 연구·준비해온 「지방자치헌장」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지방자치헌장」은 전문과 총9조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헌장은 주민자치의 원칙, 주민의 권리와 의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호관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의 책무,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저항권, 연대행동 등에 대하여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에 관한 법체계인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규정하고 있는 포괄적 내용의 미흡함을 보완하는 선언적 의미의 헌장으로서,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지방자치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중앙·지방정부와 단체장·지방의원과 시민들이 함께 지켜야할 일종의 사회계약적 선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헌장의 전문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 추진, 판교개발 일방추진 등 중앙정부의 권력집중과 정책전횡으로 지방이 소외 받고 민생이 외면 당하는 일이 빈발하지 않도록 21세기는 지방정부가 지역정책의 결정권을 갖고 주민의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지역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는 주민참여를 통해 생활중심의 정치를 실현하고, 이에 역행하는 중앙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반자치적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이 헌장을 제정하게 됐다. 이는 지방이 생활의 중심이 되게 하고자 하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의지의 표명이며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시민사회의 대안이다.
모쪼록 지방자치 부활 1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지방자치헌장」의 정신과 내용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모두에 의해 존중되어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자치, 형식이 아닌 참다운 지방자치가 꽃피는 지방시대가 도래하도록 함께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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